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에 ‘극약처방’…패션 대기업 수장들 줄교체

2025-12-20 김우현 기자 whk59@naver.com

삼성 패션ㆍSIㆍ한섬ㆍ코오롱FnC 등 ‘쇄신’에 방점

2026년 정기 임원인사 단행…체질 개선 작업 돌입


국내 패션 대기업들이 새로운 리더십 변화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사업 준비에 나선다. 단순히 외형을 키우기 보다 전문성을 갖춘 젊은 리더 선임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AI, 디지털 전환 등 미래 경쟁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지속되는 고물가와 소비 침체 속에서 패션 대기업들이 안정 속 변화를 택하며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한섬은 성과주의 원칙에 기반해 실무형 임원을 대거 중용했고, 코오롱FnC는 재무 전문가를 수장으로 앉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경영 효율화에 박차를 가하려는 모양새다.


Image




◇ 삼성 패션, 박남영 부문장 체제로 전환… 신명품 비즈니스 공고히


삼성물산 패션부문 새 수장으로는 박남영 부사장이 선임됐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성과주의 인사원칙에 따라 새해부터 실적 위주 미래형 패션 사업을 주도할 적임자로 박남영 부사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신임 박 부문장은 상해법인 상품담당, 빈폴사업부장, 해외상품사업부장, 전략기획담당 등을 역임했다. 기획 및 전략 수립에 탁월한 면모를 보였으며, 자체 브랜드 육성과 글로벌 사업까지 폭넓은 보직을 맡으며 성과를 입증해 왔다.


삼성물산은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사업 운영으로 비즈니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현장 일선에서 성과를 창출한 차세대 리더군을 적극 발탁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며 “세대교체를 통한 조직의 지속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26년 자체 온라인몰인 SSF샵의 외형 확장 및 자체 브랜드(빈폴, 구호 등)의 프리미엄화 프로젝트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박 부문장 체제 아래 미래를 위한 리더십 변화도 가져간다. 우선 김동운 상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김동운 신임 부사장은 해외 상품 소싱과 브랜드 전략에 능통한 인물로, 글로벌 비즈니스 전반을 총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행 조직인 상무급에서는 40대 젊은 피를 대거 수혈했다. 이종학, 박기성, 이주영, 임대빈 등 신임 상무 4인을 선임해 현장 중심의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내년부터 신명품 대중화 흐름에 발맞춰 매출 규모를 키우고 신규 브랜드 발굴에도 적극 나설 전망이다. 제2의 르메르, 가니를 찾기 위해 유럽 및 북미 지역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선제적으로 소싱하고 의류를 넘어 뷰티, 향수 등 고부가가치 카테고리 확장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 신세계인터내셔날, 성과주의·세대교체에 방점…글로벌 시장 공략 나설 듯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김덕주 대표를 기존 해외패션본부장에서 신세계인터내셔날 전체를 이끄는 총괄 대표이사로 승진시켰다. 아울러 김 대표는 계열 신세계톰보이 대표이사도 겸직한다.


신세계그룹은 다른 기업들과 달리 지난 9월부터 한 발 먼저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비해 한 달 일찍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2026년 사업 계획을 조기에 수립하고 본업 경쟁력을 극대화 하고자 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번 인사를 통해 해외 패션의 안정적 운영과 뷰티 사업의 공격적 확장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덕주 총괄 대표는 과거 해외 패션 본부장 시절, 경기 침체 속에서도 효율적인 브랜드 운영으로 수익성을 방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출 규모만 키우는 브랜드 도입보다는 브루넬로 쿠치네리, 크롬하츠 등 확실한 팬덤과 높은 마진율을 가진 하이엔드 럭셔리 라인업을 강화해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해외 브랜드 수입에만 의존하던 모델에서 벗어나, 자체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에도 공을 들인다. 김 대표가 신세계톰보이 대표까지 겸직한 배경은 스튜디오 톰보이 등 자체 브랜드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해외로 역수출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젊은 리더들의 전진 배치는 신세계그룹이 추진해 온 업무역량과 성과 기반 인재양성 시스템을 잘 보여준다”며 ““성과주의를 구현한 새로운 리더십을 토대로 본업 경쟁력 극대화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Image


◇ 한섬, 안정적 경영으로 리스크 줄여…재신임 김민덕 사장, 위기관리 능력 인정


현대백화점그룹은 계열사인 한섬의 김민덕 사장 유임을 통해 안정적 경영 환경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2020년부터 한섬을 이끌어온 김 사장은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 출신의 전략·재무통으로, 위기 관리 능력을 이미 검증 받았다는 점이 유임의 배경이란 분석이다.


그동안 김 사장은 패션 일변도였던 한섬의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는 데 주력해 왔다. 시스템, 시스템옴므를 필두로 파리패션위크에 꾸준히 참가하며 K-패션의 위상을 높였고, 글로벌 유통망 확장을 위한 교두보 마련에도 기대이상의 성과를 냈다.


자체 온라인 플랫폼인 ‘더한섬닷컴’을 프리미엄 몰로 키워내며 높은 이익률을 유지하고, 온·오프라인 통합 옴니채널 서비스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도 받는다.


김 사장의 안정적인 리더십 아래 타임 사업부장과 남성복 사업부장 등 실무 핵심 인력들을 상무로 승진시켜 전진 배치했다. 이는 노련한 수장이 중심을 잡고 젊은 리더들이 현장 실행력을 높이는 안정 속 변화 전략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내년에는 그동안 파리패션위크 참가를 통해 쌓은 인지도를 실제 매출로 연결하는 단계에 집중할 계획이다. 유럽 및 글로벌 주요 백화점 입점을 확대해 해외 매출 비중을 높이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국 스트릿 브랜드 ‘키스(KITH)’ 독점 유통 같은 편집숍 비즈니스 및 F&B 결합형 모델 등 김 사장이 추진해온 신규 사업들의 안착도 다시 시동을 건다.


업계 관계자는 “김 사장은 그동안 뿌려놓은 신사업(뷰티·해외 수입)의 씨앗에서 결실을 거두는 동시에 한섬의 자체 브랜드를 명실상부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 격상시키는 데 경영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코오롱FnC, 재무통 김민태 부사장 전면에… 경영 효율화에 속도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2026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김민태 부사장을 새 대표로 선임했다. 김 부사장은 최고재무책임자 출신으로 공격적 확장보다는 내실 경영에 방점을 찍은 인사 단행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이번 인사에 대해 패션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줄이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경영 효율화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지로 해석한다. 숫자에 밝은 리더를 수장으로 앉혀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이익률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코오롱FnC의 캐시카우이자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코오롱스포츠 본부 인력들이 대거 승진하거나 중용돼 눈길을 끈다. 아웃도어 시장의 견고한 수요를 바탕으로 ‘코오롱스포츠’ 브랜드의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하고,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모델을 타 브랜드로 이식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골프,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성과를 낸 인물들을 신규 임원(상무보)으로 발탁한 것도 눈에 띈다. 가능성 있는 브랜드(안타티카, 지오투 등)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되, 실적이 부진하거나 브랜드 노후화가 진행 중인 라인업은 과감히 정리하거나 리뉴얼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2026년은 김민태 신임 대표 지휘 아래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아웃도어 ‘코오롱스포츠’를 전면에 내세운 수익성 강화 전략이 본격 가동될 것”이라며 “그 연장선에서 디지털 전환 작업을 더욱 가속화하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효율적인 조직 체계를 구축하는 데 핵심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커버
검색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