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화학, 패션왕국 전성기 저무나

2024-07-23 서재필 기자 sjp@fi.co.kr

매출원가 비중 높고 재고관리 불안 요소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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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화학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44.66% 감소한 745억원으로 나타났다.



대명화학의 패션 사단이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 이전 성장가능성 높은 스몰 브랜드에 자본을 투자하고 컴퍼니 빌더를 세워 미니 브랜드 육성 기조를 가져갔던 대명화학 패션 사단의 성장세가 꺾였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초기 자본 투자와 함께 체계적 관리와 육성을 담당하는 컴퍼니 빌더 역할이 브랜드의 성장 과정에서 외형 확대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는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지속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대명화학의 컴퍼니 빌더 전략이 한계에 드러났음은 수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대명화학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72% 감소한 2조 1601억원, 영업이익은 44.66% 감소한 745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원가도 1조 6178억원으로 전년대비 1.97% 증가한 점도 부담이다. 올해 소비 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투자업계 전망을 고려하면 올해 대명화학 패션 사단의 영업 사정이 결코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소비 침체 영향으로 패션기업들이 직격탄을 입은 가운데 해외 시장 개척에 투자하고 탄탄한 팬덤을 갖춘 브랜드들은 외형 성장 및 영업이익 개선에 성공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명화학의 컴퍼니 빌더 역할이 다소 아쉬웠다는 평가를 간과할 수 없다.


브랜드의 자생력 확보를 어렵게 만든 자회사 편입 전략도 패착 요인으로 꼽힌다.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대명월드패션을 주식 양도를 통해 연결회사에서 제외하면서 비바스튜디오와 먼데이페이퍼의 지분을 모두 사들이며 흡수 합병한 결과 해당 브랜드들이 방향성을 상실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스트리트 브랜드의 성장은 디렉터의 디자인 철학과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소비자들의 감성과 맞닿으며 팬덤이 형성되고 매출이 늘어나는 것인데, 전략적 지분 투자가 아닌 단순 인수는 디렉터의 역할을 무색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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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권 하이라이트브랜즈 대표



◇ 코닥·말본골프 올해 전망 불투명… ‘하이라이트브랜즈’에 위기 오나?


대명화학 패션사단의 핵심인 하이라이트브랜즈(대표 이준권)는 지난해 그나마 건재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하이라이트브랜즈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28.8% 증가한 2217억원, 영업이익은 15% 신장한 15.46%를 기록했다.


하지만 외형 성장은 이뤘지만 올해 지속성장 측면에서 고민이 깊다. 지난해 업황 불황과 원재료 상승 등을 감안할 때 매출원가의 경우 42.41% 오른 654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원가는 기업이 상품을 제조하는 데 들인 원가다. 원자재, 노동비, 감가상각비 등이 포함되지만 영업비용과 마케팅 비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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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본골프



주력 브랜드들의 매출 상승세도 올해 우려되는 대목이다. ‘말본골프’의 경우 국내 골프 수요가 다소 감소하면서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다. 2023 전국 골프장·이용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522개 골프장 이용자 수는 총 4772만 266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5058만 3383명) 대비 5.7% 줄어든 수치다.


5월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강남점 골프웨어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2.7% 감소했는데 이는 말본골프를 비롯한 주요 브랜드들의 부진 여파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주요 소비층이던 20~40대 여성 영골퍼들의 이탈이 지속성장에 제동을 거는 요소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코닥어패럴’은 지난해 1000억원 대로 외형을 키우고 중국 등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하이라이트브랜즈의 지난해 재고자산 금액이 전년대비 34.09% 증가했다는 점에서 재고관리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코닥어패럴, 말본골프 등 라이선스 브랜드들이 단기적 현금창출 면에서는 비교적 선방했지만 패션시장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장기적 성장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고유 아이덴티티를 가진 브랜드 기획에 더욱 힘을 실어야 할 때”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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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시



◇ 한 때 중국서 잘 나갔던 ‘키르시’ 적자전환…복잡한 지배구조 탓


지난해 대명화학 자회사로 편입된 키르시(비바스튜디오)는 지난해 매출은 늘었지만 적자 전환했다. 키르시는 2022년 34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21억원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태다. 당기순이익도 -16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자본잠식상태도 심각한 수준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의 변동은 -2억 5900만원에서 -56억 6017만원으로 적자 폭이 크게 뛰었다. 재고자산도 25억원 수준에서 40억원으로 늘어났다.


키르시는 한때 중국에서 ‘아크메드라비’ ‘널디’ 등과 함께 승승장구 했으며 장원영, 송강 등 셀럽들을 모델로 내세우며 인지도를 넓혀 갔지만 현재 해당 포지션은 ‘마뗑킴’으로 전환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올해부터 대명화학이 문어발식 확장을 멈추고 조정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하고엘앤에프와 하이라이트브랜즈, 레시피그룹 중심으로 컴퍼니 빌더와 수장들을 재조정하고 부진한 브랜드는 정리에 나설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컴퍼니 빌더의 한 축을 담당했던 어센틱브랜즈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어센틱브랜즈는 2017년 6월 상호를 주식회사 대명소재에서 주식회사 디엠개발로 변경했고, 2021년 9월 주식회사 어센틱브랜즈코리아로 다시 변경했다.


이러한 과정을 지나며 대명화학 산하 브랜드들과 컴퍼니 빌더들의 지배구조를 갖춘 지주사 역할을 했지만 현재 매출액은 전년대비 절반 이상 감소한 21억원, 영업손실은 전년대비 3배 이상 증가한 31억원으로 불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명화학의 지배구조는 얽히고 설킨 상태로 비효율 사업부에 대한 정리작업이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컴퍼니 빌더 수장들 신변에 변화가 생겨 과거 중추 역할을 담당했던 브랜드의 성장세가 꺾이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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