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좋은 브랜드 없나요?”

2006-08-25 박찬승 기자 pcs@fi.co.kr

브랜드 품귀현상에 인수 시장서 칙사 대접 받아

#1. 올 가을 패션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한 유통업체. 지난 5월부터 디자인과 기획 인원 구성을 마치고, 가을·겨울 상품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이 업체는 최근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조직과 상품, 자금도 있지만 브랜드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가칭이지만 자체 개발한 브랜드는 있다. 하지만 이 업체가 생각하는 패션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좀 더 인지도 있는 브랜드가 필요했다. 당초 이 업체는 조직을 구성해 상품을 준비한 후 브랜드가 인수되면 여기에 이를 더할 생각이었다. 이에 여러 루트를 통해 인지도 있는 브랜드 인수작업을 진행해 왔는데, 브랜드가 생각처럼 쉽게 구해지지 않는 것이다.
#2. 내년 봄 패션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또 다른 업체. 이 업체는 당초 자체 개발한 브랜드로 사업을 진행하려 했다. 이에 여러 날 고심 끝에 2개의 브랜드를 정해 등록하려 갔더니 등록이 안 된다는 것. 하나는 이미 다른 사람이 등록했고, 또 다른 것은 이미 등록된 브랜드와 유사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 업체는 자체 개발 계획을 접고, 기존 브랜드 중 중단한 브랜드 인수 쪽으로 전략을 바꿔 추진하고 있다.

브랜드 품귀현상에 브랜드가 귀하게 대접받고 있다.
심지어 브랜드가 없어 사업 일정을 수정하거나 보류하는 경우도 관측되고 있다.
브랜드가 이처럼 귀해진 이유는 뭘까?
우선 신규 등록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몇 날을 고민해 등록하려 해도 이미 등록돼 있거나 이미 등록된 브랜드와 유사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변리사는 “브랜드 등록이 가장 어려운 업종이 둘 있는데 하나가 요식업이고 다른 하나가 의류”라고 말했다.
시장에 나와 있는 브랜드가 거의 없다는 것도 이유다.
부도난 브랜드나 전개를 중단한 브랜드를 이미 이랜드와 같은 업체가 최근 2~3년 사이에 독점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남아 있는 브랜드는 소유 관계가 복잡하거나 분쟁 중이어서 팔 수 없는 상황이 대부분.
설령 팔 수 있는 브랜드라도 인수가 어렵긴 마찬가지다. 소유업체에서 재런칭 또는 기업 이미지 저하를 염려해 매각 생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브랜드 전개를 중단한 채 소유만 하고 있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몇 억 매각 대금을 받아봤자 뭐하냐. ‘누구누구 대기업 브랜드 매각’으로 언론 등에서 다뤄지면 괜히 기업 이미지만 나빠지지 않냐”고 말했다.
자체 브랜드 개발이 어려워진 것도 한 이유다. 소비자들의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까다로워지면서 브랜드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실제 직수입을 포함해 매년 200여 브랜드가 신규 출시되지만 이 중 국내시장에 안착하는 브랜드는 10%도 안 되는 것이 현실. 이조차 최근 수년간은 더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이러다 보니 갈수록 선택 가능한 브랜드 수가 줄고 브랜드 인수 또한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체들의 부추김도 브랜드 품귀현상에 한몫하고 있다.
성장 시장으로 주목 받고 있는 남성 캐주얼 시장에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성장 전망이 밝다 해도 매장 확보가 먼저고, 이를 위해서는 유통업체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 아무리 좋은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안한다고 해도 유통업체들은 그에 앞서 브랜드 인지도를 우선시한다. 브랜드도 자체 개발한 것은 인정해 주지 않고 해외 라이선스 브랜드나 부도나 중단된 것 중 인지도 높은 브랜드를 구해 오라는 것이다”며 “이런 환경에서 누가 돈 들여 브랜드를 자체 개발하려 하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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