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슬래저(愛璱來貯) 마켓’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다
2019-07-15서재필 기자 sjp@fi.co.kr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시작한 애슬레저 열풍

레깅스 넘어 스포티캐주얼 및 뷰티로 영역 확장


직장인 김모 씨(男, 32세)는 매일 저녁마다 집 근처 산책로에서 가볍게 조깅을 한다. 조깅을 할 때는 ‘나이키’의 조거 팬츠와 ‘뉴발란스’ 러닝화를 애용한다. 최근 길을 걷다 보면 10~20대 학생들도 자신이 운동하면서 입는 스타일로 다니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학원 강사 길모 씨(女, 27세)는 오후 9~10시 학원을 마치면 레깅스와 오버사이즈 티셔츠로 옷을 갈아입고 피트니스를 찾는다. 뿐만 아니라 동네 친구를 만날 때에도 레깅스를 자주 입는다. 이러한 스타일에는 어글리슈즈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최근 구매했다.





전세계가 애슬레저에 열광하고 있다. 거리 곳곳에 레깅스를 입은 여성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애슬레저'는 '애슬레틱'과 '레저'를 합친 단어로 일상 생활 속에서 가볍게 즐기는 스포츠로 정의된다. 이를 넘어 가벼운 스포츠가 일상 생활에 녹아 들면서, 부담없이 입을 수 있고 스타일과 활동성을 모두 갖춘 '애슬레저' 패션이 전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사실 애슬레저는 최근 생겨난 신조어가 아니다. 1980년대 건강 스포츠 붐이 일면서 생겨났지만, 몇 해 전부터 불었던 웰빙 트렌드를 시작으로, 주 52시간 근무의 영향으로 인한 개인 여유 시간의 증대, 요가ㆍ필라테스ㆍ복싱ㆍ주짓수 등 체육활동의 다양화, 생활 체육 시설의 증가 등 다양한 요인들이 더해져 최근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0세 이상 국민 9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민생활체육 참여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생활체육 참여율은 62.2%로 나타났다. 10명 중 6명 이상이 체육 활동을 라이프스타일로서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시대를 따라 스포츠 유행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배드민턴, 테니스 등이 유행했다면, 최근에는 남녀 공통으로 조깅을 즐기고 여성은 요가 및 필라테스, 남성은 주짓수 또는 복싱을 즐긴다. 과도한 업무에서 벗어나 건강과 자기개발을 위해 스포츠를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 모두에서도 수요가 증가했다. 네이버의 '애슬레저' 키워드 검색량은 전년대비 4배 가량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매출에서도 스포츠웨어 카테고리의 매출이 지난해 30%에서 40%로 확대됐다. 더불어 애슬레저 시장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애슬레저 시장 규모는 2조원, 2020년 3조원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글로벌 스포츠의 헤리티지 라인 확장 및 스트리트 브랜드들의 합류 등으로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현 애슬레저 시장 중심 '레깅스'


현재 국내 애슬레저 시장의 주 소비자는 여성이다. 특히 여성 레깅스를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헐리우드 스타 배우들의 '원마일(1 Mile) 웨어'로 주목 받던 레깅스가 국내 2030 여성들의 데일리웨어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


2015년 '룰루레몬'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쇼룸을 오픈하며 포문을 열었고, '나이키' '아디다스' '언더아머' 등 글로벌 스포츠의 퍼포먼스 라인이 그 뒤를 이끌었다. 여기에 등산용 레깅스를 내세운 아웃도어 브랜드, '안다르' '뮬라웨어' '젝시믹스' 등 전문 브랜드들이 합류하며 7000억원으로 추산되는 레깅스 시장을 형성했다. 최근에는 '뒤란' '카인다미' 등 소재 개발에 전문성을 갖춘 기업부터 인플루언서 마켓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산업 관계자는 "아침 저녁마다 조깅하는 사람들과 레깅스를 입고 출퇴근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은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점"이라며 "점점 더 자기 자신의 건강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더 다양한 레깅스 및 애슬레저 제품들 시장에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다르' '뮬라웨어' '젝시믹스' 등이 성장할 수 있는 요인은 바로 가격경쟁력과 스타일, 그리고 온라인 유통에 있다. 실제 2030 여성들은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레깅스를 선호하지만, 가격대는 3~5만원이 적정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백화점보다는 온라인을 통한 구매가 익숙하다. 이들은 레깅스를 운동보다는 일상복이나 비치웨어로 자주 활용하고 있다.


남성 레깅스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더앤피디그룹의 '국내 남성 스포츠 의류 시장 성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러닝 및 피트니스웨어를 중심으로 애슬레저 소비가 3년간 연평균 11 %씩 늘어났다. 그 중 레깅스는 일상생활에서 활용도가 높은 실루엣 타입을 중심으로 수요가 13.7% 증가했다.


건강과 자기개발을 위해 스포츠를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 애슬레저, 라이프스타일웨어로 영역 확장


한 아웃도어 브랜드의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 3명 중 2명 이상은 트레이닝웨어를 운동복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웨어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레이닝웨어를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전체 응답자의 66%가 일상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웨어'라고 답했다. 이는 운동할 때만 입는 '스포츠웨어(30%)'라고 답한 응답자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이러한 인식을 입증하듯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트레이닝웨어를 일상에서도 활용하고 있었다. '평소 트레이닝웨어를 얼마나 자주 착용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1주일에 3회 이상 착용한다'는 응답이 무려 76%로 가장 높았다.


이처럼 트레이닝웨어가 라이프스타일웨어로 인식되면서 실제 구매 시에도 디자인에 대한 니즈가 가장 강하게 나타났다. 실제로 응답자 중 과반에 육박하는 46%가 트레이닝웨어 구매 시 '디자인'을 가장 우선순위로 꼽았다. 디자인 다음으로는 '소재 및 기능성'이 22%로 뒤를 이었고, 상대적으로 높은 응답률이 예상됐던 '합리적인 가격(19%)'이나 '브랜드 이름(13%)'은 다소 낮은 순위를 보였다.


이 브랜드 관계자는 "최근 트레이닝웨어도 트렌디한 디자인과 컬러 등을 강조하게 되면서, 과거와 달리 편안한 착용감과 스타일을 함께 갖춘 일상복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아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라며 "레깅스에 사용되는 소재와 패턴은 스윔웨어 또는 언더웨어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관련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기 쉽고, 기존 애슬레저 브랜드 역시 라인 확장이 용이해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어글리 슈즈와 오버사이즈 티셔츠 등 스트리트 캐주얼 열풍도 애슬레저 시장의 호황과 연관이 깊다. 옛 것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뉴트로' 트렌드가 가장 주요 요인이지만, 레깅스 및 조거 팬츠 등과 같이 발목을 드러내는 애슬레저가 등장하면서 자연스레 신발 디자인에도 관심이 쏠렸기 때문. 게다가 Y존이나 하체 라인이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 복부와 엉덩이를 가리는 오버사이즈 티셔츠가 함께 매칭된다.


박모 씨(직장인女, 29세)는 "퇴근 후 또는 주말 저녁 동네에서 친구를 만나거나 마트를 갈 때 등 가까운 거리에 나가면 모두 레깅스를 입는다. 하지만 허리 아래 라인이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느낌이라 엉덩이를 가려줄 수 있는 긴 티셔츠를 반드시 함께 입는다. 신발은 단화보다는 어글리 스니커즈가 무난하고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남수안 '아키클래식' 대표는 "국내 애슬레저 시장은 아직 여성 레깅스에 집중되어 있지만, 애슬레저란 결국 활동성과 세련된 디자인을 겸비한 스포티 캐주얼을 뜻한다"라며 "'아키클래식'도 이 시장에 발맞춰 정통성을 갖고 있는 어글리슈즈부터 레깅스, 트레이닝 세트, 래쉬가드 등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애슬레저 관련 뷰티도 이미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메이저 뷰티 브랜드는 물론 'MLB' 'FCMM' 등은 이미 스포츠 뷰티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인도어와 아웃도어를 넘나드는 최근 라이프스타일 스포츠 활동에 맞춰 자외선 차단 및 보습, 세정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레깅스와 함께 긴 상의 및 어글리 슈즈를 함께 매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