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얼마 전 에어컨을 구매한 주부 김종희씨(35세). 그녀는 당초 부담 없는 가격의 에어컨 구매 의사를 갖고 전자제품을 파는 매장에 들렸다. 26평 아파트로 난방이 잘 되고 창을 열면 산이 있어 공기도 좋은 편이라 냉난방 겸용이나 공기청정기가 부착된 것은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오로지 그녀는 무더운 여름 석 달만 버틸 수 있는 에어컨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가능한 한 부담 없는 가격의 제품을 사야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것저것 꼼꼼히 따지더니 결국 당초 계획보다 20만원을 더 주고, 전면에 그림이 부착된 신제품을 사고 말았다.
그녀로 하여금 추가 20만원을 부담케 한 이유는 뭘까?
평소 집안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더위 때문에 어쩔 수없이 에어컨을 사려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지방 한 귀퉁이에 볼품없이 자리를 차지해 있을 에어컨이 내내 못 마땅했던 것. 그런데 신제품은 디자인도 예쁜데다가 전면에 그림까지 부착돼 있어. 더위를 쫓는 것은 물론 집안 분위기까지 살려줄 것 같은 생각이 든 것이다. 결국 그녀가 지불한 추가 20만원은 나머지 9달을 위한 인테리어 소품 비용이었던 것이다.
#2. 중국과 일본 등 글로벌 시장에까지 진출한 국내의 한 유력 패션업체. 이 회사는 최근 패션산업의 애환과 성공을 다룬 드라마 제작에 직접 뛰어들었다. 현재 스토리 만들기 작업이 한창인 이 드라마는 내년 초 시나리오 작업을 거쳐, 빠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촬영해 들어간다.
이 회사는 드라마가 완성되면 국내는 물론 비슷한 시기에 중국과 동남아 등 해외에서도 함께 방송될 계획이다.
또 드라마 방영 시기를 즈음해 해당 회사에서 전개하는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드라마와 연계해서 풀 생각이다.
이 회사가 이처럼 드라마 제작에 나선 이유는 뭘까?
이유는 해외 패션사업에 한류를 활용하기 위함이다. 한류 붐을 일으킨 드라마라도 그전에는 드라마와 패션 간 유행 사이클이 달라 패션산업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한류 확산에 지대한 영향을 준 ‘겨울연가’의 경우도 마찬가지. 드라마가 인기를 끈 시점과 드라마에 등장한 패션이 유행한 시기 사이에는 2년이란 갭이 있어, 드라마에 영향을 받은 소비자가 그 제품을 찾아도 이미 유행이 지나 재고창고에 처박혀 있었던 것이다.
■ 하이컨셉·하이터치란?
: ‘하이컨셉’은 예술적·감성적 능력을 창조하는 능력. 트렌드와 기회를 감지하는 능력. 훌륭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능력. 언뜻 관계가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를 결합해 뛰어난 발명품을 만들어 내는 능력 등을 말한다.
‘하이터치’는 공감을 이끌어 내는 능력. 인간관계의 미묘한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 한 사람의 개성에서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요소를 도출해 내는 능력. 평범한 일상에서 목표와 의미를 이끌어내는 능력이다.
◆스타벅스가 문화가 아닌 커피 맛으로만 승부했다면 과연 그러한 성공을 이뤄낼 수 있었을까?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 와인 열풍이 이는데 있어 일본의 만화책 ‘신의 물방울’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미국 프로축구리그(MLS) 소속 LA갤럭시가 수준급의 한 팀을 만들 수 있는 거액을 데이비드 베컴이라는 한 사람 영입을 위해 투자한 이유가 단지 그의 축구 실력만 보고 그랬을까?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2주 연속 LG전자 관련 기사를 실었다. 지난 15일자에는 ‘LG전자는 패션 리더’라고까지 하며 극찬했다. 이는 LG전자에서 올해 초 선보인 ‘샤인폰’ 덕분. 최첨단 기술뿐 아니라 최신 유행하는 디자인으로 인해 하이테크와 하이터치를 동시에 보여줬기 때문이다. ‘샤인폰’은 유럽 시장에서 출시 2주 만에 20만개나 팔렸다.
LG전자는 ‘샤인폰’ 이전에도 전 세계적으로 800만대를 판 초콜릿 폰과 프라마 그룹과 제휴해 디자인을 개발한 프라다 폰을 선보인 바 있다. 이를 위해 이탈리아 밀라노에 디자인연구소까지 두고 있다.
LG전자는 최첨단 하이테크가 아닌 최신 유행의 디자인으로 이같은 실적과 평가를 얻고 있는 것이다.
박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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