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는 옛말”…패션 리세일 시장, 新소비 문화로 자리 잡다

2026-03-19 김희정 기자 heejung@fi.co.kr

글로벌 시장 2,000억 달러 돌파…국내 리커머스도 연 11% 성장세



한때 ‘싸구려’나 ‘벼룩시장’으로 통하던 중고 패션이 이제는 ‘리커머스(recommerce)’라는 이름으로 새 옷을 입었다.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 명품 가격의 지속적 인상, 그리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맞물리면서 패션 리세일 시장이 국내외에서 빠르게 구조화되고 있다. 이제 리세일은 안목 있는 소비자들의 전략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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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유즈드는 판매자가 상품을 유즈드백에 담아 보내기만 하면 수거부터 촬영, 케어, 등록,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대행하는 ‘C2B2C(소비자-기업-소비자)’ 모델로 큰 호응을 얻고있다.



글로벌 시장 2,000억 달러 돌파…성장 가속화


글로벌 의류 리세일 시장은 2025년 약 2,000억~2,3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며 2029년에는 약 3,670억 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ThredUp 2025 리세일 리포트 기준). 특히 럭셔리 리세일 시장은 2024년 약 325억 달러에서 2030년 약 5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연평균 약 7.5%의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리커머스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13.3%의 고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2025~2029년에도 연 9.2%의 성장이 예상된다. 2025년 시장 규모는 약 52억 달러(약 7조 원대)에 달하며, 2029년에는 75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소비자 10명 중 6명 이상(61.5%)이 2023년에 중고 명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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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FnC의 리세일 플랫폼 ‘오엘오 릴레이 마켓’이 올해부터 리세일 매입 대상을 타사 브랜드까지 확대하고 외연 확장에 나선다.



브랜드·패션기업도 적극 동참


리세일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되자 브랜드와 패션 대기업들도 직접 뛰어들기 시작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리세일 플랫폼 ‘오엘오(OLO) 릴레이 마켓’의 매입 대상을 기존 자사 브랜드에서 타사 브랜드까지 대폭 확대했다. 올해부터 해외 유명 브랜드부터 국내 아웃도어, 이머징 브랜드까지 약 160개 브랜드의 상품을 매입한다. 현재 매입 상품의 판매율이 85%에 달하며, 신제품 대비 평균 60~80% 수준의 가격으로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동시에 코오롱몰로의 재구매(락인 효과)를 강화하는 전략이다.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도 리세일 전문 기업 마들렌메모리와 손잡고 자사 공식 온라인몰 내 ‘디스커버리 리마켓’을 공식 오픈했다. 제품 등록부터 검수, 거래, 마일리지 적립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자원 순환형 플랫폼으로, 중고 상품 판매 시 신상품 구매에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 리워드 제도를 도입했다. 브랜드 측은 이를 ESG 경영의 일환이자 지속가능한 웰니스를 실천하는 프로젝트로 규정하며, 단순 아웃도어 브랜드를 넘어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생활문화기업 LF도 지난해 9월 리세일 마켓 서비스 ‘엘리마켓(L RE:Market)’을 정식 론칭하며 리커머스 대열에 합류했다. 마들렌메모리와 제휴해 LF 주요 브랜드 제품의 중고 거래를 지원하는 구조로 고객이 판매를 신청하면 엘리마켓이 수거·검수·매입가 산정·등급 분류·재판매까지 전 과정을 일괄 처리한다. 판매 대금은 LF몰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엘리워드’로 지급되어 고객을 자사 생태계 안에 붙잡아두는 락인 구조를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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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버리 자사 공식 온라인몰 내 오픈한 ‘디스커버리 리마켓’은 자원 순환형 거래 플랫폼으로, 소비자가 직접 참여해 제품의 가치를 다시 순환시키는 지속가능한 소비 경험을 제안한다.



대형 플랫폼 참전으로 판 커진다


리세일 시장의 판을 가장 크게 흔들 변수는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등장이다. 무신사는 지난해 8월 ‘무신사 유즈드(MUSINSA USED)’를 정식 론칭했다. 단순히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기존 중고 거래 플랫폼과 달리, 무신사가 상품 수거부터 검수·양품화·촬영·판매·배송·CS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하는 위탁 완전관리형 모델이다. 판매자는 전용 백에 옷을 넣어 수거 신청만 하면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처리되며 정산은 무신사머니로 이뤄진다.


성과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2025년 11월 거래액은 전월 대비 31% 증가했으며, 같은 달 둘째 주 기준 하루 평균 2,100여 벌의 신규 의류가 등록됐다.


대형 플랫폼이 리세일 시장에 진입한 만큼 검수 인프라의 고도화가 시장 전체 신뢰도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백화점도 중고 옷 수거 시대…롯데·현대 전면 도입


리커머스 흐름은 오프라인 백화점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025년 ‘그린 리워드 서비스’를 시작해 준지·띠어리·아크테릭스 등 151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고객이 의류를 맡기면 중고 시세에 해당하는 엘포인트를 지급한다.


현대백화점도 130여 개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를 대상으로 H포인트 지급 방식의 유사 서비스를 운영한다. 두 백화점 모두 마들렌메모리와 협력해 수거된 의류를 세탁·정비 후 중고 시장에 재판매하는 구조를 갖췄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 거래 서비스는 기존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하고 포인트 적립으로 추가 구매를 촉진하는 효과를 낸다”며 “MZ세대에게 지속가능성과 윤리적 소비가 쇼핑의 기준으로 자리잡은 만큼 패러다임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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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장터는 지난해부터 idntt의 데뷔 과정에 맞춰 앱 내 독점 콘텐츠를 선보이며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K중고품, 국경을 넘다…역직구, 신성장 축으로


국내 리커머스의 또 다른 주목할 변화는 K콘텐츠 열풍을 타고 해외 수요가 폭발하는 역직구다. 번개장터의 글로벌 서비스 ‘번장 글로벌(Bunjang Global)’은 2025년 상반기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333% 증가했고 거래 건수 역시 345% 급증했다.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100만 명을 돌파하며 60개국 이상에서 방문자가 유입된다. 전체 1,200만 명의 월간 이용자 중 약 280만 명이 해외 이용자다.


거래 내역은 K리커머스의 독특한 성격을 보여준다. K팝 포토카드·굿즈가 주도층을 이루는 가운데, 미국 구매자에게 850만원에 팔린 마이클 조던 사인 슈즈, 싱가포르로 판매된 565만원 피카츄 포켓몬카드, 미국으로 팔린 310만원짜리 샤넬 빈티지백까지 고가 명품과 희소성 있는 컬렉터블이 활발하게 국경을 넘고 있다. 번개장터는 일본 최대 리커머스 플랫폼 메루카리와도 협력해 양국 상품을 상호 노출하는 크로스보더 거래 구조를 마련했다.


플랫폼 전쟁…신뢰와 편의성이 핵심 경쟁력


급성장하는 리세일 시장에서 플랫폼들은 신뢰와 편의성을 앞세워 경쟁하고 있다. 고가 중고 명품 플랫폼 구구스는 최근 PC 및 태블릿에 최적화된 UX/UI를 전면 개편하며 ‘쇼핑 동선 제로’를 선언했다. 카드형 레이아웃 도입으로 기획전과 혜택 정보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했고, 상품 리스트를 그리드 중심으로 재구성해 가격?ㅊ洹5櫻ㅋ贊?상태 등 핵심 정보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杉?


패션 리커머스 플랫폼 차란은 개인 간 거래(C2C)에도 품질 보증을 도입한 ‘차란마켓’을 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기존 중고 C2C 거래의 고질적 문제였던 사기와 거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판매자 직배송부터 전문 검수·케어, 정품 감정까지 3단계 옵션을 제공한다. 가품으로 확인될 경우 100% 보상 및 전액 환불을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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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리커머스 플랫폼 차란을 운영하는 마인이스는 기존 중고거래의 고질적인 문제인 사기와 거래 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품질보증형 개인 간 거래(C2C)인 ‘차란마켓’을 출시했다.



소비이자 투자…리커머스 리터러시 시대 열렸다


리커머스를 주도하는 세력은 단연 2030세대다. 번개장터의 2030 이용자 비중은 60%를 넘었고 이들의 판매 주문·상품 수는 4050세대보다 2.5배, 판매자 비중은 3.5배 이상 높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에서 응답자의 78%가 중고 의류 거래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20대(68%)가 가장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이들은 구매 전 중고 시세와 감가 방어력을 먼저 확인하고 한 철 잘 입고 되팔아 실질 비용을 절반으로 낮추는 전략적 소비를 구사한다.


플랫폼들도 이 같은 리커머스 리터러시를 뒷받침하는 기능 경쟁에 돌입했다. 차란은 AI 시세 예측 시스템으로 적정 판매가를 제안하고 번개장터는 브랜드 랭킹과 하이엔드 서비스로 실시간 시세 데이터를 제공한다.


키즈·니치 버티컬도 급부상


리세일 열풍은 성인 패션에 그치지 않고 프리미엄 키즈웨어로도 확산되고 있다. 프리미엄 키즈 리커머스 플랫폼 뭉클(mnkl.co.kr)은 2025년 한 해 동안 판매 완료 건수가 전년 대비 5.4배 성장하고, 누적 방문자 31만 명 돌파, 누적 가입자 200% 증가를 기록했다. 뭉클은 모든 제품을 수거 후 전문 검수·세탁·클리닝·포장하는 풀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며, 구매자 리뷰 중 68%가 ‘새것 같아요’라는 표현을 사용할 만큼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냈다.


가장 많이 판매된 브랜드는 버버리 키즈, 몽클레어, 보보쇼즈 순으로, 고가의 프리미엄 패딩과 원피스가 인기 상위권을 차지했다. 뭉클은 판매자의 옷 사진만 접수하면 이후 전 과정을 대행해 2025년 한 해 동안 총 12,628시간의 육아 시간을 절약해준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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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키즈 리커머스 플랫폼 뭉클(mnkl.co.kr)은 2025년 한 해 동안 판매 완료 건수가 전년 대비 5.4배 성장하고, 누적 방문자 31만 명 돌파, 누적 가입자 200% 증가를 기록했다.



순환경제·ESG가 만든 새 소비 패러다임


전문가들은 패션 리세일 시장의 구조적 성장을 이끄는 힘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환경 의식의 확산이다. 기후 위기와 ESG 이슈로 인해 중고 패션을 환경친화적 선택으로 인식하는 20~30대가 늘어나고 있다. 둘째는 가격 합리성이다. 명품 브랜드들의 잦은 가격 인상과 고물가 시대가 맞물리면서 리세일이 새 상품의 합리적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셋째는 디지털 플랫폼의 고도화다. 검수·인증 인프라가 발달하면서 온라인 중고 거래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처음부터 중고 플랫폼을 검색하는 디지털 퍼스트 구매 패턴이 확산 중이다.


국내 리세일 시장은 스니커즈·스트리트웨어에서 출발해 명품으로 신뢰가 확장되는 독특한 진화 경로를 보여왔다. 크림, 번개장터, 당근마켓 등 플랫폼이 검수·정품 인증 인프라를 구축하고, 여기에 브랜드 직영 리세일까지 가세하면서 투자형 소비, 팬덤 경제, 순환경제가 교차하는 복합적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국내 리세일 시장은 중고에서 ‘리커머스’로, 절약에서 ‘가치소비’로, 마지막으로 ‘현명한 라이프스타일’로 패션 소비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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