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최적량·적기 생산을 위한 SCM 혁명
2019-12-06황연희 기자 yuni@fi.co.kr
디지털 고도화로 물류 & 리테일 혁신


# 캐주얼 A 브랜드는 지난해 겨울 롱다운 점퍼에 승부를 걸고 2017년 대비 물량을 3배나 늘렸으나 브랜드 파워, 아웃도어 브랜드의 가격 할인 정책에 밀리며 판매량이 40%를 밑돌았다. 올해로 이월시켜 50% 할인된 가격에 출고시켰으나 따뜻한 겨울로 전혀 손을 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A브랜드 사장의 속이 타 들어간다.


이와 달리 캐주얼 B 브랜드는 이번 겨울 보아점퍼의 인기를 예상하고 잘 나가는 스포츠 브랜드와 협업해 3,000장의 물량을 기획했다. 출시되자 마자 10일도 안되어 100% 완판을 기록했다. 기쁘기도 하지만 내심 '물량을 더 기획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추가 생산을 하고 싶지만 원부자재 수급과 겨울 내 재생산이 불가능할 것 같다.

◇ 손 안에서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스마트 소싱 


이처럼 패션 브랜드들에게는 빅데이터, AI 기술을 활용한 인기 아이템 기획,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최적의 물량을 적기에 생산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제 무조건 많이 만든다고 많이 팔리는 시대는 끝났다. 각 브랜드별 리테일 상황에 맞춰 최적의 생산량을 기획해 정상 판매량을 맥시마이징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초도 생산 물량의 기획에 오류가 발생했다면 스피디한 생산 프로세스 구축으로 QR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체계적인 공급망 관리를 위한 SCM 인프라다.


패션산업의 미래는 SCM(Supply Chain Mana gement, 공급망 관리) 인프라 구축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제품의 생산과 유통 과정을 하나의 통합망으로 관리하기 위한 POS, ERP 프로그램 연결이 아니라 디지털 정보 기반의 혁신을 통한 디지털 고도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판매율 제고를 위한 제조 공급자의 소싱 측면에서의 디지털 혁신은 상품의 물류 혁명을 위한 기초 인프라다. 최근에 등장한 소싱 디지털 플랫폼들은 한 손으로 용이하게 소싱처를 발굴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어주고 있다.


컨트롤클로더가 운영하는 플랫폼 '파이(FAAI)'는 패턴, 원단, 부자재, 봉제, 후작업, 검품 등 각 공정에 필요한 협력사들을 연결해주는 의류 생산 플랫폼으로 3,680개 공장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컨트롤클로더측은 '파이' 서비스를 활용해 6개월 이상 걸리는 의류 제작 기간을 2주로 단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출시 이후 1년여 만에 751개 패션 브랜드가 이 서비스를 활용했고 한 번 이용한 고객사는 재의뢰율이 높다.


키위, 위드길 그리고 패브릭타임의 '스와치온'은 수만여종의 원단 및 부자재를 소싱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키위'는 동대문 기반의 7,000여개 원단, 패션 부자재를 소싱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해 론칭 2년 만에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또 패브릭타임의 '스와치온'은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를 대상으로 국내 동대문 원단 소싱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영어 버전으로 운영되고 있는 '스와치온'은 18만여개 규모의 원단 DB를 보유하고 있고 일정 금액의 스와치 박스 견본 비용을 지불하면 전세계 어디에서든 동대문 원단을 소싱할 수 있다. 주문 전체의 70%가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이 차지하며 스와치박스를 받은 고객의 85%가 실제 원단 주문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종달랩'은 의류 부자재 온라인 플랫폼으로 동대문 종합시장의 수만여 매장의 제품을 굳이 찾지 않아도 원스톱으로 쇼핑을 할 수 있다. 이들은 공급자의 생산 시스템의 효율을 높이고 리드 타임을 단축시킬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세엠케이는 물류센터 입고 시 기존에는 박스 당 180초가 소요됐지만 RFID 도입 후 7초로 대폭 축소됐다


◇ 물류 RFID 도입으로 인력, 시간, 비용 절감 '1석 3조'


스마트한 공급망 관리에 있어 생산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줄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매장에 신속하게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다. 생산 리드 타임을 줄여 입고시기를 앞당겼다면 이를 매장에 출고하기까지의 물류 프로세스에 있어서도 디지털 혁신이 필요하다. 그 핵심에는 RFID 기술이 있다.


한세엠케이와 크리스F&C는 패션업계에서 RFID 기술 도입의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로 인정받고 있다. 한세엠케이 물류센터의 RFID 기술은 국내 패션 대기업이나 '유니클로' 국내 전개사인 에프알엘코리아,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사에서도 견학할 정도로 선진화됐다.


한세엠케이는 지난 2014년 정부시범 사업에 선정되어 물류센터를 시작으로 RFID 기술을 도입했고 4년 간의 자체 투자를 지속해 지난해 7개 전 브랜드 모든 제품에 RFID 택을 적용했다. RFID 택 도입으로 제품 당 평균 100원의 비용이 발생하지만 이를 통한 인력, 시간을 절감하고 매출 효과는 투자비용 이상이라는 것.


한세엠케이는 물류센터에 신상품 입고 시 최소 4~5명의 인력이 검수를 해야했으나 RFID 택을 도입한 이후에는 1명의 인력으로 동일한 업무가 가능해졌고 의류 박스 1개 당 180초 정도 걸렸던 검수 시간도 단 7초로 단축됐다. 또 물류센터 입, 출고 2번의 검수로 재고 파악의 정확도를 100% 가까이 높일 수 있었다.


김호현 한세엠케이 전산팀 부장은 "RFID 도입 효과는 제품의 입출고 관리의 효율성에 그치지 않고 용이한 반품 물량의 재분배와 신속한 매장의 RT가 가능해져 매출을 높일 수 있는 점이다. 반품 물량의 재분배에 최소 3개월의 시간이 걸렸다면 지금은 수일 내 정확하게 반품 상품을 체크할 수 있으며 이를 효율적으로 매장에 재배분해 판매 매출을 높일 수 있다"며 "하지만 RFID 기술은 앞으로 물류센터의 재고관리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 매장에서 판매관리에 포커스를 두고 활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세엠케이는 물류센터에서의 RFID 시스템 활용 다음 단계로 매장에서 RTLS(Real Time Location System, 실시간 위치추적 시스템) 적용으로 넘어갔다. 현재 시범 매장인 'TBJ' 경기 이천아울렛 매장은 RFID 안테나 설치로 본사에서 각 구역별 재고 판리가 실시간 가능하고 매장 내 제품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한 매장 로스 관리, 판매기회 손실 감축 등으로 매출을 높이는 것이 최종 목적이다.


만약 고객이 'TBJ' A 제품을 가지고 피팅룸에 들어갔다면 매장에서는 RFID 기술로 이 제품을 파악해 피팅룸 디지털 디바이스에 이와 코디할 수 있는 다른 아이템을 추천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여 고객에게 추가 상품의 판매를 권유할 수 있는 것. 뿐만 아니라 한세엠케이는 'TBJ'의 매장에서 고객들의 동선을 파악하거나 구역별 재고 상태 파악, 제품별 고객들의 피팅 경험과 구매 여부 파악 그리고 도난 방지 기능 등을 검증했다. 내년부터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요 매장부터 이를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TBJ' 롯데아울렛 이천점의 직원이 RFID 리더기를 통해 제품 정보를 체크하고 있다


◇ '떠난 고객은 돌아오지 않는다' 매장의 RFID 필수


크리스F&C 역시 전 제품에 RFID 택을 부착해 업무 효율이 최소 2~3배 높아졌다고 밝혔다. 특히 크리스F&C는 매장에서 판매직원들의 입출고 관리 업무, 로스율 관리, 임의 할인 방지, 고객들과의 분쟁 방지 등 다양한 효과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지웅 '핑' 영업이사는 "본사 직원들이 매장에서 재고조사를 할 때면 최소 반나절 이상의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2시간 이내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또 시즌 종료 후 반품을 위해서도 수일 동안 작업을 해야했던 것이 이제는 시간이 단축되어 매장주들도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며 "모든 제품에 RFID 택을 부착하고 전 매장에 RFID 리더기를 공급해야 하는 것이 비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판매 현장에서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고 정확도를 높일 수 있어 앞으로 거의 모든 브랜드에서 일반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세엠케이, 크리스F&C, 삼성물산 패션부문, 영원아웃도어, 이랜드, 케이투 등 일부 업체에 한해 RFID 시스템 도입이 이뤄졌으나 최근에는 일정 규모의 중견기업들은 RFID 시스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크리스F&C는 지난해 전 브랜드에 RFID택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물류 프로세스의 선진화를 꾀하고 있다


패션 RFID 소프트웨어 시장의 절대강자 유성소프트는 올해 이랜드, LF,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삼성물산 패션부문 등 패션 대기업들이 실질적으로 RFID 시스템을 현장에 도입하기 위한 착수 단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현재 기준으로 고작 20여개 패션업체만이 RFID 시스템을 도입했거나 개발에 착수했지만 효율성에 대한 검증 단계를 넘어선 만큼 내년에는 더 많은 업체들이 물류센터는 물론 판매 매장에서 RFID 시스템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안은희 유성소프트 대표는 "최근 패션 대기업들도 RFID택 도입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제는 물류센터뿐만 아니라 판매 매장에서의 RFID 활용을 통한 리테일 디지털 혁신이 진일보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거 POS, ERP 시스템처럼 RFID 도입 역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는 '스파오' 매장에서 RFID 활용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재고 관리는 물론 도난방지 그리고 셀프계산대에도 이를 적용했다. '스파오'의 RFID 셀프계산대는 셀프계산대에 제품을 넣으면 자동으로 RFID 택을 인식해 계산을 할 수 있어 무인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랜드는 오는 12월 6일 오픈 예정인 '스파오' 타임스퀘어점을 RFID 전용 매장 콘셉으로 오픈할 계획으로 이곳은 RFID를 활용한 고객의 데이터를 축적해 판매 촉진을 위한 솔루션 개발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패션인사이트
 황연희 기자
 yuni@f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