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력’은 곧 리더십의 지능이다

2025-05-25 박중근 대표 jk.park@kempkorea.net

박중근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07

‘화가 난’ 리더가 알아야 할 20가지 불문율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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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공감력이 조직을 바꾼다.



◇ 공감 없는 카리스마는 통하지 않는 시대


몇 년 전 방영된 드라마 ‘그 해 우리는’ 속 여주인공의 한마디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공감력 없는 상사에게 던진 말이었다. “팀장님, 공감력도 지능입니다.”


이는 필자가 기업 교육 현장에서 줄곧 주장해온 바와도 맞닿아 있다. 한때는 카리스마로 조직을 이끌던 리더십이 각광받았지만, 이제는 예측 불가능한 세상이 도래하며 그러한 시대는 서서히 저물고 있다.


집단지성을 발휘하도록 돕는 경청과 공감의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특히 MZ세대는 기성 리더들에게 지속적으로 공감력을 요구하고 있으며,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발되는 사건의 증가세만 보아도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 공감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이유


공감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익숙하다. 우리 스스로도 공감적 구성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리더들은 신중하게 말한다고 하고, 젊은 직원들도 미디어에서 비추는 것과 달리 예의 바르게 행동한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에서는 여전히 공감력이 부족하다는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리더를 향한 불만은 조직을 녹여버릴 정도로 깊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질문은 무엇일까? ‘내가 뭐가 문제야?’가 아니라 ‘나는 과연 객관적으로 공감력 있는 사람일까?’가 되어야 한다.


◇ 공감력을 잃는 리더의 뇌


2006년,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에서는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이른바 ‘알파벳 E 실험’이다. 리더 그룹과 직원 그룹으로 나눈 뒤, 각자 자신의 이마에 알파벳 E를 적게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리더 그룹 중 33%가, 직원 그룹 중 12%가 E를 거꾸로 적었다. 통계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큰 차이다.


이 실험의 배경에는 뇌과학적 발견이 있다. 뇌 과학자들은 사람이 권력을 잡을수록 공감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권력을 가질수록 인간의 뇌는 공감과 관련된 3영역의 활성도가 점차 떨어진다는 것이다. 심지어 작동을 멈추기도 한다.


알파벳 E를 ‘상대방 입장에서 보이도록’ 쓰는 것은 상대의 시선을 고려하는 사고를 의미하는데, 이 능력이 리더가 될수록 약화된다는 것이다. E를 바로 적기 위해서는 상대가 봤을 때, 혹은 앞에서 봤을 때 바로 보일까를 한 번만 생각해보면 금세 알 수 있다.


◇ 리더의 공감력이 조직을 바꾼다


내 생각, 판단, 경험을 잠시 내려놓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고민하는 것, 이것이 바로 공감의 시작이다.


필자는 지난 4년 동안 다양한 강의와 워크숍에서 이 실험을 응용해왔다. ‘훈민정음 ㄹ 실험’이라 불리는 방식이다. 이마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ㄹ’을 적게 하는 간단한 실험이지만, 결과는 언제나 흥미롭다.


예를 들어 맨손으로 자수성가한 대표들의 모임에서는 약 60%가 ㄹ을 거꾸로 적었다. 교장·교감 선생님 그룹은 45~50%였다. 그러나 강의 시작 전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교감 선생님 그룹에서는 30%대로 비율이 뚝 떨어졌다.


20대 구성원이 많은 조직은 대체로 30% 내외, 특히 20대 사병이 많은 군부대에서는 15~17%라는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놀라운 것은, 이 부대의 지휘관이 직원들에게 높은 공감능력을 보였던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군부대에서 종종 강연을 요청하면 어디든 달려가는데, 강의가 끝나고 지휘관이 자필로 직접 감사의 편지를 써준 지휘관이 있는 부대의 공감력 지수는 훨씬 높았다.


공감력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영역임이 틀림없지만, 리더의 공감력이 조직 전체의 공감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 일련의 결과는 리더 한 사람의 공감력이 조직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공감력 높은 리더가 조직의 성과를 끌어올리기 훨씬 쉬운 시대가 온 것이다.


◇ AI 시대의 리더십…정보 독점에서 집단 지성으로


리더는 대체로 직원들보다 더 많은 경험과 정보를 가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답은 내게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과거에는 정보가 상층부에 집중되어 있었기에 이런 리더십이 통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정보의 흐름이 오히려 수평적이고 역동적으로 변했고, AI가 정보 가공과 창의적 업무까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알파고가 바둑 세계를 휩쓸던 9년 전, AI는 창의적 사고를 지원하는 존재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현실은 AI가 인간의 창의성 영역까지 빠르게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리더는 과거를 그리워할 여유가 없다. 리더가 해야 할 역할도 엄청난 속도로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내가 답을 주고 모두가 따르던 시대의 향수를 그리워할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어떻게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조직 전체의 현명한 결정을 도울 수 있을까를 제도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할 때이다.


이제 리더는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현명한 답을 찾도록 제도와 문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


◇ 공감하는 리더가 되기 위한 실천 방법


어떻게 리더십을 전환할 수 있을까? 몇 가지 실천적 제안을 던져본다.


첫째, 의사결정 방식을 혁신하라. 리더가 먼저 정답을 제시하고 의견을 묻는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직원들이 더 좋은, 창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신뢰하라. 공감은 ‘내 답이 정답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발 내려놓는 데서 시작된다.


둘째, 회의 문화를 바꿔라. 리더가 먼저 말하고 직원들이 맞추는 주간회의를 지양하자. 리더가 먼저 치고 나가면 직원들은 자기 생각이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하거나 또 ‘답정너’가 나왔다고 생각할 것이다. 대신 직원들의 생각을 먼저 듣는 구조로 회의를 운영해 보자. 이를 통해 조직 전체의 사고가 확장될 수 있다.


셋째, 다양한 표현 방식을 허용하라. 한국인의 MBTI 결과를 보면 내향형(I)이 외향형(E)보다 많다. 모두가 회의 자리에서 즉각적으로 아이디어를 말하는 것은 어렵다. 브레인스토밍만 고집하지 말고, 브레인 라이팅(Brain Writing)을 병행해보자.


QR코드나 디지털 설문을 통해 의견을 수집하면 더 많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씁쓸한 비유가 될지도 모르나 사내 블라인드가 차고 넘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이다.


◇ 가능성을 믿고 실현시키는 힘 ‘공감’


공감은 단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진정한 공감은 ‘직원 개개인의 가능성’을 믿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직원에게 보내는 적극적인 공감과 신뢰가 결국 조직 전체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져가는 이 시대에 공감하는 조직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리더가 먼저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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