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漕艇) 대회’가 바다로 간 까닭은?

2024-07-19 박정훈 nemo@sailracing.kr

박정훈의 아웃도어 브랜딩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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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비치스프린트 대회’가 양양 하조대 서피비치에서 열렸다.



최근 워터스포츠의 인기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굳이 북한강까지 가지 않더라도, 한강에만 나가보면 수상스키나 윈드서핑, 요팅하는 장면이 이제는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 북한강에서는 비만 내렸다하면 흙탕물인 강 수면 위로 시원스럽게 내달리는 수상스키를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다.


2023년 말 기준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4,165달러로 대만보다 한 단계 밑이지만 일본보다는 두 단계 위인 31위를 기록했다. 인구 소국을 제외한 인구 5000만 명 이상의 국가 중에는 전 세계 6위의 성적이다. G7 회의 시 초청국으로 초대받을 정도로 우리나라 국격은 상당히 올랐고, 소득수준 못지 않게 워터스포츠도 가히 세계적 수준의 선진국으로 자리를 잡았다.


가까운 일본도 해양 및 워터스포츠 강국이다. 레저요트, 레이싱요트, 피싱, 서핑, 스킨스쿠버, 카약, 수상스키, 웨이크보드 등 물과 관련된 다양한 액티비티가 성행 중이다. 이미 퀵실버나 록시같은 워터스포츠 브랜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일본을 강타했다. 그 결과 실내 수영, 바다 수영, 트라이애슬론 같은 워터스포츠 저변이 한국보다 넓다.


워터스포츠 브랜드 또한 일본에서 먼저 꽃을 피웠다. 퀵실버, 록시, 아레나 등은 소비자들이 일본 브랜드로 착각할 만큼 선풍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16년 일본에 본격 상륙한 노르웨이 해양 아웃도어 브랜드 헨리한센(H/H)만 보더라도 현재 노스페이스 다음으로 일본에서는 핫한 아웃도어 브랜드이자 스피드요트의 최고 기능라인부터 일상 라이프스타일 웨어까지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갖춘 대중화된 브랜드로 자리매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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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한센’ 도쿄하라주쿠 매장



◇ 국내 워터 스포츠의 진화


이러한 일본의 추세는 우리나라에 고스란히 영향을 주고 있다. 엔저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2022년 이후 일본의 1인당 소득수준을 넘어섰으며, 패션 트렌드를 비롯한 여가 활동과 아웃도어 활동 등에서 유사한 진화 패턴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아웃도어와 스포츠 트렌드 전문가들은 일본과 우리나라의 패션 트렌드 격차가 계속 줄어들면서 이제는 그 간격이 4~5년 정도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시 말해 일본에서 유행하고 4~5년이 지나면 한국으로 넘어온다는 것인데, 실제로도 확인되는 모습이다.


이같은 주기는 GQ나 GOOUT 같은 트렌드를 이끄는 매거진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최근 들어 K컬처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브랜드들이 일본에 진출해 성공스토리를 쓰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일본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캠핑문화만 봐도 우리보다 앞선 일본의 영향을 받은 캠핑웨어들이 코로나를 기점으로 인기를 끌면서 국내 시장으로 진입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힘입어 일본의 스노우피크 브랜드가 국내에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일본 특유의 오타쿠 문화와 더불어 장인정신에 기인한 전문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분위기에 따른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우선 스포츠 부문부터 살펴보자.


지난 5월 말 기준 대한체육회 산하 64개 정회원 중 수영 관련 3개 단체를 제외하면 해양 및 수상과 관련된 단체는 4개에 이른다. 대한요트협회, 대한조정협회, 대한수상스키, 웨이크스포츠협회 등 정회원 단체에 이어 지난해 5월 인정 단체로 채택된 대한서핑협회까지 합하면 물과 관련된 단체가 11%를 차지한다.


올림픽에도 진출했다. 올해 파리올림픽 경기 종목 수는 329개다. 이는 곧 획득할 수 있는 금메달 수가 329개란 의미인데, 이중 해양 및 수상 관련 종목은 카누 16개, 조정 14개, 요트 10개, 서핑 2개 등 총 42개로 13%의 금메달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요트, 카누, 요트, 서핑 종목에는 현재까지 단 한 개의 메달도 없었고, 출전자 또한 이번 2024년 파리올림픽에 단 1명, 요트(딩기) 하지민 선수가 유일하다. 이는 어쩌면 지금까지 한국 해양스포츠 저변과 지원이 미약했음을 방증해주는 결과다. 대한체육회 산하 4개나 되는 해양, 수상단체에서 1명의 선수를 올림픽대회에 출전시킨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지만, 향후 잠재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염려보다는 기대감이 더 크다.


섬유패션 관련 의복과 장비 브랜드 측면에서 보면, 수영복은 아레나ㆍ배럴 같은 쟁쟁한 브랜드가 있지만 조정, 요트, 서핑과 관련해서는 이렇다할 브랜드를 찾아보기 어렵다. 다행히 서핑의 대중화와 함께 오닐과 퀵실버, 록시 등이 태동하고 있고, 요트 부분에서도 지난 4월 세일레이싱이 런칭되는 등 스포츠 분야의 높은 잠재성으로 인해 생활 스포츠 시장은 꾸준히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서핑 및 수상스키 등을 총망라 하는 전시회 ‘인터스타일’이 대중 아웃도어스포츠 전시회(우리로 따지면 PIS 프리뷰인서울)로 발전된 것을 보면 일본에서 생활스포츠로 자리잡은 해양, 수상 관련 비즈니스가 얼마나 활발한 지 알 수 있다. 물론 일본이 섬나라 라는 강점도 있지만, 우리도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국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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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도 무한 가능성이 있다


우리도 주위로 잠깐 눈을 돌려보면 다양한 해양 및 수상 관련 레포츠가 많고 각종 대회 또한 매주 열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중 2028년 리우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비치스프린트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6~7일 양일 간 대한조정협회 주관으로 ‘제1회 비치스프린트 대회’가 양양 하조대 서피비치에서 열려 관심을 모았다. 그 동안 표면적으로는 잔잔한 강이나 호수에서 백조처럼 우아하게 보였던 조정 경기 모습(물론 엄청난 근력을 토대로 노를 젓는 스포츠 이지만)이 보다 박진감 있게 바다에서 진행되는 것을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기회였다. 예를 들어 축구, 야구, 농구 같은 프로경기를 보면서 느끼곤 했던 짜릿함을 만끽했던 순간이었다.


아직은 시작 단계라 경기 운영이나 선수단 수준에서는 빈약한 수준이지만, 주변 관람객의 열띤 응원과 높은 관심은 충분히 해양, 수상 레저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이러한 관심이 이어지다 보면 그에 맞는 멋지고 기능적으로도 훌륭한 스포츠,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제품들이 디자인 되고, 연계 산업군도 활성화 되리라 믿는다. 이 같은 행사는 메달을 떠나 해양 아웃도어 및 스포츠를 즐기고자 하는 국민들을 위한 소중한 발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2회, 3회 대회가 진행되다 보면 바다로 진출한 조정 경기가 일반 국민의 생활 속으로 스며들어 일반인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될 것이고 요트나 카누, 서핑 스포츠도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패션 브랜드와 스포츠 기업의 관심과 참여로 2028년 리우올림픽에서 42개 금메달 중 여러 개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많은 국민들이 해양이나 스포츠 레저를 맘껏 즐길 수 있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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