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에어컨이 되는 시대…‘냉감소재’의 재발견

2025-07-18 박정훈 nemo@sailracing.kr

박정훈의 아웃도어 브랜딩 10

더위를 이기는 스마트한 소재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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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 냉감의류



연일 이어지는 폭염 경보와 함께 우리의 일상이 바뀌고 있다. 온열질환자가 작년 대비 2.9배 증가했다는 뉴스가 심상치 않다. 이제 더위는 불편함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런 극한의 더위 속에서도 시원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이 있다면 바로 ‘냉감의류’다.


10여 년 전 아웃도어 열풍과 함께 등장한 냉감의류는 이제 무신사 같은 온라인 쇼핑몰부터 백화점까지 어디서나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과거 등산복이나 스포츠웨어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 기능성 소재들이 어느새 일상복의 필수 요소가 되었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이 신기한 옷들이 어떻게 시원함을 만들어내는지 제대로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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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맥스 원리



◇ 냉감 의류, 세 가지 쿨링 기술의 비밀


냉감의류의 비밀은 크게 세 가지 메커니즘으로 나뉜다. 각각의 기술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우리 몸을 식혀주지만, 때로는 하나의 제품에서 여러 기술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흡습속건 : 땀의 마술사


첫 번째 주인공은 흡습속건 소재다. 20년 전 인비스타의 쿨맥스(Coolmax)가 개척한 이 기술은 모세관 현상을 이용한다. 마치 식물의 뿌리가 물을 빨아올리듯, 땀을 순식간에 옷 표면으로 끌어올려 증발시키는 원리다.


스포츠 브랜드의 이너웨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에어로쿨’, ‘쿨에버’ 같은 소재들이 바로 이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냉감 기술이지만, 여전히 많은 브랜드들이 이를 베이스로 다양한 후가공을 더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있다. 실제로 운동할 때 입는 기능성 티셔츠들이 일반 면 티셔츠보다 훨씬 시원한 이유가 바로 이 흡습속건 기능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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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M 소재의 기능모식



△접촉냉감 : 차가운 첫 만남


두 번째는 우리가 흔히 ‘냉감’이라고 부르는 접촉냉감 소재다. 효성의 ASKIN이 대표적인 예다. 열전도성이 높은 미네랄 물질이 포함된 원단이 피부와 접촉하는 순간 체온을 빼앗아가며, 동시에 자외선과 태양열을 반사시켜 시원함을 만든다. 게다가 이 소재는 흰색 계열 의류의 고질적인 비침 현상까지 방지하는 멀티 기능을 자랑한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섬유화된 PE(폴리에틸렌) 소재다. 원래 자동차 배터리 분리막으로 쓰이던 PE를 개질해 열전도성을 높인 것이다. 휴비스의 ‘듀라론’ 같은 소재가 대표적이다. 이 소재는 기능은 뛰어났지만 활용도가 미흡했던 PCM(상변화소재)을 대체하며 주목받고 있다. 처음에는 침구 소재로 개발되었지만, 이제 75D급 소재까지 개발되면서 의류 시장까지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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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일리톨 가공



△화학적 흡습냉감 : 지속되는 시원함


세 번째는 화학적 흡습냉감이다. 자일리톨 같은 당알콜을 캡슐화해 땀과 반응할 때마다 알코올솜을 만진 것처럼 시원한 감각을 만드는 기술이다. 접촉냉감보다는 직접적이지 않지만, 복합적으로 사용하면 지속적인 냉감 효과를 낼 수 있어 베스트셀러 소재로 자리잡았다.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쿨맥스 같은 기능성 소재를 베이스로 이런 후가공 처리를 더해 판매하고 있다.


◇ ‘큐맥스’는 시원함을 재는 척도


최근 냉감의류 광고에서 자주 등장하는 신비로운 숫자가 있다. 바로 ‘큐맥스(QMAX)’다. 이는 접촉냉감성을 측정하는 수치로, J/㎠/S 단위로 표기된다. 1㎠ 면적에서 순간적으로 이동한 열량의 최대치를 의미하며, 수치가 높을수록 냉감성이 우수하다는 뜻이다. 한국의류시험연구원이나 FITI, KOTITI 같은 시험기관에서 정식으로 측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다.


통상적으로 0.2이상이면 접촉냉감성이 있다고 하며, 0.3이상이면 시원하다는 느낌과 0.4이상이면 차갑다라는 느낌의 아주 우수한 냉감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섬유소재 가운데 일반 나일론의 큐맥스 값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이는 수분 함유율이 3~7%로 높기 때문이다. 나일론 소재를 입는 순간 시원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다만 큐맥스는 접촉냉감 소재만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수치가 없다고 해서 냉감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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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별 큐맥스 수치



◇ 천연 vs 화학섬유 : 냉감 소재의 양면


화학섬유 냉감소재와 함께 린넨 같은 천연 냉감소재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린넨은 자연스러운 통기성과 흡습성으로 여름철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하지만 린넨 특유의 구김과 뻣뻣한 성질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최근 시어서커 같은 조직적 특성을 활용한 셔츠와 팬츠 디자인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시어서커는 조직 자체가 피부와의 접촉면을 줄여 지속적으로 쿨한 터치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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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비스의 PE 냉감소재 듀라론 쿨



◇ 한국, 냉감 기술 글로벌 리더로 우뚝


여러 기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우리나라지만, 냉감 소재 분야에서의 성과는 특히 눈부시다. 소재 개발부터 응용, 활용까지 다른 선진국 대비 압도적 우위에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몇 년 전 소비자원에서 각 브랜드별 냉감 티셔츠를 비교 분석해 발표한 것만 봐도, 국내 기술 수준이 얼마나 치열한 경쟁을 통해 발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전 세계가 더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과 미국은 물론 전통적으로 더운 동남아시아 국가들까지 우리의 냉감 제품에 주목하고 있다. K-컬처, K-패션 트렌드에 힘입어 냉감 제품의 해외 수출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스웨덴 세일레이싱 같은 해외 브랜드들도 한국의 냉감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접촉냉감의 한계인 지속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브랜드들은 흡습속건 소재와의 믹스, 흡습냉감 후가공 처리 등을 통해 더욱 지속적인 냉감 효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단순히 한 가지 기능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기능을 복합적으로 구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옷은 극한의 더위 속에서 우리를 시원하게 지켜주는 첨단 기술의 결정체가 되었다. 즉 냉감의류는 생존 필수품이 되어가고 있다. 기후 변화가 가속화되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입는 옷 자체가 에어컨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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