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8년 여름 「푸마」 광고 전략으로 고민하던 때다. 사는 곳이 역촌동(응암동 근처)이어서 퇴근하던 길에 미리 버스에서 내려 응암동 근처의 로드샵을 기웃거렸다. 매장에서 매장주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고등학교 1학년으로 보이는 학생 3명이 들어왔다. 그들은 여러 신발을 보다가 한 학생이 깜짝 놀라서 이렇게 말했다.
“야, 이거 존나 멋진데!” 얼핏 보기에 전혀 날라리 티도 나지 않고, 곱상하게 베이지색 뿔테 안경을 쓴 여자 고등학생의 감탄사가 어안을 벙벙하게 만들었다. 옆에 있던 아이도 비슷한 말을 했다. “오~ 이거 졸라 죽이는데.”
나는 본의 아니게 그들의 뒤를 따라 매장 두 개를 더 다녔다. 그리고 곧장 집으로 가서 광고 전략서를 다시 작성했다. 그 다음날 새롭게 작성하여 보고한 광고 전략 콘셉트는 <존나 멋진데>였다.
“이게 더 기능이 많아!”
“하지만 이게 더 예쁜데!”
애인으로 보이는 두 명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결국 예쁜 것을 샀다. 이제 핸드폰은 <걸면 걸리는, 걸리버> <한국 지형에 강하다, 애니콜>이 아니다. 이제는 디자인이다.
아서 클라크(과학 소설가)는 ‘충분히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분되지 않는다’라고 정의한 바 있다. 우리는 지금 거의 마법에 가까운 디지털 신기술을 체험하고 있다. 그 기술이 디자인을 만나면, 우리는 경의로움의 찬사를 보낸다.
지금의 중학생들에게는 핸드폰이 아직도 두껍게 느껴지겠지만 벽돌크기에 베이지색의 카폰을 보았던 필자로서는 그저 신비할 따름이다.
윈도우 비스타를 쓰면서 버그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랩탑이라는 문서전용 기계(자동 타자기가 어울린다)를 사용했던 나로서 빌 게이츠는 같은 시대 사람으로서 영광이다. 하지만 이들보다 더 나로 하여금 경배하게 하는 것은 일하는 컴퓨터를 인생의 즐거움과 보는 것만으로 행복하게 디자인한 애플의 스티브 잡슨, 핸드폰 1세대 디자인인 스타택(Startac)을 다시 클래식하게 만들어서 과거의 노스텔지어를 디자인에 녹여서 팔고 있는 모토로라, 그리고 100년 된 카메라의 역사에도 꾸준히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옛 모습을 조금씩 그리고 완벽하게 바꾸어가는 라이카이며, 이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결론적으로 확실히 차별화된 디자인과 자기 스타일의 디자인은 예술과 구분되지 않는다.
Hi! Copy, Hi! Money
2002년 유럽의 어느 패션 박람회, 패션 마케팅 컨설팅을 하면서 내 인생에 가장 부끄러웠던 때였다. 너무나 치욕적이었기에 나의 직업에 대한 정체성도 흔들렸다. 그 부끄러운 일은 후로는 다시는 그 쇼를 가지도 않는다.
어떤 부스를 들어갔는데 상담을 담당했던 이탈리아 친구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Copy or Buy?” 나는 둘 중 하나의 답변을 해야 했다. 화끈 달아오른 얼굴 때문에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하고 그냥 나와 버렸다. 내 뒤를 이어 한국 디자이너들이 몰려 들어갔고 열심히 사진을 찍어댔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패션의 현주소가 여기일 것이다. “Buy 해도 결국 Copy”
최근에 A 브랜드인줄 알고 들어갔더니 B 브랜드였다. A와 B는 너무나 똑같았기 때문이다. 컬러, 디자인 그리고 부자재까지. 그리고 나서 A 브랜드 사장에게 이런 경험을 이야기 했더니 자신도 대구 매장에서 필자와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한다. 3년 전 우리나라에 디즈니 만화 캐릭터가 유행한 적이 있다. 정말 어이 없을 정도로 수많은 캐릭터가 전 브랜드 가슴팍에 찍혀 나왔다. 필자가 초등학교 때 보았던 만화도 튀어 나왔으니깐. 아마도 디즈니 랜드 입장에서도 이것을 기이하게 여겼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캐주얼 브랜드가 디즈니 캐릭터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요즘 말로 ‘쇼(Show)’였다.
“뉴스가 뉴스다워야 뉴스지” 형님 뉴스
‘브랜드가 브랜드다워야 브랜드지’. 데이비 아커 형님이 했던 말이다. 애플의 스티븐 잡슨이 “우리는 빌게이츠에게 컴퓨터 시장은 졌지만 디자인으로 승부한다”고 고집한 결과, 애플은 지금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또 MP3 시장에서도 2년이나 뒤져서 뛰어들었지만 세계 시장의 70%을 아이팟이 점유하고 있다. 과연 스티브 잡슨이 무엇을 했을까? 답은 간단하다. 그냥 노트북을 켜보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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