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네스튜디오’와 스칸디 스타일
2019-02-15박진아 IT 칼럼니스트 
럭셔리X패스트패션 결합 성과냈지만 오프라인 의존도 높아


언제부턴가 오늘날 전세계인들이 집을 짓는 건축, 실내를 장식하는 인테리어, 옷 입는 방식과 유행은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을 표방하고 있다.


2018년 봄 50억 달러 대에 브랜드 매각을 시도하기도 한 스웨덴의 패션 브랜드인 '아크네 스튜디오' 역시 스웨덴에서 출발한 '코스(COS)' '아케트(Arket)' '앤아더스토리스(&OtherStories)' '몽키(Monki)' '위크데이(Weekday)' 등과 나란히 북유럽풍 인테리어와 패션을 선도하는 브랜드다. '아크네 스튜디오'가 처음 시작한 일명 '스칸디 스타일(Scandi Style)'의 세계적인 성공 신화 뒤에는 '아크네'의 수석 디자이너 요니 요한손(Jonny Johansson)이 버티고 있다.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는 1996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설립됐다. 얼굴에 나는 미의 불청객 뽀루지 혹은 여드름이란 뜻의 아크네가 이 회사의 이름에서부터 스웨덴식 유머감각을 내포한다. 수석 디자이너 요한손을 비롯한 4인 창업자들은 '새로운 표현 창조를 위한 야망(Ambition to Create Novel Expression)'이란 영문 슬로건의 앞글자를 딴 축약어 Acne에 담긴 비전형적이고 색다른 아이러니함을 두 팔 벌려 포용한 창조적 패션 디자인을 추구한다.



(왼쪽부터) 2018 추동 Fjallraven X Acne Studios 콜라보(Courtesy: Fjallraven), 중국 베이징 산리퉁 매장의 인테리어(Courtesy: Acne) Studios

오늘날 서구의 도회적 힙스터주의와 '아크네 스튜디오'의 브랜드 성공 여정은 빨강색 스티칭의 청바지에서 출발했음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브랜드 스토리다.


부트컷 스타일이 주류이던 1900년대 '아크네'는 당시 니치 시장이던 스트레이트 진으로 승부를 걸기 시작해 오늘날 미니멀리즘풍 스트리트 웨어를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들을 겨냥한 스타일로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오고 있다. 가죽 제품군과 스니커 시장에서 경쟁할만한 제품 개발이 부진하다는 것이 '아크네 스튜디오'의 약점으로 남아있다.


◇ 현대사회적 기호학의 표출이 '스칸디 스타일'의 성공 비결


'아크네 스튜디오'의 성공 사례는 영 크리에이티브의 창조적 영감은 반드시 심오한 철학이나 거창한 브랜드 스토리에서 출발해야만 하는 것을 보여준다. 수많은 탁월한 창조적 근원이 그러하듯, 시각적 심볼은 우연과 순간적인 영감 포착의 결과물이다. 오늘날 '밀레니얼 핑크(millennial pink)'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아크네 스튜디오'의 심볼이 된 핑크색 쇼핑백과 포장용 박스는 늦은밤 일하던 요한손 수석 디자이너가 책상 위에 널부러져 있던 분홍색 식품포장지에서 영감받은 것이었다. 핑크에 베이지색을 혼합한 친근하고 포근한 밀레니얼 핑크는 테크가 지배하는 자칫 차갑고 비정한 21세기 현대사회 젊은이들에게 포근함과 위안을 주는 '컬트' 색이 됐다.


비유하자면 '아크네'는 '버버리'와 '탑샵'의 혼연일체다. 럭셔리 패션과 저가 패스트패션풍 기능주의를 한 제품 속으로 융합시켜서 럭셔리 패션에 익숙하지만 실용적인 의류를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의 구미를 한데 충족시킨다. 아크네 소비자들이 유튜브에서 언박싱 세리머니를 하고 온라인 경매사이트에서 핑크색 쇼핑백이 컬렉터 아이템으로 매매되기도 하면서 애플과 유사한 컬트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렇게 되기까지엔 '아크네'가 심플한 캐주얼 패션을 준 럭셔리급으로 가격을 책정한 것도 한 몫을 한다.


예컨대 2018년 추동 '아크네 스튜디오' X '피엘라벤(Fj?llr?ven)' 아우터웨어 콜래보레이션은 력셔리와 기능성 의류를 결합한 사례다. 스칸디나비아 어린이들이 어릴적 입던 패딩 자켓에 결부된 순수한 동심, 자연친화성, 북극에 가까운 스웨덴의 혹독한 겨울에서도 땀이 나게 할 만큼 보온성이 좋은 기능성을 한 패션 아이템에 녹아낸 결정체라는 기호학적 의미가 숨어있다.


서로 부딪히고 각축하는 대담한 원색 위주의 색상 또한 원색은 단순하거나 촌스럽지 않고 '쿨'하다고 인식을 재프레이밍하는 효과를 주는데 성공했다.


◇ 현대미술과 패션의 융합


소통의 매개 수단으로서 연2회 발행되는 『아크네 페이퍼(Acne Paper)』 지가 창간된 해는 2005년. 편집장의 의도나 상업적 이해관계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독립(independent)' 매체를 내건 인쇄매체로서 문학, 미술, 사진, 패션, 음악, 무대, 연예 예술 분야를 두루 포용하는 범예술적 이슈를 다루는데 이 역시 지극히 스웨덴적 미학의 산물이다. 스웨덴 출신의 전설적인 영화감독 잉그마르 베르히만(Ingmar Bergman)의 시네마가 인쇄물로 재탄생했다면 아크네 페이퍼의 룩(look)을 선택 했을 것이다.


페르손과 카를손은 아크네 페이퍼의 스타일 발전은 순수한 자유방임과 창조적 자유에 내맡긴 결과라고 평가하지만 실은 치밀히 계산된 엄격근엄주의 스웨덴식 사고방식에 근거하고 있다. 당시 편집장을 맡은 토마스 페르손(Thomas Persson)과 패션 디렉터 마티아스 카를손(Mattias Karlsson)은 눈에 띄게 노골적인 상업적 의도가 완전히 제거된 문학과 큐레토리얼 크로스오버(crossover) 접근방식을 취했다. 종이는 반드시 무광택을 사용해 근엄한 우아함을 추구한다.


'아크네' 브랜드도 거의 눈에 띄지 않을만큼 미묘하고 은근한 색채, 서체, 흑백과 바랜 듯한 천연색 사진, 클래식한 세리프 서체를 채택하고 광고는 일체 게재하지 않는다.


◇ '아크네 스튜디오' 소수 투자 매각


'아크네 스튜디오'는 강력한 모던 컨템포러리 럭셔리 패션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굳힌 것은 사실이지만 작년 한 해 사이 럭셔리 패션시장의 분위기는 다소 냉랭해진 것이 사실이다.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던 국제 럭셔리 시장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으로 주춤했다. '아크네 스튜디오' 역시 지난해 성장 둔화와 주가 하락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시장 특히 중국 내 젊은 소비자들의 수요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액 2억2천100백만 달러, 순이익 3천 500 만 달러(Ebitda 지표 기준)를 달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 투자사 IDG 캐피털과 홍콩 투자사 I.T 그룹에 각각 지분 30.1%와 10.9%를 매각했다.


'아크네 스튜디오'가 극복해야 할 숙제는 또 있다. 인터넷 플랫폼을 통한 D2C 패션이 급속히 패션시장 점유율을 재빨리 앗아가고 있지만 '아크네 스튜디오'의 매출 절반은 여전히 전세계 600여 도매유통업 네트워크에 의존한 오프라인 매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크네 스튜디오'의 창업자들도 인정하고 있듯 지난 수 년간 이 브랜드의 성공은 '노르딕 시크(Nordic chic)' 트렌드 시류와 1년중 7~8개월이 겨울인 스웨덴의 기후적 특성을 '쿨(cool)'한 것으로 승화시킨 사고적 전환의 산물이다. '쿨'은 시대와 유행에 따라 진화하는 법이고 '아크테 스튜디오'도 그에 맞게 진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