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0 정의정 회장 dorrit@naver.com
정의정의 웰니스 인사이트 포커스 03
진정성·공감·지속가능성…웰니스 철학을 현실로 바꾸는 3가지 방법
철학은 아름답지만 실천하지 않으면 공허하다. 웰니스 패션을 표방하는 브랜드는 많지만 실제로 구현하는 브랜드는 드물다. 웰니스 철학을 현실로 바꾸는 진정성, 공감, 지속가능성 이 세 가지를 실제로 작동시키는 방법을 알아보자.

진정성: 고객이 자신을 발견하는 시스템
진정성은 단순 슬로건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작동해야 한다. 고객이 ‘나다움’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은 스타일 추천과 다르다. 그것은 정체성 탐색을 함께하는 여정이다.
미국의 스타일링 서비스 ‘스티치 픽스(Stitch Fix)’는 이 여정을 데이터와 인간의 조합으로 설계했다. 고객은 가입 시 90개 이상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당신이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순간은”, “옷장을 열 때 어떤 기분이 드나요”, “당신의 하루를 세 단어로 표현한다면” 등이다.
질문은 사이즈와 색상을 넘어 삶의 리듬까지 파고든다. 이후 고객은 매일 수백 개의 아이템을 보며 좋아요와 싫어요를 표시해야 한다. 이는 자기 발견의 과정이다. AI는 이 데이터를 64차원 스타일 공간에 매핑하지만, 최종 선택은 인간 스타일리스트가 담당한다. 스티치 픽스 창업자 카트리나 레이크의 말처럼 ‘좋은 사람과 좋은 알고리즘의 조합’이 핵심이다.
뉴욕의 ‘엠엠 라플뢰르(M.M. LaFleur)’ 브랜드는 워킹 우먼을 위한 ‘Bento Box’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의 직장 환경, 체형 고민, 라이프스타일 등을 공유하면 스타일리스트가 그만을 위한 조합을 보내준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만의 ‘고유함’이다. 엠엠 라플뢰르가 찾는 것은 유행이 아니다. 고객이 옷장을 열 때마다 스트레스가 아니라 자신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 아침 출근 준비가 선택의 고통이 아니라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스포티 앤 리치(Sporty & Rich)’ 브랜드는 ‘Health is Wealth’를 디자인 원칙으로 삼는다. 편안함이 먼저, 스타일은 그 다음이다. ‘매드해피(Madhappy)’ 브랜드는 모든 제품에 정신 건강 리소스를 연결하고, ‘피스 앤 콰이엇(Peace & Quiet)’ 브랜드는 의류 구매 시 무료 명상 앱 구독권을 제공한다.
진정성의 실천은 이렇게 작동한다. 고객에게 ‘당신은 누구인가’를 묻고 그 답을 함께 찾아가는 시스템을 만들어 데이터와 인간, 기술과 공감이 협업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공감: 투명성이 만드는 연결의 힘
공감은 감정이 아니라 정보에 기반한 연결이다. 더 정확히는 감추지 않는 정보로 만들어가는 관계다.
미국의 ‘에버레인(Everlane)’ 브랜드는 이를 ‘급진적 투명성’이라 부른다. 웹사이트에는 협력하는 모든 공장의 이름, 위치, 사진이 있다. 공장주의 얼굴과 이름, 근로자들의 작업 환경, 심지어 기숙사에 온수가 나오는지까지 공개한다. 더 나아가 모든 제품의 원가를 공개한다. 이 티셔츠를 만드는 데 소재비 7달러, 인건비 8달러, 운송비 3달러 등 전통적 패션 업계가 철저히 숨겨온 정보를 전면에 드러낸다.
‘리포메이션(Reformation)’ 브랜드는 모든 제품에 ‘Ref. Scale’이라는 환경 영향 라벨을 붙인다. 이 원피스를 만들면서 일반 원피스 대비 탄소를 몇 kg 줄였는지, 물을 몇 리터 절약 했는지를 구체적 숫자로 보여준다. 분기별 지속가능성 보고서도 공개한다. 개선된 부분 뿐만 아니라 아직 부족한 부분도 솔직하게 밝힌다. 완벽을 가장하지 않는다. 모든 과정을 공유한다.
뉴질랜드 ‘올버즈(Allbirds)’ 브랜드는 세계 최초로 모든 제품에 탄소 발자국을 표시했다. 신발 한 켤레를 만드는 데 배출되는 탄소가 정확히 몇 kg인지 제품 라벨에 적는다. 절대 숨기지 않는다.
반대 사례도 있다. 2024년 디올은 이탈리아 법원에서 인권 침해 혐의로 조사받았다. 하청업체가 핸드백을 개당 57달러에 제작해 디올에 납품했고, 디올은 이를 2,800달러에 판매했다. 48배의 마진. 그 과정에서 노동 착취도 있었다. 하지만 투명성을 외면한 대가는 혹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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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 순환하는 시스템을 설계하다
지속가능성은 캠페인이 아니라 생태계의 구축이다. 한번 만들어진 제품이 버려지지 않고 계속 흐르게 만드는 것이다.
영국의 환경 친화적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레이번’은 폐기물을 원료로 삼는다. 군용 낙하산, 구명 조끼, 텐트 등 버려질 군수품을 수거해 패션 아이템으로 재탄생 시킨다. 그의 브랜드 ‘리메이드’는 폐기물을 희소 자산으로 전환한다. 같은 군용 낙하산은 세상에 하나뿐이므로 같은 재킷도 세상에 하나뿐이다. 한정판은 마케팅이 아니라 본질이다.
네덜란드의 ‘머드 진스’社는 청바지를 순환시킨다. 고객은 청바지를 구매하거나 리스할 수 있다. 리스 고객은 12개월 후 반납하면 그 청바지는 재활용되어 새 청바지의 원료가 된다. 머드진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제품 판매가 아니라 소재 순환이다. 이 생태계에서 청바지는 더 이상 소비재가 아니라 계속 흐르는 자원이다.
미국의 ‘포데이즈’는 ‘Closed Loop’ 시스템을 만들었다. 고객이 옷을 반송하면 이를 분해해 새 옷의 원료로 재활용한다. 고객은 반송한 옷만큼 새 옷으로 교환받는다. 쓰레기는 나오지 않는다. 모든 것이 순환한다.
‘걸프렌드 컬렉티브’는 폐플라스틱 병으로 레깅스를 만든다. 레깅스 한 벌에 약 25개의 재활용 페트병이 들어간다. 서퍼 켈리 슬레이터가 설립한 ‘아우터노운’은 재생 나일론과 오가닉 코튼만을 사용한다. 재생 나일론은 폐어망과 카펫에서 추출한다. 청바지는 물 사용량을 일반 청바지 대비 90% 줄였다.
프랑스 정부는 2024년 세계 최초로 울트라 패스트패션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2025년부터는 저가 의류에 건당 5유로의 환경 부담금을 부과한다. 만들고 팔고 버리는 선형 모델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실천으로 보여주는 웰니스 패션
철학은 실천을 통해서만 증명된다. 웰니스 패션의 세 축은 이제 더 이상 추상적 가치가 아니다. 우리의 삶을 실제로 바꾸는 구체적 방법론이다.
첫 번째, 진정성은 고객이 자신을 발견하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질문하고 경청하고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며 데이터와 인간이 협업하는 구조다.
두 번째, 공감은 투명성을 통해 관계를 만드는 실천이다. 공장을 공개하고 비용을 공개하고 환경 영향을 공개하는 것이다. 숨기지 않는 것이 신뢰를 만든다.
세 번째, 지속가능성은 제품이 순환하도록 설계하는 생태계다. 폐기물을 원료로 소유를 순환으로 전환하는 구조다. 버려지지 않고 흐르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세 가지는 독립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진정성 있는 브랜드가 투명성을 실천하여 공감을 만들고, 공감 기반의 투명한 관계가 순환 가능한 생태계를 만든다. 안에서 밖으로, 나에서 우리로, 현재에서 미래로 확장되는 하나의 흐름이다. 이렇듯 웰니스 패션은 실천으로 증명돼야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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