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미래의 패션 인재상 - 누가 새로운 성장 리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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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2 오후 6:51:43

오늘은 아침부터 날씨가 꾸물꾸물하고 안개비가 내리는 것이 봄이 오긴 온 것 같다. 눈앞에 펼쳐진 뿌연 하늘처럼 패션 시장의 시계(視界)도 희끗희끗 실루엣만 엷게 비치는, 좀처럼 그 깊이가 보이지 않는 암연처럼 느껴지는 것이 요즘 패션시장의 분위기인 것 같다. 주변을 돌아보아도 따라 할 만한 앞선 이가 별로 안 보이고, 가만히 있자니 늪에 묻혀버릴 것 같은 불안은 엄습해 오고… 남의 이야기처럼 가볍게 하는 것 같지만 이런 우리 패션계의 현상은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산업 성숙기 이후에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이기에 사실 당황스러운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패션이라는 산업 특성이 워낙 미시적이고, 패션의 또 다른 이름처럼 사용되는 트렌드란 단어가 말해주듯이 단기적인 승부에 매달려온 탓에 전략보다는 전술이 강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탓에 고도 성장의 그늘에는 전술적 기량이 출중한 병사들을 수 없이 쏟아냈다. 그러나 내려다 보는 고지에서 앞으로의 길은 전략적 맵이 부재한 분소대 전술만으로 헤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연대급 이상의 전략 기동을 해야만 하는 최고 지휘관의 입장에서는 정말 앞이 깜깜한 것이 당연할 듯도 싶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최근에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사람 구해달라’는 이야기다. 이런 주문을 들을 때마다 현재 산업 사이클을 볼 때 성숙기를 지나 쇠퇴기로 접어들면 강력한 화력의 포병이나 돌격 소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굳은 사명감으로 뭉친 성실한 진지구축 공병과 프랑스 패션인들이 ‘레끌레어’라고 부르는 어드밴스 가드로 이루어진 수색대가 필요한 시기가 맞을 듯 싶은데 여전히 충성스럽게 쓰러져 갈 돌격소대나 좋은 화포로 무장한 포병을 찾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쇠퇴기에 소총수와 포병으로 무장? 이렇게 간단하게 말하고 있긴 하지만 페이즈(Phase)별 인적자원 관리가 우리 패션업계가 당면한 난제의 돌파구라고 생각한다. 고도 성장기에 워낙 정신 없이 달려오다 보니 우리 업계에서 인재와 관련된 방법론은 남의 돌 빼어서 내 받침 하기, 아니면 아랫돌 빼어 웃돌 괴기가 횡행했다고 보면 정확할 듯하다. 이런 상황 인식 속에서 21세기 경영의 기준이 되고 있는 인적자원경영(Human Resource Management)이 우리 업계에도 본격적으로 다뤄야 할 시기라고 보는 것이다. 인적자원경영의 사전적 정의는 ‘기업의 장래 인적자원의 수요를 예측해, 기업전략의 실현에 필요한 인적자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실시하는 일련의 활동’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활용하는 여러 자원 요소 중에서 사람과 관련된 인적자원의 획득, 개발에 관한 활동을 의미하므로 기존에 기업이 영위해온 일련의 경영활동에 크게 다름이 없는 표현이지만 최근에는 인재의 채용, 선발, 배치에서부터 조직설계, 개발에서부터 교육훈련까지 모든 리소스 플로우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활동에 있어 종래의 인사관리의 틀을 넘어선, 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인적자원경영에서는 크게 인적자원계획, 인적자원개발, 인적자원활용의 세 가지 틀에서 다룬다. 최근 국내 기업에서는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분야별 개혁과 산업전반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이에 따라 평생직장보다는 평생직업 의식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적 자원의 이동이 보다 빈번해지고 지식과 기술의 빠른 변화로 직업현장은 보다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요구는 인적자원 스스로의 자기 주도적 능력개발을 위한 평생학습과 산업수요를 반영하여 인력을 양성하는 새로운 인적자원개발 시스템의 구축이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인적자원경영(이하 HRM)은 기존의 매스 프로덕트 시대의 직업소개소나 무한경쟁에 돌입한 마켓 인(Market In) 시대의 헤드 헌팅으로 일컬어 지는 HR 비즈니스와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매니지먼트 차원에서 다루어 지고 있는 것이고, 이런 특성상 산업별 계획을 선결과제로 삼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패션업계가 당면한 인적자원 관리의 틀은 기존의 교과서적 잣대에 맞추어 적용하기에 무리가 따른다. 그만큼 산업 특성에 따른 특수성을 반영한 커스터마이즈 된 방법론을 동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표준적인 HRM 진도율과 관련해서 다른 제조 서비스업에 비해 비즈니스프로세스 표준화로 일컬어 지는 시스템 구축이 덜 이루어진 분야라는 사실이 그렇고, 점점 색이 옅어지긴 하지만 오랫동안 감성 비즈니스라는 특수 분야라는 인식도 우리 업계의 HRM 도입을 어렵게 만든 배경이기도 했다. GE의 결단… 지금 우리 패션기업의 과제 이십여 년 전 GE가 냉혹한 구조 조정기에 돌입했을 때, 많은 자금을 들여 뉴욕주 북부 크로톤빌 이란 소도시에 있던 임원 휴양소를 'John F. Weich 연수원'으로 탈바꿈 시켰다. 이 때 대부분 사람들은 어려울 때 무모한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닌가 했지만, 지금 전 세계의 내놓으라 하는 CEO와 정부 관료들이 몰려가는 현상은 작금의 HRM에 대한 배경적 이해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가장 어려울 때 인재양성과 관련된 투자를 하였다는 사실, 그리고 이십 년이 지난 지금 그 결실이 백색가전 회사로 기억하던 GE를 오늘의 세계 최일류의 첨단 기업으로 탈바꿈 해놓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HRM의 위력을 가늠케 한다. 우리들이 다루는 HRM이 한없이 복잡한 것 같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제프리 이멜트회장이 지난해 크로톤 연수원에서 한 강의 내용 중에서 한마디를 인용한다면, 그는 "보상에는 머리, 가슴, 지갑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는 인적자원에 대한 교육 기회 제공은 머리를 의미하고, 가슴은 조직과 업무에 대한 자원의 소질과 열정,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갑은 금전적인 보상을 뜻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인적자원경영이 과연 우리 앞에 드러난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서 최적 솔루션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CEO들은 당장 패션 기업들이 쉽게 계량화 할 수 있는 파이낸셜 퍼포먼스나 비즈니스 옵티마이즈, 혹은 계량화 되지 못하는 오가닉 시스템 문제들을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멜트 회장이 부르짖는 성장 리더를 우리 산업 히스토리와 비교해 보면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전반은 '디자이너'로 대표되는 크리에이터들이 담당했을테고,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은 '브랜드 매니저'라 불리는 기획자의 시대였다면,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지금의 성장 리더는 과연 어느 부류가 될까?라는 고민이 우리 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책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고 본다. 이래서 인적자원경영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절대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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