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0 김희정 기자 heejung@fi.co.kr
플래그십 스토어와 로컬 매장으로 정체성 구축하는 패션업계
서울 도심부터 제주, 경주까지...차별화된 공간 전략이 팬덤 만든다
패션업계가 제품 판매를 넘어 브랜드 철학과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전통적 문화 감성이 살아있는 서촌, 자연 친화적인 제주, 문화유산의 도시 경주 등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매장 운영이 두드러진다. 단순히 제품을 진열하는 공간을 넘어, 브랜드의 세계관을 체험하고 감성적 연결을 만드는 문화 공간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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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네이쳐홀딩스 원효 사옥 1층 로비, 2층 쇼룸 |
건축으로 구현한 기업 철학
더네이쳐홀딩스가 서울 용산구에 마련한 지상 14층 규모의 원효사옥은 ‘오픈하우스 서울 2025’에 참여하며 디자인 경쟁력을 입증했다. 오픈하우스 서울은 도시·건축·장소·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공간을 시민에게 개방하는 대표적 도시건축축제로, 이 축제의 무대로 선정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원효사옥의 건축적 의미가 충분히 증명된다.
사옥 외관은 다양한 크기의 콘크리트 격자가 층층이 입체감을 이루며 도시 풍경 속에서 단번에 시선을 끈다. 깊이 있는 입면, 고유한 평면 형상, 층마다 다른 창문 패턴이 어우러져 획일적 오피스 빌딩에서는 보기 어려운 리듬감을 만들어낸다.
외부와 내부 곳곳에 배치된 테라스에는 다양한 식물이 식재돼, 사옥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자연의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자연 요소를 단순히 장식적으로 배치한 것이 아니라 건축적 레이어와 결합해 직원과 방문객 모두에게 ‘자연을 입은’ 공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설계적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특히 지속가능한 건축 기술을 적극 반영해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1+를 획득하고, 녹색건축 그린 4등급까지 받은 점은 더네이쳐홀딩스의 공간 전략이 단순한 이미지 차원을 넘어 실제 운영과 가치까지 일치함을 보여준다.
원효사옥은 건물이라는 형태를 빌려 ‘자연’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가장 설득력 있게 구현해낸 사례이자, 도시 속 지속가능한 건축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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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이크 서촌 하우스 |
지이크, 서촌의 지역 특성을 살린 차별화 전략
신원의 남성복 브랜드 지이크가 브랜드 론칭 30주년을 맞아 오픈한 첫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 ‘지이크 서촌 하우스’는 단독 주택을 현대적으로 개조해 전통과 모던함을 균형 있게 조화시킨 것이 특징이다.
경복궁과 맞닿은 이 지역은 한옥과 골목길이 어우러진 한국적 정취로 최근 국내외 관광객이 증가하는 신흥 상권으로 한옥 지붕 선에서 착안한 금속 구조물로 외관을 구성했고, 내부는 실버·그레이 톤의 미니멀한 공간으로 완성했다.
총 5개층으로 구성된 이곳은 층별로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1층은 미디어 아트와 브랜드 시그니처 향으로 방문객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전달한다. 2층은 브랜드 아카이브 전시와 쇼룸, 포토존으로 구성해 브랜드의 역사와 현재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3층에서는 서촌 하우스 한정 컬렉션인 ‘서촌 라인’을 선보인다. 젠더리스 컨셉의 이 라인은 브랜드 최초로 여성 제품까지 확장해 정제된 실루엣과 뉴트럴 톤으로 현대적 클래식 감성을 강조했다. 4층에는 콜라보 카페 브랜드가 입점해 F&B 라인업도 갖췄으며 옥상 테라스에서는 서촌 일대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지이크는 이곳을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닌 문화·예술 기반의 크리에이티브 플랫폼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월별 아카이브 전시, 신진 아티스트 협업,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팝업, 토크 콘서트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서촌의 감성을 반영한 콘텐츠를 지속 확장한다. 방문객들은 제품 구매뿐 아니라 문화적 경험을 통해 브랜드와 깊은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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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본골프 제주 플래그십 스토어 |
말본골프, 제주 감성을 담다
최근 여행과 스포츠를 결합한 라이프스타일이 확산되면서 스포츠 브랜드들이 제주도와 지리산 등 여행지에 단독 매장을 운영하며 새로운 소비층을 공략하고 있다.
말본골프는 제주공항 인근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하며 국내외 골퍼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약 90평(약 300㎡) 규모의 대형 매장은 제주의 풍광을 반영한 현무암, 선인장 등의 플랜테리어와 전면 통창으로 개방감을 살렸다. 여백을 살린 상품 진열과 동선 설계로 여유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감귤과 현무암, 푸른 하늘을 모티브로 한 타이다잉 티셔츠, 팬츠, 버킷햇, 볼마커, 토트백 등 제주 익스클루시브 제품은 이곳에서만 구입할 수 있어 특별함을 더한다. 공항 접근성이 뛰어나 여행객들이 제주 도착 직후나 출발 전 방문하기 용이하며, 골프 라운딩 후 바로 착용할 수 있는 실용적 디자인과 제주 감성을 담은 비주얼이 방문객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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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왁이 한옥 콘셉트로 운영하는 경주하동점 |
천년의 역사 속으로, 왁
컨템포러리 퍼포먼스 골프웨어 브랜드 왁이 한옥 콘셉트로 운영하는 경주하동점은 천년 고도 경주의 정취와 브랜드 특유의 디자인 감각이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공간이다. 매장 곳곳에는 신라 문화재에서 영감을 얻은 아트워크가 배치되어 있으며, 경주 에디션 전용 포토존도 마련돼 방문객들에게 SNS 인증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이 공간에서 왁은 경주의 역사와 상징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경주 에디션’을 선보인다. 천마총의 천마도, 신라의 미소, 금관 등 대표적 모티브를 세련된 퍼포먼스 골프웨어와 액세서리로 재구성했다. 반팔·긴팔 티셔츠, 볼마커, 양말, 드라이버 커버, 티홀더, 스카프, 버킷햇 등 총 11종으로 구성된 한정 상품은 왁 경주하동점과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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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캡틴 선샤인 |
프리미엄 전략으로 브랜드 가치 높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편집숍 플랫폼 비이커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마련한 캡틴 선샤인의 국내 첫 단독 매장은 프리미엄 공간이라는 강남점의 상징성과 만나 브랜드의 세계관을 잘 보여준다. 매장 내부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도시적 워크웨어 감성과 일본 장인정신의 정갈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분위기로 구성돼, 공간 자체가 브랜드의 품질과 철학을 체험하는 장이 된다.
2013년 디자이너 코지마 신스케가 설립한 캡틴 선샤인은 최고급 원단과 정교한 봉제 기술을 앞세워 ‘워크웨어 캐주얼의 정수’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비이커는 2017?羞壙?꾸준히 이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해왔으며 이번 단독 매장은 그간의 큐레이션 노하우를 집약한 결과물이다.
비이커는 신세계 강남점을 시작으??현대백화점 판교점, 신세계 센텀시티 등 주요 상업 중심지로 단독 매장을 확대하며 고급 남성 컨템포러리 시장에서 캡틴 선샤인을 전략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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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7시리즈 스타필드 코엑스몰점 |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24/7시리즈
온라인 브랜드의 오프라인 진출이 활발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24/7 시리즈가 브랜드 론칭 이후 첫 오프라인 상설 매장을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오픈했다.
하루 24시간, 주 7일 언제든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제안하는 이 브랜드는 지난 2년간 주요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고객 반응을 철저히 검증했다. 그 결과 ‘24/7 REAL VISION’을 콘셉트로 한 코엑스몰 매장은 불필요한 시각 요소를 줄이고 여백과 동선의 균형을 맞춰 고객이 자연스럽게 상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화이트와 우드 톤을 기본으로 한 미니멀한 인테리어가 브랜드의 편안함을 강조한다.
매장 내부에는 라운지 존과 콘텐츠 촬영 스튜디오 존을 마련해 제품·공간·체험이 하나로 연결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방문객들은 의류를 직접 착용하고 전문 조명이 설치된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촬영할 수 있어, 일상 콘텐츠 제작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킨다.

공간이 만드는 브랜드의 미래
패션업계의 공간 전략은 단순한 매장 확장을 넘어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고 고객과의 깊은 관계를 형성하는 핵심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검증받은 브랜드가 오프라인으로 확장하고,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살린 차별화된 공간 경험은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며, SNS를 통한 자연스러운 바이럴 마케팅 효과까지 창출한다.
특히 여행 트렌드와 맞물린 여행지 매장 전략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평가받는다. 제품을 구매하는 장소에서 브랜드의 세계관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나아가 커뮤니티가 모이는 문화 플랫폼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는 단순히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와 스토리를 소비한다”며 “차별화된 공간 경험은 온라인만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감성적 연결고리를 만들어 장기적인 브랜드 자산으로 축적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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