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 산업의 대전환...물 없는 염색부터 미생물 염색까지

2025-08-07 김원 대표 nyxnox1@naver.com

김 원의 Beyond Textile 10

반월에서 시작되는 친환경 패션 소재 혁신의 물결


패션의 화려한 색채 뒤엔 불편한 진실이 있다. 염색 공정은 전 세계 산업폐수의 20%를 차지하며, 물 오염의 두 번째 주범으로 지목된다는 것. 즉 대량의 물과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전통적 염색 방식은 지구환경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


이제 친환경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 되었다. 바로 이런 위기의식이 염색 혁신의 출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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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는 무수 염색 기술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고 컬러 드라이 제품을 출시했다.



물을 쓰지 않는 염색 기술의 시대


물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기술 중 가장 각광받는 것이 무수(無水) 염색이다.


네덜란드의 다이쿠(DyeCoo)가 개발한 초임계 CO₂ 염색은 물 사용 없이도 섬유에 색을 침투시킨다. 사용된 CO₂의 95% 이상을 회수하여 재사용할 수 있어 탄소 배출도 최소화한다. 나이키는 이 기술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고 컬러 드라이(Color Dry) 제품을 출시해 지속가능 제조의 모범 사례를 보여줬다.


갭(GAP)이 스페인 Tejidos Royo와 협력해 구현한 드라이 인디고(Dry Indigo) 폼 염색은 더욱 놀라운 성과를 보인다. 인디고 염료를 물 대신 폼 형태로 도포하는 이 방식은 물 사용량을 99%, 에너지를 65%, 화학약품을 89%까지 절감한다. 한편 에어 다이(Air Dye)의 기체 염색은 염료를 종이에 프린트한 후 고온 공기로 증착시키는 방식으로, 높은 품질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실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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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 다이의 기체 염색은 염료를 종이에 프린트한 후 고온 공기로 증착시키는 방식으로 품질과 친환경성 모두를 잡았다.



박테리아와 해조류가 만든 색


염료 생산 자체를 생물학 기반으로 바꾸려는 시도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영국의 컬러픽스(Colorifix)사는 자연계 색소의 DNA를 분석해 박테리아나 효모에 삽입하고, 발효 방식으로 색소를 생산한다. 이 기술은 유독 화학물질 없이도 물 사용량을 90%, 에너지를 70%까지 절감할 수 있다. H&M은 이 기술에 투자하고 실제 컬렉션에 적용하며 상업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미국 바이오소재 회사인 앨지니트(AlgiKnit)는 해조류 바이오폴리머를 활용한 염색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독일의 필리(PILI)와 프랑스의 에버 다이(Ever Dye)도 식물 유래 또는 미생물 기반 염색 기술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기술은 모두 인체와 환경에 안전한 지속가능한 방향을 지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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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컬러픽스사는 자연계 색소의 DNA를 분석해 박테리아나 효모에 삽입하고 발효 방식으로 색소를 생산한다.



데님 염색의 새로운 패러다임


데님 염색 분야에서는 질소 대기 염색(Nitrogen Atmosphere Dyeing)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칼 마이어(Karl Mayer)의 그린 다이(Green Dye) 시스템은 질소 가스 환경에서 인디고 염색을 진행해 염료 침투율을 높이고 산화 반응을 제어한다.


칸디아니 데님(Candiani Denim)은 이를 응용한 N-Denim 공정을 통해 염색 단계를 기존 7단계에서 2단계로 대폭 줄였고, 어드밴스 데님(Advance Denim)은 빅 박스 다잉(Big Box Dyeing) 시스템으로 설비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이러한 기술은 고품질 데님을 친환경적으로 생산하며, 향후 다양한 직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AI가 바꾸는 염색 공정


염색 공정의 디지털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인공지능은 섬유 종류, 염료 특성, 온도, 수세 시간 등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최적의 염색 조건을 자동으로 제안하고, 품질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이를 통해 불량률을 줄이고 염색 정밀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스위스의 세도 트리포인트(Sedo Treepoint)사는 AI 기반 염색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했으며, 독일 Thies와 브라운 슈바이크공대는 스마트 염색 공정 연구를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다. 향후에는 머신러닝을 활용한 염색 로봇, 디지털 염색 시뮬레이터, 탄소 배출량 실시간 측정 플랫폼으로까지 확장될 전망이다.


반월 염색산단의 도전과 기회


우리나라에서는 경기도 안산의 반월 염색 산업 단지가 이런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이 단지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뿌리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되어 2025년부터 3년간 총 48억 원의 국비 지원을 받는다. 50년 이상 축적된 염색 산업 기반을 바탕으로 공정 자동화, 에너지 절감, 친환경 설비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단지에는 리이스트레이딩, 우성염직, 삼우DTP, 한국에이스 등 선도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각각 부자재 염색, 폴리에스터 및 면직물 염색, 디지털 텍스타일 프린팅(DTP), 복합 가공을 중심으로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스마트 폐수처리 시스템, 폐열 회수 장치, 자동 염료 분사기 등 스마트 기반 시설이 도입되고 있으며, 공동 테스트베드를 통해 중소기업도 기술 실증과 전환을 시도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전환점


염색 산업은 지금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탄소중립, 순환경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염색 공정의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이제는 물을 덜 쓰는 수준을 넘어 물을 쓰지 않는 무수 염색, 염료 생산 방식 자체를 바꾸는 바이오 기술, 데이터로 정밀하게 통제하는 AI 시스템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은 반월을 시작으로 이러한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역량과 산업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다가오는 2026년은 한국 염색 산업이 친환경, 디지털, 바이오 기반으로 체질을 바꾸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할 결정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반월, 이제 다시 컬러에 빠질 시간이다. 이번엔 지구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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