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感)으로 하던 MD, 이젠 AI로 무장해야

2025-09-15 이정준 대표 brpc@brepeace.com

이정준의 제3세대 유통트렌드 10

만능형 직무에서 융합 전문가로 변신한 패션 MD의 현재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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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MD가 상품 기획력만으로 평가받았다면 지금은 여러 영역을 넘나드는 융합 역량이 핵심이다.



“MD는 모든 걸 다 하는 사람.” 20년 전 패션 업계에서 이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상품 기획은 물론 원단 수급, 생산 일정 조율, 샘플 수정, 매장 VMD, 판매 분석까지 MD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었다.


당시 패션 MD는 수많은 취업준비생이 선망하는 직업이었다. 패션학과 전공자뿐 아니라 인문·사회계열 졸업생까지 업계 진입을 꿈꾸었고, 한 번 자리를 잡으면 “버티는 것이 곧 실력”이라는 말이 따라붙었다. 무엇보다 “센스 있는 MD 한 명이 브랜드를 먹여 살린다”는 말이 현실로 통용될 정도였다.


◇ 데이터 시대 이전 ‘감’이 전부였던 시절


나 역시 유명 브랜드의 기획 MD로 일하며 매일 밤늦게까지 책상에 붙어 있었다. 판매 분석철은 손으로 작성했고, 매장별 매출표를 직접 묶어가며 시즌 흐름을 읽었다. 데이터는 한 달에 한 번 종이 보고서로 도착했고 대부분 늦게 도착해 현장 대응에 한계가 많았다. 그래서 현장에서 얻는 정보, 즉 매장 직원들이 “이번 주엔 이 컬러가 잘 나간다”는 식으로 전해주는 말이 곧 다음 시즌 기획안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 시절 좋은 MD의 조건은 단순했다. 센스, 직감, 트렌드를 읽는 눈. 해외 쇼룸에서 샘플을 만져보고 “이건 된다”고 확신하는 순간이 바로 경쟁력이었다. 데이터는 참고일 뿐 모든 판단의 중심은 ‘감’이었다.


◇ 판매 중심의 무게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20년 전 패션 판매의 중심은 명확했다. 백화점, 로드숍, 홈쇼핑이 전부였고 매장의 매출이 곧 브랜드 성적표였다.


오프라인 판매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했으니 매장 동선, 진열 방식, 직원 교육에 시간을 쏟는 건 당연했다. MD의 열정은 ‘매장을 얼마나 자주 가느냐’로 평가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무게 중심이 완전히 달라졌다. 자사몰, 라이브커머스, SNS, 글로벌 플랫폼까지 채널은 폭발적으로 늘었고 온라인이 곧 메인 무대가 되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은 이 흐름을 가속화했다. 이제는 온라인에서 주목을 얻고 이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경험하게 하는 역전 구조가 일반적이다.


오늘날 MD는 상품 기획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어떤 스토리와 비주얼로 소비자와 만날지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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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와 데이터가 바꾼 MD의 역할


2025년의 MD는 더 이상 감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판매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광고 전환율, 검색 키워드, SNS 반응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과거엔 매장 직원이 전해주던 고객 반응도 이제는 AI가 리뷰와 댓글을 분석해 불만과 선호를 추출해낸다. 과거 몇 주가 걸리던 분석이 이제는 몇 분 만에 끝난다.


이 변화는 MD의 전문성을 완전히 새롭게 정의했다. 트렌드 감각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 감각은 데이터 분석력과 AI 활용 능력 위에서만 빛난다. 수요 예측, 판매 패턴 분석, 심지어 상품 이미지 생성까지 업무 범위는 크게 확장됐다. 생산 체계 역시 대량·시즌 중심에서 소량·다품종·민첩한 리오더 방식으로 바뀌었다. 즉, MD는 기획과 생산, 마케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


◇ 새로운 전문성, ‘융합’ 역량이 답이다


예전의 MD가 상품 기획력만으로 평가받았다면 지금은 여러 영역을 넘나드는 융합 역량이 핵심이다. 데이터 전문성은 단순 매출표 해석을 넘어 고객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실질적 인사이트를 도출해야 한다. 브랜딩 감각은 상품과 브랜드 정체성을 동시에 설계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디지털 이해도는 SNS 알고리즘, 플랫폼별 UX, 이커머스 시스템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공급망 관리 능력은 리오더 주기, 원단 수급, 글로벌 생산 라인을 효율적으로 조율하는 힘으로 연결된다.


◇ 협업과 소통은 성과를 좌우하는 또 다른 무기


상품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디자이너, 생산 공장, 물류팀, 영업팀, 광고대행사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힌다. 따라서 MD에게 소통 능력은 더 이상 부차적인 역량이 아니다.


디자이너와는 트렌드와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접점을, 공장과는 비용과 품질의 균형을, 마케팅팀과는 소비자 언어로 풀어낸 스토리를 끊임없이 협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전문성을 존중하면서 브랜드라는 큰 그림 안에서 최적의 합의점을 찾아내는 힘이다.


◇ 시대는 변했지만 변하지 않은 가치


20년 전의 나는 감에 의지했고 지금의 나는 AI에 의지한다. 도구와 환경은 크게 달라졌지만 MD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좋은 상품을 기획하고 그것을 고객과 연결하며 브랜드 가치를 지켜내는 일. 다만 ‘좋은 MD’의 정의는 달라졌다. 과거에는 센스와 직감이 전부였다면 지금은 그 위에 데이터, AI, 소통 역량을 결합해야 한다. 감이 만든 기획이 AI와 만나고 협업을 통해 현실화될 때 비로소 지금 시대의 완벽한 MD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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