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ndi
Review 만약 당신이 패션계에 대해 단편적으로 알고 있다면 ‘펜디’라는 최고급 모피를 다루는 패션 브랜드의 품위 있고 격조 높은 패션쇼에서, 명색이 패션계의 제왕으로 불리는 칼 라거펠트 할아버지의 유머를 마주하는 것은 당황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칼 라거펠트가 본인 스스로를 캐릭터화 하고 복제하여 상품화 하는 것이 즐긴다는 것까지 알고 있다면, 그냥 ‘아, 저 할아버지 여전하네.’ 하며 마음 놓고 편히 웃어주면 된다. 그것이 칼 라거펠트가 80년대부터 밀어왔던 자신의 시그니처 디자인 방법이니까.
2014 F/W ‘펜디’ 패션쇼의 첫 장을 연 모델의 손에는 마치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의 손오공처럼 작고 귀여운 칼 라거펠트 인형이 대롱대롱 매달려 나왔다. 모피와 펠트 등으로 만들어진 이 인형은 2013 F/W ‘펜디’ 컬렉션에서 선보인 가방에 달린 먼지벌레 캐릭터의 연장선상처럼 보이기도 했다.
컬렉션은 전반적으로 몽환적이고 시적인 인상을 주었다.
흡사 진짜 꽃같이 너무나도 생생한 호접난 모양의 브로치가 겨울 소재 모피와 어우러졌고, 얇은 폭의 트리밍용 모피를 원피스에 부분적으로 붙여서 커다란 바위에 자라난 생명력 강한 잡초처럼 보...more
Review 만약 당신이 패션계에 대해 단편적으로 알고 있다면 ‘펜디’라는 최고급 모피를 다루는 패션 브랜드의 품위 있고 격조 높은 패션쇼에서, 명색이 패션계의 제왕으로 불리는 칼 라거펠트 할아버지의 유머를 마주하는 것은 당황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칼 라거펠트가 본인 스스로를 캐릭터화 하고 복제하여 상품화 하는 것이 즐긴다는 것까지 알고 있다면, 그냥 ‘아, 저 할아버지 여전하네.’ 하며 마음 놓고 편히 웃어주면 된다. 그것이 칼 라거펠트가 80년대부터 밀어왔던 자신의 시그니처 디자인 방법이니까.
2014 F/W ‘펜디’ 패션쇼의 첫 장을 연 모델의 손에는 마치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의 손오공처럼 작고 귀여운 칼 라거펠트 인형이 대롱대롱 매달려 나왔다. 모피와 펠트 등으로 만들어진 이 인형은 2013 F/W ‘펜디’ 컬렉션에서 선보인 가방에 달린 먼지벌레 캐릭터의 연장선상처럼 보이기도 했다.
컬렉션은 전반적으로 몽환적이고 시적인 인상을 주었다.
흡사 진짜 꽃같이 너무나도 생생한 호접난 모양의 브로치가 겨울 소재 모피와 어우러졌고, 얇은 폭의 트리밍용 모피를 원피스에 부분적으로 붙여서 커다란 바위에 자라난 생명력 강한 잡초처럼 보였으며, 마지막에 등장한 의상들은 마치 은하계 저 멀리서 새로 태어난 행성을 표현한 듯 보였다.
스포티하게 표현된 ‘펜디’도 신선했다. 모피로 만들어진 블루종, F/W 시즌임에도 매쉬 소재와 모피를 함께 사용하거나, 발목을 올라오는 하얀색 신발은 복고풍의 농구화 같은 느낌을 주었다.
디자인을 하는데 있어 브랜드 정체성을 위해 제한된 소재를 써야 한다거나, 금기 시 되는 주제 등을 제한하는 것은 무한한 상상력을 뻗어가지 못하게 막는 듯 보인다.
하지만 오히려 그 제한된 조건 속에서 더 다양한 디자인과 창의적인 생각이 나오기도 한다. ‘펜디’와 칼 라거펠트가 70년대부터 긴 호흡을 맞춰 올 수 있었던 것은 오히려 이렇게 제한된 조건 때문이었으리라. fo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