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선택기준이 바뀌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은 자기만의 분명한 소비기준을 가지고 자기에게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필요없는 씀씀이는 과감히 줄이는 소비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가치지향 소비가 확산됨에 따라 패션시장에도 가격이 싸면서도 효용가치가 높은 중저가 브랜드들이 주류를 형성하게 됐다.
「지오다노」 「티비제이」 「클라이드」 「마루」 「니」 「베이직하우스」 등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들은 단기간에 1~2천억원대의 대형 브랜드로 성장하면서 국내 패션시장의 주축으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여성과 남성시장에서도 가격경쟁력 높은 브랜드들이 세력을 확대하는 등 중저가시장은 패션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백화점시장에서도 「라인」 「머스트비」 등의 중저가 브랜드가 기존 중고가 브랜드 매출을 앞서기도 했다.
이러한 중저가 브랜드들은 다수의 ‘대중(Mass)’들에게 새로운 ‘가치(Value)’를 주고 있다는 의미에서 ‘매스밸류(Mass-Value) 브랜드’란 새로운 세력을 형성하고 있으며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매스밸류 마켓’을 만들고 있다.
특히 매스밸류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의 소비행태 변화 ▷아웃렛타운, 할인점, 무점포 등 다양한 신유통의 활성화 등에 힘입어 한국 패션시장의 주류로 성장했다.
- 왜 중저가인가?
최근 패션시장의 어려움은 불황으로 인한 소비위축이 1차적인 요인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패션상품에 대한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패션은 소비자들의 최우선 선택 품목이었다. 당시 10대들은 한달 용돈보다 많은 청바지를 사 입었으며 심지어 패션상품 구매를 위한 ‘계’를 만들만큼 패션이 구매 1순위였다. 그러나 현재의 소비자들은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폰 등 최신 전자제품을 사는데 호주머니를 털고 있다”고 말했다.
쓸 돈은 한정돼 있는데 전자제품에 1순위를 빼앗김에 따라 패션상품은 값싼 중저가 제품밖에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버블시대를 거친 소비자들은 가격이 싸더라도 품질이나 디자인이 받쳐주지 않으면 지갑을 열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가격 이상의 가치’를 패션업체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한 첫 번째 전제조건이 ‘부담없는 가격’이다.
- 누가 ‘매스밸류 마켓’의 주인인가?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판매하기 위해서는 대량생산과 대량판매를 할 수 있는 소싱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또 유행경향을 분석하고 판매를 예측할 수 있는 전산망과 최고의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생산력, 전국 각지에 산재해 있는 매장에 제때에 공급할 수 있는 물류에 이르기까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소싱력을 바탕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제때에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 기업만이 매스밸류 마켓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또 이러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산업체, 유통업체 등 관련업체들과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유통도 이러한 매스밸류 브랜드들이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만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지 않는다.
최근 아웃렛타운이 전국적으로 활성화되고 있지만 쇼핑환경이나 매장구성, 마케팅 등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
또 할인점과 홈쇼핑 등의 신유통도 자기만의 이익만을 따지기보다는 파이를 키워서 더 많은 이익을 나눌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
전문가들은 “백화점 위주로 영업을 전개했던 여성복 업체들이 부도 혹은 영업을 중단하는 것은 백화점과 패션업체간 비효율관계가 표면화되고 있는 것이다. 소프트가 없는 유통업체는 아무리 좋은 하드웨어를 갖추더라도 생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소비의 선택과 집중이 유통에도 나타나고 있다. 패션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거품을 제거했듯이 유통도 최근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패션기업들의 가치를 이해하고 이들과 진정한 파트너십을 모색해야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