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리점 ‘수주 사입제’로 풀어볼까?
2018-08-06이아람 기자 lar@fi.co.kr
점주는 전문성 확보하고, 본사는 판매 적중률 높여야

국내 패션 산업의 원동력으로 불리던 노면 상권 유통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경기 부진의 여파와 골목 상권까지 진입한 대형 유통으로 대리점들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현재 노면 상권 점주들이 말하는 가장 큰 문제는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고객들은 집객 동원력을 갖춘 대형 쇼핑몰로 이동했고 온라인 시장의 확대는 노면상권으로의 입객을 막고 있다. 매출 외형은 줄어들고 있지만 임대료와 인건비는 오히려 상승하며 이익률은 감소하는 현상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최근 대리점 유통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 가운데 1순위로 ‘수주 사입제’에 대한 논의가 부상하고 있다.

패션 기업 한 관계자는 “지속적인 경기 악화도 문제점이지만 국내 패션이 지닌 구조적 유통 구조의 혁신이 이루어져야 할 때가 왔다. 기존 본사 중심의 위탁 시스템에서 수주 사입제를 도입, 선진 유통 시스템으로의 전환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

현재 국내 패션 기업들이 대부분 활용하고 있는 위탁 시스템은 본사가 상품 100%를 대리점에 제공하고 대리점은 판매 금액 중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다. 본사 입장에서는 재고 및 생산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게 작용한다. 반면 수주제는 본사의 재고 및 생산비 부담이 없는 대신 대리점이 재고와 수주 비용을 떠안는다. 대신 판매에 대한 재량권과 높은 마진율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최악의 경기 상황을 보이고 있는 현재 노면상권 점주들에게 재고 부담과 투자 비용이 소요되는 수주 사입제 도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수주제의 도입에는 점주의 안목과 능력이 최우선으로 작용하지만 역량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단순 판매가 아닌 상품의 판매 수요를 예측하고 바라보는 감각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최소 4~5개 이상의 매장을 운용해야 매장간 이동을 통해 사입 리스트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여기에 브랜드 파워가 유통과 소비자 눈높이보다 높아야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 보편적인 생각이다.

현재까지도 일부 수입 브랜드와 ‘나이키’, ‘아다다스’ 등 글로벌 스포츠 일부만이 수주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오랜 기간 수주 사입제도를 도입했던 ‘노스페이스’와 ‘리바이스’도 위탁체제로 돌아섰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 상품 설명회


◇절충형 수주 사입제 도입되나
복수의 전문가들은 100% 수주를 진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절충형 수주 사입제, 혹은 절충형 위탁제를 도입, 본사와 대리점이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예컨데 매시즌 기획 단계에서부터 베스트 아이템을 선정해 수주 사입제로 변형하는 방식이다. 선 기획을 통해 본사 차원에서 정한 전략 상품군을 수주제로 변경하고 대리점 점주들이 수량을 결정해 본사 생산량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이 상품은 철저하게 개별 마케팅으로 고객에게 선보여진다. 본사 차원에서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이익을 보장 받을 수 있으며 대리점주 역시 베스트 아이템에 대한 마진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스포츠와 아웃도어 등 노면상권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일부 브랜드는 지난 시즌 폭발적 판매를 보였던 벤치파카 아이템으로 사입제를 시행했다. 타 복종에 비해 대리점주들의 역량과 투자 능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기획 시즌부터 참여가 아닌 생산 후에 사입 여부에 대해 논의되는 만큼 대리점에 공급되는 사입 마진률도 낮을 뿐만 아니라 넥스트가 없는 한정적인 도입에 그치고 있다.

즉 일시적인 것에서 벗어나 전략적으로 3~4개 베스트 아이템을 선정하고 제품 기획 단계부터 사업 마진과 수량을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 되어야 한다,

아웃도어 기업 한 임원은 “기본적으로 대리점은 기존 통상적인 45~50%의 마진률 보다 높게 공급받는 것이 선행되어야 제도가 활성화될 것이다. 본사 차원에서도 불경기에 재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향후 더욱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위탁제는 빠른 볼륨화가 가능하게 했지만 과잉 공급으로 인한 문제점이 도를 넘게 됐다. 경기 불황으로 재고가 쌓여가며 상시적인 할인 상태에 빠졌고 소비자들도 이월상품 구매에 집중하는 현상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수주제 도입은 건전한 아울렛 시장 육성도 가능하고 이는 노면 상권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첨스’ 수주회의


Interview <신중론>
이재연 충장로 에스마켓 점주

수주제도의 도입은 본사 차원에서는 안정된 영업을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지만 대리점주 입장에서는 재고에 대한 리스크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과거 보세 매장을 크게 운영한 노하우로 사입 비즈니스를 경험해 봤지만 최근과 같은 경기 악화 현상에서는 위탁제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 

10장을 사입해 8개를 판다면 물론 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5~6개의 수량이 판매된다면 본전인 셈이다. 전국 각지에 대형 아울렛이 들어서 있는 만큼 신상품으로 승부를 본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것이 현재 국내 패션이라고 본다.

국내 시장은 철저한 사전기획에 의해 움직이기 보다는 반응 생산에 의존하고 있다. 즉 시즌 초 팔리는 상품은 즉각적인 리오더를 통해 매장에 유입되지만 수주제의 경우 현실적으로 리오더가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또 수주 사입 비즈니스에서는 점주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고 능력있는 직원을 뽑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5개 이상의 대형 매장을 운용하는 점주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해볼 수 있는 비즈니스다. 제품의 로케이션을 통한 물량 분배도 자유롭고 재고 물량을 자체 아울렛으로 판매하면서 수익 모델로 이용이 가능할 것이다.


Interview <긍정론>
이우진 아디다스코리아 부장

수주제도의 도입은 비단 가두점들이 높은 마진을 얻을 수 있다는 기초적인 면도 작용하지만 건전한 유통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이기도 하다. 본사 차원의 기획은 많은 재고를 양산하고 이는 브랜드들이 아울렛에 대거 입점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즉 신상품을 팔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고 소비자에게 이월 제품을 구매하게 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수주제의 문제점도 있다. 브랜드가 해당시즌 컨셉을 정하고 밀고 싶은 제품을 홍보하지만 점주들은 자신의 구미에 맞는 제품들을 사입함으로써 매장별로 통일성을 주지 못한다. 또 최근에는 공정위에서 사입 상품에 대한 본사의 제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어 매장관리 역시 허술하게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수주사입제를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일부는 사입제가 주는 강점에 위탁제 등을 결합하거나 법률적인 면을 보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즉 국내에만 존재하고 있는 위탁제도 역시 보완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즉 위탁제는 수주제를, 사입제는 위탁제를 일부 가져가면서 각각의 강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야하는 시기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