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스테이블코인’…자금 조달 문제없나?

2025-08-19 서재필 기자 sjp@fi.co.kr

패션업계 “해외고객 유입ㆍMZ 소비자 공략에 유리” 판단

경기침체 지속ㆍ실적 부진에 코인 재원 마련 방안은 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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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오른쪽) 패션그룹형지 부회장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 글로벌 디지털 자산 보안기업 렛저(Ledger) 아시아태평양 지사장과 회동했다.(사진 : 형지글로벌)



패션업계가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모습이다. 다만 업계 전체가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만큼 기술 투자 비용 및 자금 조달 등 재무적 불안정성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일 패션그룹형지 계열 형지글로벌은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고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 사업 본격화를 위해 올 하반기 중 싱가포르에 현지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법인은 형지글로벌이 전 세계 상표권을 보유한 까스텔바작의 싱가포르 및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하게 되며, 싱가포르 정부가 세계 최초로 스테이블코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한 점에 착안해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디지털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핵심 거점으로 운영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최준호 부회장은 지난 4일 싱가포르를 방문해 글로벌 디지털 자산 보안기업 렛저(Ledger) 아시아태평양 지사 및 싱가포르 최대 상업은행 DBS은행과 각각 회동을 가졌다.


또 형지글로벌은 싱가포르 및 동남아시아 10여 개국에 유통망을 가진 크로커다일 인터내셔널과 협업해 고객 접점 확대 및 디자인, 마케팅, 지역별 운영 노하우 등을 공유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세정그룹도 최근 △SEJUNGKRW △SJKRW △SJWON △WMKRW 등을 특허청에 상표등록 출원하고 암호화폐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지정 상품으로는 금융 및 통화거래업, 암호화폐 금융거래업, 암호화폐 채굴업 등이 포함된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패션 기업들이 잇따라 관련 사업을 검토하는 모습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달리 달러나 원화 같은 법정화폐에 가치가 고정돼 있어 가격 변동성이 거의 없는 덕에 고객은 결제 시 자산 가치가 급변할 위험이 없어 안정적인 거래가 가능한 상품이다.


패션업계 입장에서는 기존 신용카드나 해외 송금 방식보다 수수료가 저렴하고 결제 승인 시간이 짧아 해외 고객 유입에 유리한 이점이 있다. 또 모바일 결제에 익숙한 MZ 소비자들을 선제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고객들을 자사 생태계에 묶어두는 ‘락인’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실제로 이미 구찌, 오프화이트 등 일부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암호화폐 결제를 도입하며 혁신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잠재 고객층을 공략하는데 성공했다.


문제는 자금 조달이다. 패션업계가 스테이블코인 발행 추진에 속속 뛰어들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재원 마련 등 크고 작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록체인 시스템 개발, 보안 시스템 구축, 전산 인프라 확보 등에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하고 시스템을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한 인건비, 마케팅비, 법률 자문 비용 등 지속적인 운영 자금도 큰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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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계가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모습이다.(사진 : Freepik)



패션그룹형지의 경우 2025년 1분기 기준 자회사인 형지글로벌의 유동부채는 약 478억원에 달하는 반면 현금성 자산은 42억원에 불과해 단기 채무 대응 능력이 매우 낮은 상태라는 점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 사업에 물음표가 붙는다.


특히 ‘형지코인’ 발행을 주도하는 형지글로벌은 차입금 의존도가 189%, 부채 비율이 453%에 달하는 등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된 상태다. 패션그룹형지는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해 192억 원을 조달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마저도 차입금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정그룹 역시 지난해 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재무적 위기에 봉착했다. 패션업계 전반의 불황과 소비 심리 위축이 지속되고 있어, 2025년에도 쉽지 않은 경영 환경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그룹형지는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진출하면서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 하지만 불안정한 재무구조로 인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패션 기업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중요한 시도임에 분명하지만 재무적 부담을 해소하고 안정성·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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