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비즈니스, 생산과 브랜딩이 전부는 아니다

2024-06-15 이원석 산산기어 CFO lee_ws@sansangear.com

이원석의 패션과 투자 가이드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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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믹스 7P



사람들은 실패한 브랜드에 대해, ‘브랜딩을 잘 못해서 실패했다’는 간결한 문장으로 정리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순환논법에 가까운 말이다. 브랜딩이라는 것이 브랜드 이미지를 잘 구축하여 제품/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한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니, 브랜드 사업이 잘 되지 않았다는 것은 브랜딩을 잘 하지 못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브랜드 사업을 전개하는 방법에 대해 밸류체인(Value-Chain)을 따라가며 한번 살펴보자. 제품을 디자인하고 OEM/ODM 공장에 보내 생산을 진행한다. 결이 맞는 템플릿을 구매해 온라인 몰을 구축한 뒤, SNS에 마케팅을 하면서 구매 주문이 들어오면 3PL 업체와 택배사를 통해 고객에게 배송을 한다. 판매가 미진한 것 같다면 패션 플랫폼 입점을 고려한다. 패션사업과 관련된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기에 의류 브랜드 사업은 정말 쉬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하는 브랜드가 훨씬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 진입장벽 구축 필요


이에 대해 나는 ‘브랜딩을 통해 진입장벽을 구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표현한다. 진입장벽이란 개인, 기업이 시장에 진입했을 때 경제적 이익을 볼 것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방해요소를 의미한다.


방해요소는 기술,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요소에 기인하는데, 기술을 예로 든다면 삼성, 애플 등이 특허를 등록해 핵심기술을 독점하거나 코카콜라가 레시피를 엄격히 관리해 보안을 유지하는 것이다. 경제적인 요소로는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후 원가와 판매가를 낮추거나, 원가절감에서 발생한 이익을 마케팅에 활용하여 진입장벽을 세우는 방법도 있다.


진입장벽 구축의 관점에서 브랜드 사업의 밸류체인을 바라본다면, 대부분의 과정에서 진입장벽을 세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내가 활용할 수 있는 공장은 남도 활용할 수 있고, 내가 구매할 수 있는 템플릿 역시 남들도 구매할 수 있다. 의류 디자인과 에디토리얼, 룩북에서 엣지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패턴을 따라한다거나 비슷한 느낌의 연출을 통해 이미지를 뽑아낼 수 있기 때문에 이마저도 충분한 차별화를 만들기 어렵다.



◇ 잘한 브랜딩이란


브랜드 내에 디자인적으로 엄청난 엣지를 계속해서 만들어 낼 정도의 아티스트가 있거나 판매 효율성을 비약적으로 높여줄 유명 인플루언서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초기 브랜드가 확실한 차별성을 가지기는 정말 어렵다. 그렇다면 시작하는 브랜드가 사업을 지속할 수준의 진입장벽을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이와 관련하여 고객이 구매하여 사용하는 모든 과정에서 부족함은 없게 하되, 1~2가지 측면에서만 경쟁력을 갖도록 노력할 것을 조언한다. 공감이 잘 되지 않는다면 당신이 방문했던 유명한 맛집을 떠올려보자. 긴 시간 줄을 서서 힘들게 먹은 음식점의 경우, 맛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줄 서서 먹을 정도인지 의문을 가진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달리 생각하면 그런 곳은 맛, 친절함, 청결도, 인테리어, 주차, 가격 등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집들이 대부분이다. 즉, 식사 후 결제를 하고 나올 때까지 불편한 점은 없되, 채소가 조금 다양했거나 가격 대비 양이 많다거나 하는 정도다.


브랜딩이란 특별한 레시피로 제품을 만드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브랜딩을 잘한다는 것은 생산을 시작으로 가격, 유통 방식, 광고/마케팅, 배송, AS, CS 등 전체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면서, 구매 및 사용 중 딱히 불만스러운 부분은 없되, 경쟁제품 대비 1~2가지 요소에서 특별한 소구 포인트를 갖추도록 세팅하는 것이다. 이는 수십년 전 삼성전자가 확실한 AS를 필두로 성장했던 것과 최근의 쿠팡이 타사 대비 빠른 배송과 CS로 국내 유통 산업을 흔드는 것까지 모두에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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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하는 브랜드를 위한 체크리스트, 7P


하지만 브랜드 사업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그 많은 요소들을 빼먹지 않고 모두 고민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제품/패키징 혹은 광고/마케팅에 몰두하다 보니 각 요소별로 통일감이 없거나, 어떤 요소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이 되어있지 않은 경우들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브랜딩에 있어 중요한 요소들을 놓치지 않고 고민할 수 있을까?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가 확고하다는 전제 하에, 이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써 ‘마케팅 믹스 7P’를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


7P는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채널(Place), 판매촉진(Promotion), 인적자원(People), 물리적 증거(Physical Evidence), 과정(Process)을 의미한다. 나는 이 개념이 브랜딩보다 마케팅 쪽에 더 가까운 분석법이라는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얼마나 오래전에 나왔는지 그리고 얼마나 기초적인 개념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추천하는 이유는, 7P가 밸류체인 상의 모든 과정을 담은 훌륭한 체크리스트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품으로는 디자인, 퀄리티, 착용성, 기능성 등 제품과 관련된 주제들을 아우를 수 있고, 가격으로는 브랜드 이미지 훼손은 최소화 하면서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가격과 수수료 및 세일 정책 등을 결정할 수 있다. 유통채널은 자사 온/오프라인 판매처의 무드를 결정하는 기준을 만들고, 이를 확장하여 위탁/사입처 입점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을 세울 수 있다.


판매촉진은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서 어떤 매체에 공개할 것인지 고민할 수 있게 하며. 인적자원은 온/오프라인 고객 응대와 관계형성에 대한 기준을 수립하는데 도움을 준다. 물리적 증거로는 매장 분위기, 기타 사은품 등 브랜드와 관련된 물리적인 모든 요소를, 과정을 통해서는 인지부터 구매, 사용, 재구매 혹은 이탈까지 고객의 사이클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관련하여 조금 더 깊은 내용은 다음 글에서 다룰 예정이다. 모든 일은 인지하는 것에서 시작하기에 이 도구가 유용할 것이라 생각하며, 이를 활용한다고 해도 순식간에 짜임새 있는 브랜드를 기획할 순 없겠지만 연습과 반복 활용을 통해 고도화를 할 수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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