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브랜드, 리테일시대 주역으로 성장
2016-04-18최은시내 기자 cesn@fi.co.kr
브랜딩·유통구조 혁신·소싱력 향상 선행돼야

홀세일 마켓이 확대되면서 인디브랜드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기회들이 생겨나고 있다. 사진은 중국의 BtoB 플랫폼 ‘디자인박스’의 수주회에서 중국 현지 바이어들이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와 상담을 벌이고 있는 모습.


최근 국내외 패션마켓에서 브랜드 홀세일 비즈니스가 활성화된 가운데, 시장경쟁력 갖춘 ‘인디 브랜드’들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차별화된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브랜딩은 기본이고,  유통구조를 혁신하고 소싱력을 향상시키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며 리테일시대 주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인디 브랜드가 대거 등장한 것은 지난 2009년 무렵이다. 해외 직수입 브랜드를 취급하던 국내 셀렉트숍들이 매장에 신선함을 더하기 위해 국내 브랜드를 입점시키기 시작했고, 개성 강한 디자인과 한국인 체형에 꼭 맞는 핏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에 이들을 한자리에 모은 ‘인디브랜드페어’가 2011년 출범했고, 이후 가파른 양적팽창을 이뤘다. 수적 팽창은 곧바로 치열한 경쟁으로 이어졌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다.



◇ 체질 개선에 나선 인디 브랜드

인디 브랜드들의 최대 고민은 역시 소싱이었다. 원단 구매에서부터 완제품 생산에 이르기까지 소량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에게는 풀어야될 과제가 산적했다. 소싱을 풀지 못하면 ‘디자인은 유니크하고 신선하지만 시장경쟁력이 없다’는 평가에 밀려 판로를 개척할 수 없었다. 일부는 중국 등에 직접 생산시설을 운영하거나 해외 소싱 프로모션을 활용해 합리적인 가격체계를 구축하기도 했지만, 대다수 브랜드와는 거리가 멀었다.

론칭 2년만에 20개국으로 뻗어나간 ‘요하닉스’는 생산시설을 한국과 중국으로 분산시킴으로써 원가 절감의 효과를 거뒀다. 비즈, 자수 등을 활용한 섬세한 디테일을 표현하는 만큼 국내에서만 생산할 경우 임금이 너무 높아져 가격 경쟁력을 놓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앤더슨벨’은 이색적인 콘셉과 가격대비 뛰어난 품질력으로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남다른 퀄리티트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이뤄낸 것이다. ‘앤더슨벨’은 톱모델을 기용해 해외에서 화보 촬영을 함으로써 이국적인 무드를 전하고 있다. 또 좋은 품질의 원단을 확보하기 위해 비수기에 원단을 직접 직조한다.



◇ 해외 리테일러와 시너지 일으켜

해외 유통사와 손을 잡고 전략적인 해외시장 진출 전략을 펼치는 브랜드들도 있다.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해외 전시회에 직접 참가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는 최소 3~5회는 참가해야 수주가 일어나기 때문에 막대한 투자 자금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전문성을 지닌 유통사와의 협업은 비용 부담없이도 유통망을 확보하고 마케팅 효과까지 누릴 수 있는 좋은 사례로 볼 수 있다.

‘로켓런치’는 셀렉트숍 ‘i.t’를 통해 홍콩은 물론 중국 시장까지 뻗어나갔다. 2년전 홍콩에 첫 입점한 뒤 매장이 7개로 늘었고 이후 중국 21개 매장에서도 유통 중이다. 비용부담 없이 해외 시장에 진출한 격이다. 물론 이러한 협력적인 관계가 맺어지기까지 생산 시즌을 앞당기고 컬렉션을 연4회로 늘리는 등의 노력이 뒷받침 됐다.

‘아웃스탠딩 오디너리’는 영국의 편집숍 ‘아워원더링마인즈’와 함께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 라인 ‘사이드파티’를 만들어 ‘탑샵’에 유통 중이다. 다년간 거래하며 신뢰를 쌓아온 바이어가 ‘아웃스탠딩 오디너리’의 가능성을 높이 사고 협업을 제안한 것이다. 바이어가 다년간의 노하우를 통해 얻은 통찰력으로 영업 및 상품기획에 있어 조언을 해준 덕분에 ‘사이드파티’는 ‘탑샵’에서 절찬리에 판매 중이다.

◇ 안정적 성장 위해서는 쇼룸 인프라 활용해야

하지만 이처럼 개별 브랜드가 시스템을 바꾸고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전문적인 쇼룸 인프라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해외에는 이미 쇼룸 비즈니스가 활발하게 전개 중이다. 브랜드들이 창의적인 콘텐츠를 생산해내면 쇼룸이나 에이전시가 바이어들에게 판매를 한다. 이는 디자이너가 홀로 기획부터 생산, 마케팅, 유통, 판매까지 관리해야하는 국내 사정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실제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해외 에이전시에게 영업을 전담시킨 뒤 만나기 어려웠던 빅바이어들과의 거래를 성사시키는 한편 디자이너는 기획에 집중하면서 브랜딩에 힘을 쏟아 시너지효과를 발휘한 사례도 있다. 따라서 정부의 디자이너 브랜드 육성사업 또한 쇼룸 인프라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돕는데 초점을 맞춰야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최근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중국 내 쇼룸 활성화도 국내 인디 브랜드에 호재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중국 상하이 신톈디에서는 ‘얼터 쇼룸’이 수주회를 성료했다. 편집숍 ‘얼터’를 운영하는 리테일러가 파티와 수주회를 동시에 개최했으며, 한국의 ‘요하닉스’ ‘병문서’ ‘노케’ 등 5개 브랜드가 참여해 각광받았다.



◇ 비즈니스 모델의 무한변신

급격한 패션과 유통시장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디자이너가 콘텐츠를 제공하면 이를 대신 바이어들과 연결시켜주는 B2B 플랫폼이 대두된 것이다.

중국의 저장인시앙(浙江印象), 한이콩(韓衣控) 등의 기업들은 함께 모여 수주플랫폼 ‘디자인박스’를 만들고 지난달 첫 수주회를 열었다. 여기에는 ‘티렌’ ‘숲’ ‘코니’ 등 국내 브랜드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곳에서는 중국의 패션기업을 대상으로 수주를 하던 양질의 바이어가 한 자리에 모였으며, 브랜드와 활발한 상담을 벌였다.

쇼룸 ‘더 써드 뷰’에서도 콘텐츠 비즈니스를 진행 중이다. 디자이너가 1주일에 디자인 3개씩을 제시하고 바이어는 원하는 것을 선택해 수주한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는 풀 컬렉션을 해야한다는 부담없이 디자인 활동에 집중할 수 있으며, 월 평균 200~300만원의 부가적인 수입을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01. 디자이너 브랜드의 중국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CHIC-영블러드 오렌지팩토리관

02. 국내 디자이너들의 해외 영업을 맡아 전개하는 에이전시 원오원 글로벌

03. 중국의 쇼룸 ‘얼터’는 최근 다수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맡아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