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디자인ㆍ소재가 패션 미래를 바꾼다

2025-04-21 김원 대표 nyxnox1@naver.com

김 원의 Beyond Textile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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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A TIFF는 AI와 인간의 창의적 협업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달 필자는 신간 ‘AI로 만나는 패션 신세계’를 출간했다. 제목처럼 패션 산업은 지금 신세계의 문턱에 서 있다.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산업의 구도를 재편하고 있으며, 패션 또한 예외는 아니다. 이제 패션은 단지 ‘옷’을 만드는 일을 넘어 기술과 감성, 효율성과 윤리, 창의성과 지속가능성이 얽힌 복합적인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패션 산업에서 AI는 단순한 도구 이상의 존재가 되고 있다. 디자이너는 AI를 통해 수많은 이미지와 데이터를 탐색하며 영감을 얻고, 생산자는 재고와 낭비 없는 효율적 시스템을 구축하며, 소비자는 자신이 소비하는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투명성ㆍ맞춤형 제작ㆍ지속가능성’의 3가지 키워드는 패션의 새로운 정체성이 되고 있다.


◇ 디자인의 미래를 그리는 새로운 방식


포르투갈 출신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조세 소브랄은 건축적 사고와 패션을 연결하는 독특한 감각으로 주목받고 있다. 리스본 대학교와 국내 인하대학교에서 건축 디자인 석사 과정을 거치며, 공간과 형태에 대한 깊은 이해를 쌓은 그는, 2023년 초 본격적으로 생성형 AI를 패션 디자인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가 창립한 브랜드 PAA TIFF의 첫 컬렉션 ‘Futuristic Old Soul’은 그 이름부터 흥미롭다. 고전적인 실루엣과 비율을 유지하면서도 투명성, 반투명 소재, 미래적인 질감 등을 활용해 미래와 과거가 공존하는 시각적 서사를 완성했다. 특히 피부가 그대로 드러나는 투명한 의상은 신체와 직물, 현실과 가상 사이의 경계를 탐구하는 실험이었다.


이러한 디자인은 AI가 제공한 수많은 비주얼과 텍스트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세의 감성과 문화적 해석이 더해진 결과물이다. 그는 현재 미국 LA에 거주하며 패션 기업 ‘리볼브’에서 생성형 AI 디자인 부문을 이끌고 있다. 그의 여정은 단순한 아트워크가 아닌, AI 패션 디자인의 상용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실제 사례다.


◇ AI가 변화시키는 패션 생산과 유통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본사를 둔 ‘데시구알’ 브랜드는 컬러풀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최근엔 전혀 다른 영역에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바로 AI 기반 생산 시스템이다.


데시구알은 2023년부터 AI 기술을 활용해 온디맨드(주문형)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의 주문이 들어오면 AI가 즉각 디자인을 최적화하고, 필요한 만큼만 생산에 들어간다. 그 결과는 재고 최소화, 불필요한 자원 낭비 방지, 탄소 배출 절감이다. 2023년과 2024년 봄 컬렉션은 모두 이 시스템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실제로 수익성과 고객 반응에서도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데시구알이 단순히 생산 공정을 줄이거나 단가를 낮추는 데 AI를 쓰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은 AI 스타트업 ‘시럽 테크’와 협업해 수요 예측부터 판매 데이터 분석, 재고 최적화까지 브랜드 운영 전반에 AI를 심층적으로 통합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소비자에게도 변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개인의 취향과 피드백이 데이터로 분석되어, 브랜드가 더 빠르고 정교하게 트렌드에 반응할 수 있게 된다. 기술이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도구로 작용하면서, 데시구알은 패션 브랜드에서 ‘데이터 드리븐’ 브랜드로의 전환을 이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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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시구알은 AI 기반 주문형 컬렉션을 통해 생산 효율성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 ‘보이는 것’의 미학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나타샤 진코’는 유머와 실험정신이 깃든 디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파인 주얼리에서 시작해 스트리트웨어와 하이패션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녀는 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시도해왔다.


2025 S/S 시즌 그녀는 투명한 플라스틱과 신소재를 활용한 컬렉션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투명한 코르셋, 레이어드된 PVC 셔츠, AI 기반 텍스처가 적용된 드레스 등은 단지 시각적 파격을 넘어 기술과 감성, 여성성과 사회적 메시지를 결합한 복합적 작품들이었다.


특히 나타샤 진코가 선택한 ‘투명성’은 단지 스타일이 아니라 철학이었다.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감출 것인가’라는 질문은 옷의 기능과 미학을 넘어 현대 사회에서 진실과 가짜, 본질과 표면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그녀의 디자인은 그 자체로 사회적 메시지이며 소비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긴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블랙 꼼 데 가르송’도 투명한 소재로 브랜드 정체성을 시각화 해왔다. 슬로건이 적힌 투명 재킷이나 나이키와의 협업 모델은 단지 옷을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투명함은 곧 태도이자 메시지다.


◇ AI는 직조기, 디자이너는 이야기꾼


패션 산업의 미래는 이처럼 기술에 의해 재편되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의 감각과 가치가 있다. AI는 수많은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어떤 조합을 선택할지, 어떤 이야기를 직물에 담을 지는 아직까지 인간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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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S/S 시즌, 나타샤 진코는 플라스틱과 투명 소재를 과감하게 활용한 컬렉션으로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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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꼼 데 가르송은 투명한 PVC 소재의 슬로건 재킷, 나이키와 협업한 덩크 하이 슈즈 등을 통해 실험적이고 독립적인 브랜드 철학을 표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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