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룰 메이커인가, 추종자인가?
2018-04-15 
김묘환 컬처마케팅그룹 대표

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 (오랑캐의 땅엔들 꽃과 풀이 없으랴만, 봄이 왔으나 봄 같지가 않구나)


지금 국내에서 들리는 골프웨어 시장에 대한 탄식이 그 옛날 당나라의 시인 동방규가 읊은 대로 ‘오랑캐 땅에 팔려간 왕소군의 신세 타령’과 다름 없을듯 하다.

지난해 국내 골프시장의 실적은 드러나는 수치상으로 2016년과 동일한 시장 규모를 유지했다고 한다. 그러나 신규 참여 기업 분을 제외하고 브랜드별로 분석해보면 대부분 15% 내외의 역신장을 기록했으니 기대에 못 미친 탄식이 나올 법 하다. 즉 골프의 계절인 봄이 왔는데도 새로운 시즌에 대한 시장의 기대 또한 냉혹하리만큼 차가우니 ‘오랑캐의 땅엔들 꽃과 풀이 없으랴만, 봄이 왔으나 봄 같지가 않구나 (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란 싯구가 그야말로 가슴에 저미도록 와 닿는다.

아웃도어 시장의 붕괴를 지탱할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골프웨어의 봄은 그야말로 꽃은 피어 있는데 봄은 느낄 수 없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과연 골프웨어 시장은 오랑캐 땅의 꽃처럼 피어 있으되 봄을 느끼지 못하는 냉혹한 시장으로 남을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최근 골프웨어 시장은 디지털 혁명의 영향이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반영되면서 기존의 경계를 허문, 일상 속 모두의 골프레저로 확산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 국내에서 벌어지는 골프웨어의 면모를 들여다 보면 다소 차이가 있다. 아웃도어의 쇠락과 함께 일시적으로 넘어온 고객층이 브랜드 전략에 착란을 일으켜 국내 골프웨어 업계는 그야말로 환상 속에 놓여있다. 결국 지난해 골프웨어 시장은 프로 선수의 경기용 유니폼을 추구하는 ‘퍼포먼스웨어’와 급격히 늘어난 여성 고객과 젊은층의 욕구를 자극하는 울긋불긋한(표현이 참 그렇다) ‘감성웨어’라는 두 방향의 상품전략 외에 기본적인 전략 부재가 불러온 결과라는 말 외에는 설명이 안 되고 있다.

현재 골프웨어 시장은 아웃도어 시장의 붕괴에 따른 풍선효과를 누리는 건지 아니면 포스트 아웃도어로서 새로운 앵커포지션이 되려는 성장통일 지 아직은 무어라 단언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하지만 현재 보여지는 모습은 불안한 것이 틀림없는 사실이다.



일본 ‘XEBIO’ 철수, GP로 재도전 
이런 와중에 중요한 뉴스가 하나 있다. 2013년 국내 아웃도어 붐의 정점에 국내 코스모그룹과 합작으로 진출했던 일본 아웃도어 그룹 ‘제비오(XEBIO)’가 3월부로 국내 4개 매장을 완전 철수하고 합작사는 소멸시키고 대신에 제비오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골프장비 유통사인 GP(golf partner)가 국내에 40개 매장 규모로 진출한다는 소식이다.


이미 일본 브랜드가 국내 골프장비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중고 장비 유통과 골프 트레이닝이 주업인 GP가 대규모로 진출하는 배경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판단하기에 이르지만, 일본 내에서 ‘Super sports XEBIO’ 외에 ‘Victoria sports와 Victoria Golf’ 그리고 영국의 ‘Next’까지 운영하고 있는 제비오 그룹의 브랜드 포토폴리오와 한국시장 진입 시점 그리고 국내 시장의 방향성에 미루어 볼 때 필자는 한국시장에서 또다른 실패를 경험하기보다는 잘 성숙된 과실을 얻을 것으로 본다.


봄은 정말 오지 않는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봄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에 대해 고민해보자. 사회적 환경 탓이란 말은 하지도 말자. 이미 브랜드 시작하기도 전부터 세상은 복잡계로 들어섰고 불확실성이 가득 찬 세상이 된지 오래이므로….

퍼포먼스 웨어의 문제는 무엇일까? 골프인구 500만명 중에 프로와 프로같은 아마추어, 그리고 프로처럼 치고 싶은 추종자 층은 얼마나 될까? 물론 우스갯소리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골프프로가 가장 많은 나라라는 이야기도 있다. KPGA, KLPGA와 같은 정규투어를 진행하는 공신력 있는 단체 외에도 프로자격증을 발급하는 단체들이 많아서 우리나라의 프로 숫자는 미국보다도 많은 4만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이 전부 퍼포먼스 웨어의 시장 소비자라고 하고 이들로부터 파생된 팔로워까지 합쳐서 기껏 20만명 내외가 어림짐작 가능한 시장규모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헌데 퍼포먼스 웨어를 추구하는 브랜드는 얼마나 될까? 더 깊게 말하지 않아도 마켓사이즈를 감안하지 않은 브랜드 전략이 골프웨어 시장에 봄이 오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가 될 것이다.

두번째는 말하지 않아도 퍼포먼스 웨어를 추구하는 브랜드들의 Technology Level이다. 선진국들의 기술패권주의 경향은 골프웨어라고 예외가 되진 않는다. 변변한 R&D 시스템 하나 구축하지 않고 그저 비슷한 소재에 비슷한 형태의 상품과 스타일을 제시하고서 퍼포먼스 웨어라고 한다면 전문화된 소비자들한테 배척당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셋째, 감성웨어를 추구하는 브랜드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감성웨어가 추구하는 것은 솔직히 자극적인 그래픽 말고는 내세울 것이 없다. 더더군다나 감성은 기존의 캐주얼이나 여성복 그룹에서 진화할 만큼 진화해서 비교경쟁력이 취약한 포지션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래서 그런지 감성과 함께 캐릭터웨어란 말도 골프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그룹은 당장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에서 열세를 보일 수 밖에 없다. 이미 브랜드 력을 선점한 글로벌 브랜드들에게 시장을 상납하려는 시도로 밖에 안 보인다. 당장 일례로 스포츠 그룹에서 넘어온 ‘나이키 골프’ ‘아디다스 골프’, 아웃도어에서 넘어온 ‘데상트 골프’에 브랜드력도 뒤지고 가격경쟁력도 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품적인 문제 외에 유통채널과 관련해서도 여전히 허둥지둥이다. 골프장 근처의 가두점이 맞는 건지, 아웃렛에 슬쩍 다가가 덤 효과나 기대해야 하는 건지, 구관이 명관이라고 백화점 한구석 차지해야 할지…. 유통전략 조차 변변치 않으니 봄이 올래야 올 수가 있겠는가? 만산에 개나리 진달래 길가에 벚꽃 집 마당엔 목련이 흐드러 지는데도 봄은 오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 그럼 어쩌란 말이냐?
거시적인 경영 환경도 크게 변화하고 있는데, 패션 기업의 대응은 여전히 상품전략에서 출발해 재고전략으로 마무리 한다. 십 수년간 패션업계에 대고 외쳐온 고객지향, 분권화된 시스템과 권한 위임, 지식 경영, 네트워크 파워, 팀의 역할 강조, 대체계획, 리스크 관리 등의 키워드는 우리에게 당면한 경영환경 변화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는 말이지만 그 반향은 스스로가 무안해 질 정도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생존하기 위한 대응은 패션 기업들이 과거의 통상적인 상품전략에서 탈피해 전략적 자산으로 R&D체계를 도입 관리하는 방법 말고는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이러한 R&D체계는 기본적으로 시장의 경쟁전략과 포트폴리오 전략 그리고 새로운 마케팅 방법론이 도입된 쌍방향 마케팅 기술이 포함된 체계를 의미할 것이다.

새로운 시장을 열어보려는 패션 기업들이 생각할 수 있는 기본 경쟁 전략으로는 저원가전략(The Low Cost Producer Strategy)과 차별화전략(Differentiation Strategy), 집중, 전문화 전략(Focus-Specialization Strategy)이 있는데, 현재 전개되고 있는 골프웨어 시장을 고려했을 때, 기업들은 차별화 전략과 집중, 전문화 전략에 입각한 체계 구축을 우선해야 한다고 본다.

세계적인 컨설팅 그룹 BCG의 제품 포트폴리오 전략 PPM(Product Portfolio Management)을 응용해 골프웨어 그룹이 채택할 수 있는 BPM(Brand Portfolio Matrix) 전략을 결정하는 방법이 있다. 과거 포트폴리오 전략의 의미를 분산에 두었다면 BPM에서의 포트폴리오 전략은 브랜드 자산의 일체화와 방향성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마케팅 기술이 R&D체계에 어떻게 녹아드느냐가 봄바람을 불게 해줄 수 있으리라 본다. 여전히 룰 테이커(Rule Taker)형의 비즈니스 모델로 4P Mix를 마케팅 방법론이라 주장하는 20세기형 브랜드들은 전략구축 단계에서 가장 큰 사고의 벽에 부딪힐 것이다.

골프웨어의 봄바람은 분명히 Rule Maker, 혹은 Rule Breaker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추종형이나 모방형 기업들에게는 보다 높은 넘사벽 장애가 분명히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골프웨어 시장은 어떤 형태이든 지속적이고 성장하는 시장의 방향성을 가졌고 다른 카테고리로 파생될 가능성이 농후한 시장임에 분명하다. 단지 그것을 준비하는 자들이 여전히 감에 의존한 대응을 하고 있고 봉건적 조직체계로 다루고 있다는 불행한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봄을 불러오지 못하는 이유라 할 것이다. 업계의 새로운 체질 변화만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고 경쟁력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