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패션 트렌드 예측할 ‘빅데이터’는?
2019-12-01서재필 기자 sjp@fi.co.kr
빅데이터로 기획 정확도 높이고 리스크 최소화


흔히 4차 산업혁명을 거론하며 단골 메뉴처럼 거론되는 것이 바로 '빅데이터'이다. 트렌드를 예측해 최소 2~3개월 이전에는 적정량의 상품을 제작해야 하는 산업인 만큼 패션은 이에 가장 민감한 산업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패션산업 DX의 근간이 되는 빅데이터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폭발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박씨 물고 온 제비'가 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재고 파악뿐만 아니라 다가올 시즌에 유행할 아이템 기획과 생산 수량 예측까지 빅데이터가 활용되고 있다. 빅데이터를 통해 실패하지 않는 아이템을 만들고 적정 수량만을 생산해 실패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랜드는 지난 11월 11일 솽스이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인기 상품을 타겟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SNS 플랫폼에 집중하면서 500억원 매출을 올렸다. 또한 '무신사 스탠다드'는 플랫폼 내 데이터를 활용해 기획한 슬랙스로 누적판매량 40만장을 기록하고 있다.

◇ 빅데이터 '어떻게 활용해야 하오?'


최근 글로벌에서 빅데이터를 가장 잘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으로 '자라'와 '아마존'이 거론된다. '자라'는 빅데이터를 통해 기획부터 생산, 매장 입고까지 3~6개월이 걸리는 한 시즌의 과정을 6주로 확 줄였다. 아마존은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소비자들이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미리 제안해 구매전환율을 대폭 상승시켰다.


국내에서는 플랫폼들의 PB들이 안정적인 빅데이터 활용 사례로 꼽힌다. 무신사(대표 조만호)의 PB '무신사 스탠다드'는 3500여개 입점 브랜드에서 매주 쏟아지는 7000여개 상품들의 검색 키워드와 470만명의 회원들이 다는 댓글들을 주요 데이터로 활용한다. 이를 활용해 론칭한 슬랙스는 현재까지 40만장을 팔았다. 이와 함께 코디할 수 있도록 기획한 베이직 블레이저 역시 일평균 1000장씩 판매되고 있다.


매주 쏟아지는 7000여개 상품 검색 키워드와 470만 회원들의 리뷰를 활용해 상품을 기획하는 '무신사 스탠다드'


스타일쉐어(대표 윤자영)의 PB '어스'는 플랫폼 내 검색 데이터와 직접적인 소비자와의 소통을 통해 탄생했다. 스타일쉐어 Z세대 이용자 530명을 대상으로 '올 가을 가장 입고 싶은 옷'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고 그 결과를 반영해 '쭉티' 54종을 선보였다. 1~2차


걸쳐 생산한 3만장은 80% 가량 소진됐으며 반품율은 0.9%로 현저히 낮았다.
빅데이터의 필요성은 패션산업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활용 사례가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과 인력을 갖춘 대기업 및 플랫폼들을 중심으로 빅데이터 활용 연구가 한창이다.


스타일쉐어 PB '어스'는 Z세대 이용자 530명을 대상으로 '올 가을 가장 입고 싶은 옷'에 대한 설문을 통해 만들어졌다


이랜드는 지난 11월 11일 솽스이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판매 전략으로 하루 만에 500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인기 협업 라인인 해리포터 컬렉션을 주로 구매한 고객층을 타겟으로 설정하고 이들이 가장 즐겨보는 콘텐츠인 웹드라마를 제작해 샤오홍슈, 웨이보 등 주요 SNS에 집중 홍보했다. 특히 주요 왕홍들과 협업해 라이브 마케팅을 펼치면서 온라인으로 현지 고객들과 소통하는 것이 주효했다. 앞서 이랜드는 지난 10월 모바일 금융서비스 토스(TOSS)와 손잡고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이는 '스파오' 등 대형 SPA 매장에 효과적인 결제시스템을 갖추고 더 많은 소비자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더 많은 고객 데이터를 확보해 정확도 높은 기획에 반영한다는 의도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LF가 운영하는 패션앱 LF몰은 소비자들이 평균 83.2분 머무르는 앱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그재그(80.2분), 카카오스타일(62.4분), 무신사(46.7분) 보다 높은 수치다. 이는 LF몰이 40여개 자사 브랜드와 2000여개의 입점 브랜드들의 상품들을 고객들의 취향에 맞게 큐레이팅 하기 위해 옴니어스 태거 AI를 활용해 소비자들의 검색 효율 4배가 증가한 결과다.

◇ 빅데이터 활용 사례①: 이미지


패션산업에 빅데이터가 녹아들 수 있는 부분은 무궁무진하다. 그 중에서도 기업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바로 트렌드 예측이다. 빅데이터를 통해 진짜 트렌드를 파악하고 고객들이 원하는 아이템을 기획하는 것이 선결 주제인 것이다. 최근에는 트렌드 예측을 위해 이미지 데이터가 주로 활용되고 있다. 이미지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패션 정보를 추출해 앞선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다.


최근 가장 화두로 떠오른 기술은 옴니어스(대표 전재영)에서 개발한 '옴니어스 태거'다. 옴니어스 태거는 인공지능이 사진 속에 담긴 카테고리, 색상, 기장, 디테일, 스타일 등 13가지 종류의 패션 속성을 분류한다. 이렇게 분류된 데이터들은 상품 검색 키워드 및 필터 최적화에 적용되어 소비자들이 실제로 구매하고 싶어하는 상품 기획에 반영된다.


보유하고 있는 이미지 데이터는 트렌드 세터인 1만 3000여명의 전세계 인플루언서들의 피드에서 추출했다. 여기에 70여명의 패션산업 전문가 그룹과 협업을 통해 패션기업 실무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를 선별 적용했다.


전재영 옴니어스 대표는 "국내 온라인 패션 소비자 절반 이상이 구매할 때 상품 페이지 내 리뷰와 소셜미디어의 리뷰를 참고한다. 이는 개인이 원하는 상품을 찾기 위한 적극적인 소비 행동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옴니어스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걸맞는 정확한 검색 데이터를 제공해 브랜드 및 기업의 기획력에 힘을 실어주고 재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옴니어스는 최근 LF로부터 소규모 지분 투자를 받으며 최근 패션기업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몇몇 패션기업들이 옴니어스 태거 기술을 도입해 고객 유입량 확대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또한 브랜드 및 소호몰의 채널별 판매 관리를 지원하는 셀러허브는 옴니어스 태거 AI를 적용하면서 판매자들의 매출이 10% 증가했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셀러들의 상품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200여개의 상품 속성 정보가 실시간 자동 입력되도록 검색 키워드를 가공한 것이 주효했다.


정보-제조업으로 전환 중인 패션산업(출처 : 옴니어스)


F&PLUS(대표 권혁민)도 이미지 AI 판별 기술을 활용한 솔루션으로 중국 14개 패션기업들과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F&PLUS는 브랜드의 상품 이미지를 확보한 후 경쟁사들의 매출 실적을 근거로 이미지별로 트렌드 지도를 만든다. 이렇게 한 눈에 볼 수 있게 만들어진 데이터는 베스트 상품 기획, 상품 리오더 수량 예측, 마케팅 등에 활용된다.


권혁민 F&PLUS 대표는 "전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사진 한 장은 합리적 의사 결정에 도움을 준다. 이처럼 핵심 이미지 판별 AI 기술을 가진 기업과의 협업은 시간과 비용은 물론 판매적중률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옴니어스 태거를 적용한 쇼핑몰의 소비자 화면


◇ 빅데이터 활용 사례②: 검색 키워드


더아이엠씨(대표 전채남)는 지난 2015년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협업해 트렌드 분석 AI인 텍스토미를 개발했다. 텍스토미는 네이버 및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는 단어들부터 신문, 잡지 등 미디어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을 종합해 전문적인 키워드를 생성하고 분석해 트렌드를 예측한다.


텍스토미의 강점은 이러한 분석을 통해 기업들에게 심층 보고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어글리 슈즈 열풍을 빅데이터로 분석한다고 가정하면 텍스토미는 2018년 7월부터 2019년 6월까지의 관련 키워드를 분석해 가장 많이 검색된 브랜드들의 리스트를 파악한다. 또한 소비자들의 선호도와 리뷰 등을 통해 브랜드별 장단점을 파악해 이 시장을 선도하는 실질적 리딩 브랜드를 파악한다. 현재 최대 5주 후까지의 트렌드 예측이 가능하며 최대 6개월까지 예측할 수 있도록 서비스 보완 작업이 한창이다.


김용희 더아이엠씨 서울본부 부장은 "사람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다보면 개인 의견이 반영돼 정확한 트렌드 분석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AI는 데이터에 기반해 정확한 트렌드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생산과 기획의 기준이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줘야만 확실한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빅데이터 활용은 필수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어반유니온(대표 안치성)은 온라인 쇼핑데이터와 검색량, 인기 검색어 등을 SNS 데이터와 비교해 정확도를 높인 AI 기술 '사만다 General MD(가칭)' 솔루션을 개발했다. 100만건의 표본으로 쇼핑 알고리즘을 만들어 1등부터 100등까지 판매 아이템에 정보와 1억건 가량의 연간 판매 데이터를 확보해 정확도를 높였다.


이 기술의 강점은 어반유니온의 패션 브랜드 '트랜딧(Trendit)'에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트랜딧'은 AI 기술 사만다의 빅데이터 분석 트렌드 엔진을 통해 고객 트렌드를 확인하고 그에 맞춰 매장 MD를 꾸미는 고객반응형 브랜드다. 지난 7월 홍대 AK& 매장을 원피스만 가득한 '원피스 and'로 꾸미면서 한 달 동안 1억 5000만원의 매출을 거둬 이슈가 됐다. 이는 어반유니온이 개발한 사만다 MD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다. 어반유니온은 현재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트랜딧' 1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안치성 어반유니온 대표는 "빅데이터, AI를 통해 다가오는 시즌 트렌드를 예상해 6개월 동안 제품 기획 및 생산 과정을 거치는 방식에서 벗어나 단기간 내에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상품 기획이 필요하다. 모든 카테고리에서 실제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만을 판매하는 것이 빅데이터 활용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어반유니온의 홍대 AK & '트랜딧 - 원피스and'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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