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5 김원 대표 nyxnox1@naver.com
김 원의 Beyond Textile 07
섬유 기술, 삶의 방식을 새롭게 디자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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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다가 개발한 차세대 우주복 |
◇ 신발, 이젠 손대지 않고 신는다
핸즈프리 신발 혁신의 업계 리더인 키직(Kizik)은 ‘손을 대지 않고도 신을 수 있는’ 신발이라는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착용 경험을 제시한다. 힐 부분이 자동으로 눌리고 복원되는 구조 덕분에 손을 사용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신발을 신고 벗을 수 있으며, 이는 고령자와 유아는 물론, 빠른 움직임이 요구되는 일상에서도 매우 유용하다.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접근 가능한 디자인(Accessible Design)’이라는 철학을 구현한 이 사례는 기술과 디자인이 다시금 ‘인간 중심’이라는 본질로 회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오늘날 기능은 단지 실용성의 문제가 아니다. 기술은 패션의 형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디자인은 새로운 차원의 언어를 획득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능성과 아름다움이 별개의 영역이었다면, 지금은 기술이 곧 미학이고 디자인이 기능의 연장이 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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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대지 않고 신을 수 있는 신발, 키직(Kizik) |
◇ 프라다의 ‘우주 디자인’ 프로젝트
이제 옷은 단순히 몸을 감싸는 ‘피부’의 역할을 넘어선다. 우리를 보호하고 주변 상황에 적응하며 심지어 데이터를 읽고 반응하는 지능형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상징적 출발점은 지구 밖, 우주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23년, 프라다(Prada)는 민간 우주 기업 Axi om Space와 함께 NASA의 달 탐사 임무 ‘Art emis III’를 위한 차세대 우주복을 공동 개발하며 주목받았다. 이는 단순한 의류 협업이 아닌, 기술과 미학, 안전성과 상징성이 융합된 본격적인 ‘우주 디자인’ 프로젝트였다.
이 우주복은 극저온 환경에서 2시간, 우주 유영에서는 최대 8시간의 활동을 가능하게 하며, 프라다는 외피 개발뿐만 아니라 NASA의 상징인 붉은 줄무늬를 자사의 디자인 언어로 재해석해 새로운 아이코닉 스타일을 완성했다. 과학과 감성이 충돌하지 않고 오히려 서로를 보완하는 이 협업은 ‘기능적 아름다움’이라는 패션의 새로운 정의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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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속으로 들어온 ‘스마트 텍스타일’
기술이 적용된 패션은 더 이상 우주복과 같은 특수 장비에 한정되지 않는다. 첨단 텍스타일 분야에서도 눈부신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
스위스의 기능성 섬유 전문 기업 쉘러(Scho eller)가 개발한 E-Soft-Shell® 기술은 웨어러블 패브릭이 일상에서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 소재는 착용자가 온도를 앱이나 의복 내 패널을 통해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내장된 배터리를 통해 모바일 기기를 충전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즉, 옷이 온도 조절 장치이자 전력 공급원으로서 작동하는 것이다. 이러한 스마트 텍스타일은 아웃도어웨어, 군복, 익스트림 스포츠웨어는 물론, 일상복으로도 확장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패션과 전자기술의 완전한 융합을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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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적인 원단에 하이테크 설계를 접목시킨 질 샌더(Jil Sander)의 jl-al 라인 |
◇ 기술을 품은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혁신은 복잡한 기술을 시각적으로 단순하게 구현하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질 샌더(Jil Sander)의 jl-al 라인은 기능성과 구조를 동시에 갖춘 정제된 미니멀리즘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 브랜드는 깨끗한 울 외관을 유지하면서도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패턴과 기술적 솔기 밀봉 구조를 적용하여 실루엣과 기능을 모두 잡았다. 고전적인 원단에 하이테크 설계를 접목시킨 이 접근은 ‘보는 옷’을 넘어 ‘사는 옷’, 즉 사용자와 함께 움직이며 환경에 반응하는 의복의 방향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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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레이그 그린(Craig Green)의 2024 S/S 컬렉션 |
◇ 우주복 디테일이 런웨이로
크레이그 그린(Craig Green)의 2024 S/S 컬렉션은 이러한 기술과 개념들을 예술적 무대로 끌어올린 사례다.
그는 우주복에서 영감을 받은 대담한 구조와 보호 장비를 연상시키는 실루엣을 통해 ‘움직임의 조각’을 구현했다. 각 의상은 다층 구조, 텐션감 있는 재단, 미래적인 소재를 통해 인간을 외부 자극으로부터 보호하는 동시에 정체성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이는 단순한 런웨이 실험을 넘어,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외부 환경 속에서 자신을 지키고 드러내는지를 시각적으로 비유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우주를 넘어 삶을 디자인하다
오늘날 패션은 더 이상 외양이나 유행을 좇는 산업에 머물지 않는다. 생존과 적응, 자기 표현과 기술이 결합된 복합적 영역이며, 가장 인간적인 감성과 가장 미래적인 상상이 만나는 접점이다.
우리가 입는 옷이 스스로 온도를 조절하고 기기를 충전하며 신체의 움직임에 반응하고 외부 환경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시대. 이 모든 변화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시작점에 선 패션은, 우주를 넘어 새로운 삶의 방식을 디자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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