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패션 ‘홀세일즈맨’ 나가시마 토모유키를 만나다

2024-07-01 Mina 패션 디렉터 kagawapress@gmail.com

MINA의 일본 패션 Howl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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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브랜드 세일즈의 꽃, 전시회 현장



2000년대부터 일본 패션마켓 중심에서 홀세일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는 나가시마 토모유키. 그에게서 일본 패션시장의 생생한 현장 시스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나가시마와는 6년 전 한 브랜드 디렉터와 홀세일 비즈니스 관계로 만나게 됐다. 브랜드를 디렉팅 하는 필자와 세일즈를 담당하는 나가시마는 공통점이 많았고, 서로 윈윈하는 관계로서 오랜 시간 같이 일을 해왔다.


디렉터와 세일즈맨이 밀접한 관계로 브랜드를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또한 나가시마의 결단력과 현장 판단력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다시 만났다. 1편에서는 일본 패션마켓의 전반적인 흐름을 다뤄 보도록 하겠다.



◇ 편집샵과 브랜드 ‘연결고리’


일본 도메스틱 브랜드에는 반드시 세일즈맨이 존재한다. 오더를 베이스로 한 패션위크 및 브랜드 전시회가 일본 패션시장에 주류이고, 도쿄 컬렉션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홀세일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선 생산 후 재고를 쌓아두고 엔드 유저(end user)를 메인으로 판매하는 한국의 전개 방식과 확연히 다른 점이다.


일본은 오프라인 편집샵이 많은 나라 중 하나다. 대기업 편집샵부터 개인 편집샵에 이르기까지, 편집샵만의 감성과 분위기에 따라 배치되는 브랜드들도 다양하다. 그 중심에서 편집샵과 브랜드를 연결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이 바로, ‘브랜드 세일즈’다.


브랜드 세일즈는 제품을 판매하여 성과를 내는 것은 물론 리얼한 편집샵의 니즈와 현장의 목소리, 전개방식 등을 분석해 디자이너에게 전달해준다.


세일즈맨은 크게 브랜드 소속 세일즈, 프리랜서, 쇼룸 소속으로 나뉜다. 브랜드 소속 세일즈맨은 말 그대로 소속된 브랜드의 세일즈만을 담당한다. 프리랜서 세일즈는 패션위크 시즌, 동시 다발적으로 여러 브랜드의 세일즈를 담당하며, 쇼룸 소속 세일즈는 시즌 전시회 때 브랜드가 쇼룸으로 의뢰한 전시회 개최와 세일즈 대행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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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홀세일즈맨 나가시마 토모유키(좌)



◇ 도쿄 패션위크, 브랜드 도약 시기


브랜드 세일즈의 꽃은 단연 전시회다. 전시회는 주로 7월에 발매되는 FW시즌 제품이 같은 해 1월부터 3월까지, 1월에 주로 발매되는 SS시즌 제품이 전년도 6월부터 9월까지 진행된다.


기본적으로 파리 패션위크가 끝난 시기, 일본을 대표하는 편집샵 빔즈(BEAMS)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바이어의 동선을 파악하며 약 2~3개월 간 여러 브랜드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전시회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를 놓치면 바이어의 예산(budget) 문제로 전시회를 진행하더라도 오더를 받기 힘들다.


브랜드 입장에서 패션위크 전시회 시즌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생산량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또한 얼마나 팔릴지 모르는 아이템을 미니멈에 맞춰 생산해 무리한 마케팅과 판매전략으로 인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발매 6개월 전부터 샘플링한 제품을 세일즈해 선 오더를 받고, 이에 대한 판매금을 확보한 후, 여유 있게 오더 수량을 베이스로 생산이 가능한 일본의 시스템은 파리, 밀라노 등 유럽의 패션 위크 시스템과 동일하다. 일본은 유럽 못지않게 다양한 편집샵을 보유하고 있어 가능한 것이다. 물론 브랜드에 따라 오더량은 차이가 있지만 이러한 시스템은 도메스틱 브랜드에게 유익하다.



◇ 편집샵 마케팅 주목


오더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편집샵 마케팅이 중요하다. 엔드 유저(end user)를 메인으로 판매하는 한국의 마케팅은 유명 셀러브리티와 TV광고, 이벤트 등이 주를 이룬다.


일본 패션 마케팅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하지만, 편집샵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도 존재한다. 오히려 소비자보다 우선적으로 진행되는 마케팅 이기도 하다. 이 마케팅은 아이템의 희소가치, 업계 사람들만의 인지도, 브랜드 네임밸류, 실적에 있다.


먼저, 편집샵 대부분 옷의 희소가치와 퀄리티를 먼저 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트렌디한 디자인을 비롯 희소가치, 제품의 퀄리티 및 생산 과정과 배경, 스토리텔링, 확고한 브랜드 컨셉을 마케팅에 녹여낸다.


또한 패션 관계자들이 선호하는 매거진 및 뉴스, 저널리스트의 칼럼, 대기업 편집샵 등 일반 소비자들이 접할 수 없는 은밀한 곳에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프레스 릴리즈와 관계자 프렌즈 스토어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일본 시장에서는 적어도 팝업스토어나 이벤트 보다 더 중요하며 실적과 직결된다.


따라서 편집샵과 바이어 마케팅이 확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진행한다면 불리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 점이 대리점 없이 단독 인포트로 들어오는 해외 브랜드가 일본 패션마켓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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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샵 베팅’ 아시나요


일본 소비자는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편이다. 이는 패션마켓의 정교한 시스템으로 패션마켓의 통일성을 도모해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편집샵 베팅’이라는 보이지 않는 관행이 있다. 지역 및 편집샵 특성을 파악해 홀세일 장소를 정해야 하며 편집샵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 이러한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가까운 지역이나 비슷한 결의 편집샵에 동시에 입점을 한 몇몇 브랜드들이 화제성만 남기고 사라진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일본 패션마켓 분위기를 파악하고 전개할 수 있는 것이 세일즈의 힘이며, 적어도 일본에서는 세일즈맨이 디자이너와 디렉터 만큼 중요한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해외 브랜드 중에서도 일본 현지 브랜드만큼 흐름을 잘 파악하는 케이스가 있는데 대부분 재팬라인을 별도로 진행하거나 전개 대리를 일본 세일즈에 완전히 위임한 경우다.


이번 칼럼은 일본 마켓의 전반적인 흐름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일본 패션마켓의 독특한 문화는 일반인에게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으며 심지어 자국 국민들 조차도 모르는 업계 사람들만의 보이지 않는 문화다. 필자는 15년간 도쿄 패션 업계에서 깊게 일을 해 왔고 여러 현지 사람들을 만나며 한국에 포텐셜 높은 브랜드들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는 것을 많이 봤다. 하지만, 이러한 일본 시장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일본 현지 인재들과 협업한다면 일본 마켓 진출도 어렵지 않다고 본다. 한국 브랜드의 세계화에 있어 발돋움 할 수 있는 일본 시장의 개척을 응원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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