패션, 금융자본 올라타고 글로벌서 성장한다

2020-04-15 황연희 기자 yuni@fi.co.kr

금융자본, Borderless 디지털 마켓=미래성장 잠재력 인정


국내 패션산업이 금융자본의 적극적인 투자에 힘입어 '新비즈니스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최근 국내 패션 유통시장에서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던 무신사, 지그재그, 스타일쉐어, 브랜디 등 신흥 패션 플랫폼들이 기존 유통 메이저를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 했고, 그들의 성장 배경에는 금융자본의 힘이 컸다. 이들 패션 플랫폼들은 고객유입 트래픽과 구매율, 거래규모 등 실적을 평가받을 수 있는 명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관투자사, VC(벤처캐피탈), 사모펀드, 엔젤투자자 등의 매력적인 투자처로 평가받았다.


이러한 투자 흐름이 최근에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한 '콘텐츠', 즉 패션 브랜드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패션 플랫폼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 롯데, 신세계 등 유통 메이저와 쿠팡, 위메프, 네이버 등도 애슬레저 스포츠, 스트리트 캐주얼, 디자이너 브랜드 등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콘텐츠 확보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섬에 따라 금융자본 또한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애슬레저 스포츠 부문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주목받으며 외부 투자가 연이어 이어지고 있다. '안다르'는 시리즈 A 투자로 총 3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면서 애슬레저 성공 신화로 부상했다. '젝시믹스'는 250억원, '뮬라웨어'는 120억원 투자를 받는 등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선택받고 있다.


또 무신사, 스타일쉐어, W컨셉 등에서 검증된 스트리트 캐주얼 웨어나 디자이너 브랜드에게도 자본의 힘이 더해지고 있다. 최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IT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빅데이터, AI, VR/ AR, 개인최적화 등의 패션테크 관련 업체에도 금융자본이 수혈되고 있다.  


'젠틀몬스터'가 엘캐터톤아시아의 투자를 받아 중국, 미국, 유럽 등으로 뻗어나가고, 비주류로 홀대받았던 스트리트 캐주얼이 자본의 힘을 빌려 패션 마켓의 주류로 역전했다. 투자 유치에 성공한 '안다르' '젝시믹스'는 애슬레저 마켓이라는 신시장을 개척하며 금융 자본과 패션 경영의 결합으로 고차원의 신세계를 펼치고 있다.


◇ 77억 보더리스 마켓 진출, 자본시장 협력이 절실
패션경영에 있어 금융자본과의 결합이 왜 이슈로 부각됐을까? 흔히 패션산업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기업의 부침이 심해 금융권에선 투자 후순위였다. 빠른 자본회전율과 다소 부풀어진 외형(?) 덕분에 간혹 M&A 시장에서 이슈가 되기도 했지만 중장기 투자 종목은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이커머스 채널을 통해 규모의 한계(오프라인에서 느꼈던)가 사라지고, 최대 77억 소비자를 커버할 수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가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무신사와 스타일쉐어, 지그재그, 브랜디와 같은 리테일 플랫폼은 물론 쉐어그라운드, 신상마켓, 링크샵닷컴 등 SCM 관련 플랫폼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면서 패션산업의 핵심인 콘텐츠, 즉 '브랜드'에 대한 투자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패션기업 경영자들의 마인드 변화도 한몫 하고 있다. 이커머스 시대 '글로벌 빅 마켓'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디지털로 무장한 첨단 장비가 필요하고, 그에 걸맞는 전문인력과 대규모 마케팅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적게는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자본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즉 55조원 스몰 시장이 아닌 4100조원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금융자본과의 결합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자본시장 입장에서도 글로벌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마켓의 잠재력을 인지하기에 과감하게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박부택 어센틱브랜즈코리아 대표는 "이커머스 시장의 발달로 국가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소비 마켓 사이즈가 달라졌다. 그동안 국내 5500만 인구에 의존해야 했던 패션기업들은 이제 전세계 77억 소비자를 대상으로 비즈니스가 가능해졌다. 특히 디지털 생태계로의 전환은 이러한 보더리스 마켓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판매 네트워크 확장이 핵심인 패션 비즈니스는 1980년대 이후 백화점 유통이 판매망을 늘려주며 성장의 디딤돌 역할을 했고 1990년대는 노면상권 대리점의 판매망과 가맹비(현금 보증금)를 자본 동력으로 삼아 고속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오프라인이 주도권을 잡았던, 내수 중심의 리테일시장에서는 유통가의 재력만으로 충분했던 것이다. 하지만 새롭게 펼쳐진 77억 인구의 보더리스 마켓에서는 이들의 파워가 무색해지고 이제는 자본의 힘이 패션 비즈니스의 서포터 역할을 해야할 때가 도래했다.


◇ 자본시장, 밸류 업을 위한 BAMP-Biz에도 눈독
패션 비즈니스가 자본시장과 결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매니지먼트 플랫폼, BAMP 비즈니스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보더리스 이커머스 마켓에서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브랜드 '콘텐츠'의 힘이다. 콘텐츠 경쟁력만 확실하다면 해외시장에 직접 진출하지 않더라도 전세계 77억 소비자를 만날 수 있다. 아마존, 알리바바, 쇼피, 라자다, 라쿠텐 등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우량 콘텐츠를 육성해야 한다. 이들 콘텐츠가 글로벌 마켓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4100조원 시장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BAMP(Brand Accelerate & Management Platform)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빅데이터, AI 등의 디자인 최적화 기술, SCM의 선진화를 위한 물류, RFID 기술, 핀테크, 블록체인 등의 전자결제 시스템, 브랜드 밸류 업을 위한 마케팅 등 제반 인프라를 강화해야만 진정한 BAMP 비즈니스가 완성되기에 이러한 인프라에도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


무신사는 투자받은 자금으로 물류시스템을 강화하고 있고 '안다르'는 브랜딩 마케팅에 투자해 매출 외형 확대 및 밸류 업에 성공했다.


황태은 단색 대표는 "패드가 필요없는 '논샘팬티'로 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할 만큼 경쟁력은 인정받았으나 자금이 부족하다 보니 브랜드를 키우는데 한계가 발생했다. 시드 투자를 통해 인프라를 강화하는데 힘쓰고 있고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으로 진출을 위해 추가 투자유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명화학, 무신사, F&F, 코오롱, SI 등이 BAMP 비즈니스에 관심을 갖고 투자사업을 넓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일 것이다. 콘텐츠, 브랜드 스토리텔링이 확실한 브랜드에 인프라 투자를 더해 최고의 선수를 만들겠다는 것. 


대명화학은 어센틱브랜즈코리아, 모던웍스, 하이라이트브랜즈, WWB 등 새로운 패션 콘텐츠 리더를 육성하면서 생산, 디자인, 제품 개발 소싱, 마케팅, 물류 등의 SCM 인프라 기업에도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무신사 역시 무신사파트너스를 통해 F&F와 M&F패션펀드를 조성하고 비즈니스 시너지를 높여 기업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한 인프라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데이터 관리체계 확립, 재무 회계 리스크 점검 등 매니지먼트 컨설팅과 위클리웨어, 팬코 등의 소싱 파워, 인플루언스 마케팅 미디언스 등과 조력해 콘텐츠 핵심인 브랜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 말 오픈한 중국 럭셔리 백화점 SKP-S에 입점한 '젠틀몬스터' 플래그십 스토어


◇ 젠틀몬스터, 스타일난다 해외자본 힘얻어 글로벌 챔피온 타이틀
국내 패션 브랜드들의 성장잠재력을 인정받으면서 해외 자본까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엘케터톤아시아, 중국 IDG캐피탈의 투자를 받은 '젠틀몬스터', 프랑스 로레알그룹에 6000억원에 매각된 난다, 세콰이어캐피탈의 러브콜을 받은 무신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세계 시장을 재패한 'BTS'와 같이 글로벌 성공스토리를 써내려 갈 '패션 BTS'로 인정받은 것이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지난 2017년 해외투자자를 대상으로 프리IPO를 진행했다. LVMH그룹 계열 사모펀드 운용사인 엘캐터톤아시아(약 600억원)와 IDG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를 통해 약 850여억원의 자금을 유치했으며 상장 후 기업가치가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투자 유치 후 '젠틀몬스터' 외에 별도법인 아이아이컴바인드2를 통해 '탬버린즈'를 론칭, 뷰티 사업을 전개하고 있고 또 영국법인 스눕바이UK를 통해서는 핸드백 '당스런트(Dance Lente)'을 론칭하는 등 사업다각화를 꾀했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마켓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면서 미국, 중국, 싱가포르, 영국 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홍콩, 두바이 법인을 신규 설립했다.


구진영 '젠틀몬스터' 마케팅 파트장은 "'젠틀몬스터'는 현재 미국(뉴욕, LA), 영국 런던, 싱가포르, 중국(베이징, 시안, 상하이 등), 두바이 등 해외 지역에 총17개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고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인 파페치, 센스닷컴, 매치스패션, 엔드, HBX, T몰 등에 입점해 있다. 매력적인 브랜드 콘텐츠와 외부 투자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젠틀몬스터'는 지난해 연말 최고급 중국 베이징 SKP-S 백화점에 입점했고 별도로 SKP-S 백화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팅 및 디자인을 진행했다. 'Digital-Analog Future'라는 독특한 콘셉의 공간 디렉팅은 '젠틀몬스터'의 브랜드 가치를 한층 밸류 업하는 기회였다. 


'스타일난다' '3CE'를 전개하는 난다는 지난 2018년 김소희 전 대표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100%를 로레알그룹에 6000억원대에 매각했다. 로레알그룹은 난다를 인수한 후 글로벌 시장 진출에 용이한 '3CE'를 적극 육성했고 '3CE'의 매출 비중을 전체의 60%까지 끌어올렸다.


또한 로레알그룹은 난다의 글로벌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에 '스타일난다' '3CE'가 복합으로 구성된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으며 '3CE'는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난다는 현재 하라주쿠, 베이징, 방콕 3개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포함해 120여개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다.


'젠틀몬스터' '스타일난다' 뒤를 이어 '안다르' '디스이즈네버댓' '아크메드라비' '커버낫' '아더에러' '앤더슨벨' 등 넥스트 주자들이 바통을 이어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이 전세계에서 맹위를 떨치는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BTS의 아이덴티티, 방시혁 대표의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이들을 알아본 SV인베스먼트의 초기 투자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패션업계에서도 투자 자본과의 연합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이 가능해진 시기가 온 것이다. '패션 BTS'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주인공은 누가될 지 전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콘텐츠 경쟁력이 중요해지며 스트리트 캐주얼이 금융시장의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커버낫'

황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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