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뜨랑스’는 어떻게 재고없이 4년만에 2.5배 성장했나?

2022-01-25 김성호 실전리더스쿨 대표 sungho.kim@kshleaderschool.com

패션기업 재무제표로 경영을 배우다 07
재고회전율 8,666% … 업계 평균의 21배




2016년 264억원에서 2020년 672억원으로 불과 4년 만에 매출이 2.5배 성장한 기업, 이는 매년 평균 26%의 매출신장율로 환산될 정도로 급속성장을 해왔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매출이 이렇게 성장하는 동안 2016년에 비해 2020년도에 재고금액은 오히려 31%나 줄어들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국내 패션기업의 평균 재고회전율*이 420%이고, 상위권 기업들도 500%를 조금 상회하는 상황에서 이 기업의 재고회전율은(2020년 기준) 무려 8,666%이다. 패션기업들의 평균적인 수준보다 21배나 높은 기적 같은 수준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기업이 국내 존재한다. 바로 ‘아뜨랑스’와 ‘소녀나라’를 운영하고 있는 에스앤패션그룹(대표 구길리)이 그 주인공이다. * 재고회전율: 매출을 재고금액으로 나눈 비율로서 재고금액으로 어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지 효율성을 보는 지표.


에스앤패션그룹이 운영하는 브랜드 ‘아뜨랑스’는 여성복 쇼핑몰 순위에서 연거푸 1위를 기록할 만큼 탄탄한 기반을 구축한 브랜드. 코로나 시국에도 성장을 거듭하는 ‘아뜨랑스’를 보며 그들의 온라인 비즈니스의 성공 비결을 알고 싶은 궁금증에서 이번 취재는 시작됐다. 하지만 취재가 진행되는 동안 에스엔패션그룹이라는 기업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원칙과 경영자의 철학을 더 주목하게 됐다. 그리고 그들의 성공은 결국 그 원칙과 철학에서 비롯됐음을 믿게 됐다.


코로나가 지나가면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질까? 또다른 위기와 불확실성이 생각치 못한 때에 다가올 것임을 이제는 모두 알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검증된 기업의 경영 원칙은 기업 규모를 떠나 모든 기업들에게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달해 줄 것이다.




◇ ‘아뜨랑스’가 생각하는 브랜드 철학=효율성을 추구하는 실용정신
‘아뜨랑스’를 이끌고 있는 정기열 상무는 2012년에 에스앤패션그룹에 합류했다. 재미있게도 그의 전직은 강남의 잘나가던 족발집 사장이었다.


패션기업의 물류시스템을 경험해보고 싶어 단기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정기열 씨의 업무 능력을 높게 산 구길리 대표의 제안에 따라 그는 본업인 식당을 그만두고 물류파트 책임자로 전업했다. 에스앤패션그룹이 가지고 있는 실용정신은 바로 이런 스토리에서 면면이 드러난다. 능력이 확인되는 순간 그 사람의 이력이나 경험과 상관없이 중요한 책임을 맡기는 결정이 이 기업의 성장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 그렇게 합류시킨 정기열 씨 인연으로 ‘아뜨랑스’라는 신생 브랜드를 인수했고, 온라인 여성복 간판 브랜드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


이 회사는 규모가 작았던 시절부터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을 줄여주기 위해 회사(상왕십리) 옆에 숙소를 임차해 기숙사로 제공함으로써 직원들의 주거 안정은 물론 생산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려는 기업의 실용정신의 또 한가지 예로 볼 수 있다.


◇ 고객리뷰에서 시작된 고객중심 경영
경영진들은 초기부터 구매 고객들이 실제 들려주는 ‘고객리뷰’에 상당한 애착을 보였다. 경영진들이 직접 고객리뷰를 보고 신속한 조치를 취하는 루틴을 기업내에 정착시킴으로 기업의 문화가 철저한 고객중심주의가 되도록 시스템을 설계했다. 고객의 반응을 즉각 현장에 반영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안은 대표를 비롯한 임원들이 직접 고객상담원이 되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실제 일요일 예식장에 급하게 입고갈 옷을 위해 토요일 저녁 직접 배달하면서 ‘빠른 배송’에 대한 필요성을 일찍부터 인지할 수 있었다. 또 택배와 동시에 착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못소리에 귀기울인 결과 스팀 다림질과 박스 포장을 실현했다. 직장인들이 평일 퇴근하거나 주말에 구매가 많은데 비해 본사 CS가 뒷받침되지 못하다는 생각에 챗봇을 도입했고, 단순변심에 따른 취소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구매직후 취소를 업계 최초 실현했다.


정기열 상무는 “회사가 시스템과 서비스를 진화시키는 대부분 힌트는 고객님들의 리뷰에서 시작됐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충족시키기 위해 늘 ‘왜 안되지’ ‘어떻게 하면 될까’를 고민했고, 실천하려고 노략했다”고 고객리뷰 중요성을 언급했다.  


◇ 핵심 경쟁력에 대한 과감한 투자
에스앤패션그룹은 생산시설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디자인을 포함한 제품기획, 온라인을 통한 판매, 물류와 배송 등 서플라이 체인 중에서 생산은 외주를 사용하면서 그 외의 부분에 집중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서플라이 체인의 전과정에 뛰어드는 대신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인 고객을 파악해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빠르게 배송하는 영역을 더 깊이 파고드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들은 자신이 선택한 부문에 대해서는 주도권을 소유했다. 초기 카페24를 거쳐 독자적인 자사몰 구축에 과감히 투자했고, 그 결과 현재 매출의 80% 이상이 자사몰에서 이뤄지고 있다. 왜 그렇게 자사몰에 집착을 했을까? 소비자의 움직임의 단서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기 위해서는 자사몰이 반드시 필요했다. 외부 플렛폼에 의존해서는 각종 유의미한 판매 데이터를 파악하고 자유자재로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사몰을 육성하는 것은 제품기획과 영업의 수준을 상승시키는데 필수적인 전제조건임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사몰을 만들고 육성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인 것이다.


더불어 초기부터 물류와 배송기능의 내재화를 포기하지 않고 추진해온 것도 소비자에게 빠르게 전달하는 역할이 그들의 사업의 핵심요소 중 하나로 생각했음을 잘 나타낸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편리하게 구매하면 빠르게 생산해서 빠르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비즈니스 구조를 짜왔기에 물류와 배송은 그들에게는 놓을 수 없는 핵심기능임이 분명했다. 2020년말 현재 에스앤패션그룹의 총자산 규모는 155억으로서 크지 않지만 그 중 약 50%에 해당하는 자산이 물류센터에 해당할 만큼 기업 내에서 물류센터의 중요성이 절대적이다.


실제 구로동에 있는 물류센터를 방문해 보면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지만 엄청난 효율성을 구축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구로동에 있는 1300평의 물류센터는 월 20만 건의 오더를 처리할 수 있다. 이 양은 현재 매출의 두 배까지 지원이 가능한 수준으로서 매출성장을 뒷받침하는 인프라로 평가된다.




 




◇ 효율성 레벨업을 가능케하는 실험정신
구로동 물류센터의 핵심은 대부분 업무 과정의 전산화, 자동화였다. 외주 생산업체에서 제작된 제품이 물류센터로 입고되는 순간부터 배송이 되기 위해 준비되는 전체 과정이 자동화되어 흘러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동안 그들이 이런 수준의 물류 프로세스를 만들기 위해 기울였을 노력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그들은 이익의 상당부분을 물류 자동화에 투자를 해왔음은 재무제표를 통해서도 확인이 된다. 직전 5년간 물류자동화를 위해 투자한 금액만 20억원을 훌쩍 넘길 만큼 이익의 일정부분을 물류고도화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 그들이 이미 구축한 풀필먼트* 수준은 국내 패션 온라인플렛폼 기업 중 최고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 풀필먼트: 물품을 보관에서부터 배송까지 총괄하는 통합 물류관리 시스템을 풀필먼트라고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렇게 높은 수준의 풀필먼트 기능을 갖추기까지 전문 설비업체에게 맡기거나 컨설턴트를 고용해 해결하지 않고 경영자와 물류 실무진이 직접 프로세스를 디자인하고 설비에 대한 구상과 제작을 주도하며 만들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그들의 실험정신이 돋보일 수밖에 없다.


자사몰 또한 그들의 실험정신이 반영된 결과물로 보여진다. 특히 이 회사는 자사몰 성공을 기반으로 일본과 동남아를 비롯한 해외 고객을 위한 글로벌 플렛폼을 꿈꾸고 있다. 그들의 행보는 이미 상당히 진척돼 2015년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된 해외사이트가 오픈했으며 한류에 힘입어 한국패션에 대한 외국인들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그 결과 2018년 수출액은 전년대비 1,639% 증가하는 기록을 세웠고 2020년 수출 700만 달러, 2021년 수출 1000만 달러를 달성했다. 이러한 노력과 성과를 인정받아 2020년 글로벌 강소기업에 선정되었고 또한 ‘2020 월드클래스 중견·강소기업대상’ 시상식에서 ‘글로벌 탑 비즈니스 최우수상’(Global TOP Business Grand Prize)을 수상했다. 또 지난해 무역의날에는 ‘천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그동안 패션업계에서 수출의 탑은 OEM이 대부분이었지만, 자사 브랜드 수출로 인정받은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었다. 이러한 실험정신에 근거한 도전은 머지않아 그들의 매출의 상당 부분이 해외시장에서 나올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 에스앤패션그룹은.
에스앤패션그룹은 2008년 구길리 대표가 ‘소녀나라’라는 온라인 쇼핑몰 브랜드를 출시하며 창업했다. 이후 2010년 에스앤패션그룹으로 사명을 변경했으며, 2012년 ‘아뜨랑스’를 인수하며 2개 브랜드를 보유하게 됐다. 아뜨랑스는 2016년부터 매년 두 배 가까운 신장세를 이어갔으며 2030 마켓에서 1위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이 회사는 30대 여성 고객을 위해 ‘애드모어(addmore)’를 인수해 운영하는 등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세분화시켰다. 최근에는 일본 시장에서 꾸준한 상승세를 나태내고 있으며, 지난해 무역의날에 1000만불 수출의탑도 수상하는 등 글로벌 마켓에서 높은 잠재력을 검증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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