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스타 브랜드, O2O로 진화한다
2019-05-15서재필 기자 sjp@fi.co.kr
B2B 홀세일로 지속 성장 가능성 높여

플래그숍으로 브랜드 가치 업그레이드


온라인에서 입지를 다진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브랜딩'이다. 웹에서는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전부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명확한 아이덴티티와 감성을 전달할 수 있는 넓은 공간과 아이덴티티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VMD를 필요로 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감성을 보여주고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도다. 허나 대다수 온라인 브랜드들에게 이러한 오프라인 매장을 갖추는 것은 비용 측면에서 큰 부담이 된다. 때문에 이들은 개성 넘치는 공간 구성과 국내외 인기 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편집숍에 입점하기를 희망한다.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 직접 온라인 브랜드의 제품을 보고 체험할 수 있다면 언제든 그들을 자신들만의 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충만하다.


최근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원더플레이스'부터 '에이랜드' '비이커' '바인드' '어라운드더코너' 등은 온라인 브랜드들의 오프라인 등용문이 되고 있다. 특히 '원더플레이스' '비이커' '바인드' 등은 위탁제 일변도에서 사입제를 확대하고 있어 입점 1순위로 꼽히고 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선기획한 물량을 홀세일로 넘기면 다가올 시즌에 대한 생산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고 리스크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영민 '키르시' 대표는 "오프라인은 편집숍을 통해 전개하는 것이 고객 저변 확대는 물론 브랜딩에 도움이 된다. 특히 홀세일은 리스크를 더 낮출 수 있고, 다음 시즌 기획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더플레이스' 매장에 진열된 '키르시'


허나 모든 브랜드가 사입 제안을 받는 것은 아니고, 소위 '잘나가는' 브랜드들에게 한정되어 있다. 편집숍의 사입 제안은 브랜드에게는 최상의 선택이자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오프라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온라인 브랜드들의 체질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한 온라인 브랜드 대표는 "백화점 입점과 플래그십스토어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편집숍 위주의 유통을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인정해주지 않는 브랜드는 편집숍에서 입점 제안 조차 받지 못한다. 온라인에서도 무조건 싸게 파는 것보다는 얼마나 매력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느냐에 대한 브랜딩 관점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온라인과 오프라인 소비 성향도 한 몫 하고 있다. 온라인은 목적 구매 성격이 강한 반면 오프라인은 상품 구성과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언제든 계획 외의 소비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백화점에서 넓은 공간과 즐길 거리가 풍부한 대형몰(Mall)로 주요 오프라인 채널의 변화도 주요 요인이다. 330㎡을 훌쩍 넘는 공간에서 독특한 감도의 브랜드들을 모아 놓은 편집숍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오프라인 편집숍은 '가치' 있는 브랜드를 원한다


온라인 스타 브랜드들의 오프라인 유통에는 편집숍이 중심에 있다. 온라인 브랜드들은 최근 효율이 높은 온라인 채널에 집중하고 오프라인 확장에 인프라를 쏟는 추세다. 오프라인 비즈니스는 편집숍을 통한 전개가 주를 이루고 있다. '원더플레이스' '에이랜드'부터 대기업에서 전개하는 '바인드' '비이커' '어라운드더코너' 등의 편집숍들은 온라인 브랜드들의 주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다.


한 패션 산업 관계자는 "온라인 브랜드가 오프라인으로 가기 위해서는 편집숍을 상대로 B2B 비즈니스를 전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공급력과 가격 경쟁력, 시장이 인정하는 브랜드 가치가 더해져야 그들과 원활한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원더플레이스'는 최근 국내 대표 패션 리테일러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사입 비즈니스가 안정화되면서 지난해 매출 1700억원을 올렸다. 올해는 60여개점에서 외형 2000억여원을 바라본다.


'원더플레이스' 스퀘어원몰 인천점 내부 (메인)


최근 '원더플레이스' 간판으로 떠오른 브랜드는 '키르시' '널디' '오아이오아이' '해브어굿타임' '챔피온' 등이다. 올 하반기 '로맨틱크라운' 입점이 예정되어 있으며, '디스이즈네버댓'과 같은 스타 브랜드 영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오프라인 편집숍이 손을 내미는 브랜드들은 공통적으로 '브랜드 가치'에 집중한다. 이들은 온라인 시장에서 어느정도 검증을 완료했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플래그십스토어를 세워 이슈몰이를 하는 브랜드들도 늘어나고 있다. 안정적인 공급력과 가격경쟁력 역시 필수조건이다.


김인유 '원더플레이스' MD 팀장은 "이 브랜드가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는지를 먼저 살핀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은 상품기획력이다. 다가오는 시즌에 대해 흥행할 만한 상품을 기획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호 MPI 대표는 "오프라인은 선 공급 후 판매 구조이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시행하던 가격 정책으로 살아남기 힘들다"라며 "안정적인 공급 체계와 확실한 마진을 남길 수 있는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반드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플래그십스토어, 브랜딩 전략으로 부상


최근 온라인 브랜드들 사이에서 플래그십스토어 오픈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온라인 브랜드들은 홍대입구나 압구정 도산공원, 신사동 가로수길, 건대 등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플래그십스토어 오픈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우리는 잘나가!'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최근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전개하는 디자이너 브랜드 '준지'는 최근 서울 신사동 도산공원 인근에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보여줄 수 있는 첫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했다. 396㎡ 규모에 브랜드의 상징인 블랙 컬러로 공간을 꾸몄다. 1층에는 커피 브랜드 '펠트 커피'를 입점시켰다.


지난 4월 오픈한 '준지' 플래그십스토어


'널디'와 '디스이즈네버댓'은 지난해 홍대에 첫 플래그십스토어를 열었다. '널디'는 '집(HOME)'이라는 키워드를 활용해 편안한 가정집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1층은 자체적으로 카페를 운영해 쇼핑과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디스이즈네버댓'의 플래그십스토어는 탁트인 공간에 목조 인테리어로 마치 산장을 연상시킨다. 디자이너 브랜드 '인스턴트펑크' 역시 지난해 100억원의 투자를 받고 도산대로에 5층 규모의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했다.


'널디' 홍대 플래그십스토어

앞서 '아더에러'는 2016년 홍대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열었다. '아더에러'는 패션피플 사이에서 핫브랜드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벽돌로 만들어진 외관과 기울어진 사각형의 입구부터 남다른 포스를 뽐낸다. 전반적인 인테리어는 '아더에러'의 메인 컬러인 핑크와 블루가 어우러져 있으며 '아더에러'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보여준다. 같은 해 도산공원에는 '앤더슨벨'은 쇼룸겸 플래그십스토어가 자리잡았다. 1층은 국내외 소비자 및 바이어들에게 매시즌 새 컬렉션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꾸몄다.

'아더에러' 홍대 플래그십스토어 내부


이들의 공통점은 차별화된 공간구성으로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고,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달 열린 한 패션·뷰티·유통 CEO 포럼에서 "소비자들을 밖으로 끌어낼 수 있는 공간의 혁명적 변신이 절실하다"며 "이에 실패하면 살아남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 오프라인 단독 실패 사례 반면교사 삼아야


매출 100억원대의 온라인 브랜드들의 오프라인 시장 진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프라인 비즈니스에 대한 전문 인력과 경험이 부족하고, 오프라인 매장 전개에 필요한 고정 비용 부담 때문이다.


한 온라인 브랜드 대표는 "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 진행 이후 단독점 제의가 들어왔으나 앞선 실패 사례들을 생각하면 선뜻 결정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라며 "오프라인 시장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고 이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춘 인력도 구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매장을 꾸준히 지속하기에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다수 패션 산업 관계자들 역시 2016년 '펠틱스'부터 2017년 '팬콧', 지난해 '스위브'에 이르기까지 소위 '잘나가던' 온라인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시장에 도전했다가 적자를 헤어나오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간 사례는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현호 MPI 대표는 "오프라인 단독 매장은 전체 공간에서 구성하는 이미지가 개별 아이템보다 중요하며, 매장 특성에 따라 차별적으로 매장을 구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적정 수준의 재고 관리 및 고정 비용 등에서 나오는 리스크 관리가 필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