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의류 시장, 중국의 공습이 시작됐다

2025-03-20 오서희 대표 montemilano@naver.com

오서희의 K패션, 세계를 입히다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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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저우 도매시장



글로벌 패션 도매시장이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가격 경쟁을 넘어 산업 구조 자체가 재편되면서, 전통적인 도매 시장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과거 각국의 도매시장은 지역 생산과 유통이 결합된 형태로 운영되었지만, 이제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이 촘촘히 연결되면서 중국 자본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가고 있다. 한국, 이탈리아, 프랑스, 브라질 등 기존 도매 강국들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생존 전략을 재정립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플랫폼 등장과 도매 시장


과거 각국의 도매시장들은 독자적인 특성을 유지하며 성장해왔다. 그러나 중국의 공격적인 확장과 글로벌화의 영향으로 인해 이러한 전통적 질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한국의 동대문 시장, 브라질 상파울루의 봉헤찌로,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패션 도매 시장까지 예외 없이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 있다. 이는 잠깐 스치고 갈 유행이 아닌 산업의 근본적인 판도를 바꾸는 구조적 전환이다.


이탈리아의 센터그로스(CenterGross)는 오랫동안 유럽 중저가 의류 시장의 중심지로 자리해 왔다. 높은 품질과 디자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바이어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산 제품이 시장을 잠식하며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고급 브랜드 시장에서는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다.


프랑스 파리의 썽띠에(Sentier) 도매 시장도 비슷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과거에는 유럽산 제품들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이제는 중국 자본이 시장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프랑스 현지 생산업체들은 점점 경쟁력을 잃고 있다. 중국 도매업체들은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직접 생산한 제품을 유럽 바이어들에게 공급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봉헤찌로(Bom Retiro) 역시 한때 한국 상인들이 주도했던 시장이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상인들이 빠르게 자리를 잡으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생산부터 유통까지 아우르는 전방위적인 체계를 구축해 원가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과거 시장을 주름잡던 한인 상인들은 점점 밀려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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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봉헤찌로



동대문 시장의 위기와 중국 시장의 변화


한국 패션 산업의 중심이었던 동대문 시장도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동대문 시장은 자체 생산과 유통이 결합된 구조로 인해 국내는 물론 해외 바이어들에게도 매력적인 시장이었지만, 이제는 중국산 제품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현재 동대문에서 유통되는 상품의 70% 이상이 중국산으로 추정되며, 한국 내 생산 기반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반면 중국 광저우와 항저우의 도매시장은 한국 바이어들을 겨냥한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며 빠른 대응력을 보이고 있다. 자동 번역 서비스, 간편 결제 시스템 등을 도입해 한국 상인들이 중국산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동대문 도매 시장의 기존 구조를 흔들고 있다. 직접 디자인하고 생산하던 국내 소규모 공장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있으며, 한국 도매상인들은 점점 단순한 유통 중개인으로 전락하는 위기에 처했다.


‘브랜드화’만이 살 길


지금까지 해온 방식으로 옷을 만들어 파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답은 바로 ‘브랜드화’다. 도매 역시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상품만이 아니라 고객과 가치를 공유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ODM 브랜드를 구축해야 경쟁이 치열한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브랜드는 단순히 로고를 붙이고 광고를 하는 것이 아니다. 철학과 스토리, 그리고 고객과의 관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소비자가 옷을 사는 행위는 단지 패션 아이템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표현할 수 있는 경험을 찾는 일련의 과정이다. 브랜드가 없다면 소비자가 구매한 제품은 많은 옷들 중의 하나일 뿐이지만, 브랜드가 있으면 소비자에게 그 옷은 하나의 ‘경험’이 된다. 따라서 업체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는 것만이 가격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핵심 전략임을 명심해야 한다.


업계 업종을 막론하고 품질은 우상향되고 있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좋은 원단과 완벽한 봉제만으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몸집 큰 중국이 그 역할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그저 그런 옷이 아닌 ‘스토리가 있는 브랜드’로 승부해야 한다. 자신의 개성과 취향, 가치관에 맞는 브랜드를 찾아 다니는 소비자들에게 우리 브랜드만이 지닌 아이덴티티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브랜드가 경쟁력인 시대다. 브랜드를 만들지 않으면 거대한 중국 시장에 밀려날 수밖에 없다. 변화는 불가피하다. 중요한 것은 변화 자체가 아닌 변화의 방향성이다. 지금 여러분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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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희(Sylvia Oh)는 미국 오클라호마시티대학교와 홍익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프랑스 브랜드 레오나드(LEONARD PARIS) 바잉팀장을 거쳐 2001년 몬테밀라노를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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