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한 여성복업체 사장은 “앞으로 L할인점과는 거래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현재 영업 중인 매장은 올 가을부터 정리할 계획이며, 이후에는 가두상권과 쇼핑몰 위주로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브랜드는 당장 소비자들이 만족하지 않더라도 시간을 두고 로열티를 만들어가야 하지만, 유통업체에서는 무조건 가격이 싼 제품만 요구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선택폭을 넓혀 반복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유사 브랜드를 한 곳에 모으는 등 ‘상품군’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할인점은 매장 여건이 마땅치 않다는 것.
올 가을에 신규 브랜드를 출시하는 업체의 한 임원도 비슷한 말을 했다. 애초 중저가 브랜드인 관계로 할인점 유통을 우선적으로 생각했고, 더욱이 패션 부문을 특화하고 있는 H할인점을 1순위로 꼽았다. 그러나 최근 내부 협의에서 할인점 영업은 최소로 줄이기로 했다.
담당 바이어를 만나기 위해 수없이 연락을 취했지만 만날 수 없었을 뿐더러, 그 담당 바이어는 특정 업체의 일이라면 내부 직원보다 더 열성적으로 관여하고 있어 다른 신규 브랜드엔 관심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패션업체들의 할인점에 대한 ‘실망론’이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할인점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여성복 브랜드들은 할인점 입점에 주저하고 있다. 한때 롯데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의 눈을 피해가면서까지 입점을 희망할 만큼 큰 기대를 걸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판매수수료는 20%를 훌쩍 넘어섰고, 판매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판매사원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특히 지방 소도시까지 출점할 만큼 점포 수가 늘어남에 따라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몇몇 점포에서 수익이 나지만 어쩔 수 없이 들어간 비효율점포를 감안하면 마이너스란 것이다.
바이어들의 자질도 거론되고 있다. 짧은 시간에 급성장한 탓에 전문인력이 부족하며, 한 번 선택받으면 수십 개에 이르는 전국 매장에 출점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특정 업체와 유착이 심하다고 한다. 특정 업체와 유착은 브랜드 입점 시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고 설령 입점한다 하더라도 기준 이하의 C급 매장부터 시작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한다.
패션업체 관계자들은 “백화점은 브랜드 이미지 관리라는 대외 명분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할인점은 브랜드의 특성을 무시한 영업정책과 성급한 자기 잇속 챙기기, 바이어들의 낮은 도덕적 기준 등이 어우러지면서 패션업체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며, “지금이라도 소비자와 입점업체를 배려한 영업정책을 기대해 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