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과 리빙, 경계가 사라진다

2026-08-18 김희정 기자 heejung@fi.co.kr

패션 플랫폼은 홈·리빙으로, 리빙 플랫폼은 라이프스타일로

‘카테고리’ 넘어 ‘취향’ 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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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편집샵 '이구홈 성수'



패션 플랫폼, 리빙을 품다


국내 주요 패션 플랫폼들이 잇따라 홈·리빙 카테고리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패션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주요 플랫폼들이 홈·리빙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의류 중심으로 경쟁하던 플랫폼들이 침구와 생활용품, 소형가전까지 상품군을 넓히며 소비자의 일상 전반을 공략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히 취급 품목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선다. 의류는 계절성과 유행의 영향을 크게 받는 반면, 일부 생활용품은 반복 구매가 발생하고 가구 등은 상대적으로 객단가가 높아 플랫폼 입장에서 새로운 매출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기존 고객의 구매 빈도와 체류 시간을 높일 수 있는 인접 카테고리라는 점도 리빙 시장의 매력이다. 소비자 역시 하나의 플랫폼에서 패션과 생활용품을 함께 탐색하고 구매하는 원스톱 쇼핑에 익숙해지면서 플랫폼들의 카테고리 확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확장은 패션 플랫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리빙 전문 플랫폼도 브랜드 커머스와 오프라인 공간 전략을 앞세워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공간을 하나의 취향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플랫폼들은 ‘의·식·주’가 아닌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새로운 기준으로 소비자를 묶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눈여겨볼 점은 온·오프라인 전략이 함께 움직인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축적한 소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기획하고, 매장에서 확인한 소비자 반응을 다시 상품 개발과 큐레이션에 반영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단순히 상품군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경쟁력 자체를 확장하는 과정인 만큼, 시장에서는 앞으로 1~2년이 각 플랫폼의 리빙 사업이 실제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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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스탠다드 홈' 선풍기 6종



PB부터 큐레이션까지 리빙 공략법


패션 플랫폼들의 리빙 시장 공략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PB(자체 브랜드)를 직접 개발해 카테고리를 넓히는 방식이다. 무신사는 2024년 ‘무신사 스탠다드 홈(MUSINSA STANDARD HOME)’을 선보이며 의류 중심이던 PB를 생활용품으로 넓혔다.


특히 지난해 처음 선보인 선풍기 3종이 1만3000개 이상 판매되며 가능성을 확인했고, 올해는 냉감 라인 ‘쿨탠다드’를 기반으로 무선 서큘레이터와 탁상형·클립형 제품 등을 포함해 6종으로 라인업을 확대했다. 이에 힘입어 무신사 스탠다드 홈의 올해 1~5월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했다. 기존 패션 브랜드의 경쟁력을 생활용품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한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둘째는 큐레이션 경쟁력을 앞세운 전략이다. 29CM는 홈 카테고리를 ‘이구홈’이라는 독립 브랜드로 운영하며 패션에서 쌓아온 감도 높은 큐레이션을 인테리어·리빙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단순히 상품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과 브랜드 스토리를 중심으로 소비자의 취향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이구홈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성수에 이어 여의도와 영등포 타임스퀘어 등으로 접점을 확대하며 온라인에서 구축한 큐레이션 역량을 실제 공간으로 옮기고 있다. 트렌드 상권에서 생활밀착형 복합쇼핑몰 상권으로 접점을 넓히면서 고객층을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에이블리도 뷰티와 리빙, 디지털 상품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대하며 패션 중심 플랫폼에서 종합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패션 플랫폼들의 확장은 특정 상품군을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기존 고객의 생활 전반을 플랫폼 안으로 흡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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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인테리어 플랫폼을 넘어 오프라인 공간과 시공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오늘의집



리빙 플랫폼도 영역 확대


카테고리 확장은 이제 패션 플랫폼만의 전략이 아니다. 리빙 플랫폼 역시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같은 소비자를 겨냥하고 있다. 과거 패션 플랫폼이 리빙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았다면, 이제는 리빙 플랫폼이 브랜드와 공간, 콘텐츠를 앞세워 라이프스타일 시장으로 확장하는 양방향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늘의집’이다. 인테리어 플랫폼으로 출발한 오늘의집은 가구와 소품 판매를 넘어 자체 브랜드와 오프라인 공간, 시공 서비스까지 사업을 확대하며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를 이어가고 있다.


성과도 뚜렷하다. 오늘의집 운영사 버킷플레이스는 2025년 매출 3215억 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연매출 3000억 원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11.7% 증가한 규모로, 11년 연속 두 자릿수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인테리어 시공 사업 매출이 전년 대비 3.5배 성장하며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했다.


오프라인 접점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첫 오프라인 쇼룸 ‘오늘의집 북촌’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는 ‘오늘의집 인테리어 판교라운지’를 열었다. 온라인에서 축적한 콘텐츠와 커머스 역량을 실제 공간과 시공 상담으로 연결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접점을 넓히는 전략이다. 여기에 물류 인프라를 강화하고 자체 브랜드와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등 상품과 서비스 전반의 경쟁력도 높이고 있다.


결국 패션 플랫폼은 리빙으로, 리빙 플랫폼은 라이프스타일로 영역을 넓히면서 서로의 시장을 넘보는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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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의 디자인 역량을 홈·리빙으로 확장한 H&M Home



글로벌 시장은 이미 라이프스타일


글로벌 시장에서는 패션과 리빙을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연결한 브랜드들이 일찍부터 등장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H&M과 무인양품이다.


H&M은 2009년 홈·리빙 브랜드 H&M Home을 론칭하며 패션에서 축적한 디자인·텍스타일 역량을 홈 영역으로 확장했다. 침구와 테이블웨어, 욕실용품,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상품군을 넓혔으며, 이후 홈 텍스타일을 넘어 가구와 조명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대했다. H&M Home은 현재 H&M 매장 내 숍인숍과 온라인, 별도 콘셉트 매장 등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반면 무인양품은 처음부터 의류와 생활용품, 식품, 가구를 하나의 브랜드 안에 담아낸 대표적인 라이프스타일 기업이다. 리빙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아니라 브랜드 철학 그 자체에 가깝다. 국내에서도 매장 확대와 상품군 확장을 동시에 추진하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들 글로벌 브랜드와 비교하면 국내 플랫폼들의 전략은 조금 다르다. H&M Home이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디자인 경쟁력을 홈으로 확장한 모델이라면, 무인양품은 일관된 브랜드 철학을 기반으로 의류와 생활 전반을 아우른 모델이다. 반면 국내 플랫폼들은 온라인에서 축적한 소비 데이터와 큐레이션 역량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하고, 이를 홈·리빙 상품과 오프라인 공간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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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부터 생활용품·가구·식품까지 다양한 상품군을 하나의 브랜드로 전개하는 무인양품



카테고리 넘어, 소비자 일상으로


패션과 리빙의 경계는 앞으로 더욱 희미해질 가능성이 크다. 플랫폼들이 경쟁적으로 카테고리를 확대하는 이유도 단순히 상품 수를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소비자의 일상 전반을 아우르며 더 오래 머물게 하고, 더 자주 구매하도록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하지만 리빙 시장은 패션과 사업 구조가 다르다. 가구와 생활용품은 배송과 설치, 시공, 사후관리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단순히 상품을 많이 확보한다고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온라인 플랫폼들이 최근 오프라인 매장과 체험 공간을 확대하는 것도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오늘의집이 매출 첫 3000억 원 돌파라는 기록에도 영업손실을 낸 것이나, 무인양품이 흑자 폭을 키우면서도 유상증자로 추가 실탄을 확보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카테고리 확장 초기에는 매장과 물류, 인력, 기술 등에 대한 선행 투자가 필요한 만큼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함께 달성하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패션과 리빙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 플랫폼의 경쟁력은 더 이상 특정 상품군에 머물지 않는다. 소비자가 무엇을 입고, 무엇을 먹고, 어디에서 생활하고, 어떤 공간을 원하는지까지 이해하고 제안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결국 다음 시장의 주도권은 가장 많은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보다 소비자의 ‘취향’을 가장 폭넓게 이해하고 연결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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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집이 직접 만든 자체제작 브랜드 ‘l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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