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 스토리에 빠져들다

2024-05-15 김희정 기자 heejung@fi.co.kr

멋진 세계관, 재미있는 브랜딩으로 입소문



재미있는 건 좋다. 재미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도 말랑말랑해지고 사람과의 관계도 유연해지며 세상일이 모두 만만해지는 마법같은 용기가 생기기도 한다. 어쩌면 세상은 기분에 따라 움직이는지도 모른다.


여기, 재미있는 티셔츠들이 있다. 전국구를 대상으로 손님이 부르는 곳 어디든 간다며 ‘전국 장소 상시 모집’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움직이는 과일 티셔츠 맛집에서부터 책이 좋아 책과 작가를 모티브로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에서 만들었지만 비슷한 욕망의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티셔츠, 또 그저 유쾌 발랄한 파란 외계인을 앞에 세워 멋진 세계관을 보여주는 빈티지 캐주얼 브랜드까지. 우리 곁에서 우리를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는 티셔츠를 모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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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네과일



◇ 김씨네과일 팔아요~


유행과 트렌드, 그리고 마케팅에 정답이 없듯 브랜딩에도 정답은 없다. 그때그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감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브랜딩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좋아하는 일’을 ‘나답게’ 하는 것. 이것은 요즘 사람들이 삶을 대하는 방식과도 같다. 이런 말도 있다. “나를 따르라 하면 흩어지지만, 나의 길을 가겠노라 하면 그 뒤를 따른다”고.


이 말을 실제로 실천하며 나다운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 한 사람이 이동형 티셔츠 가게 ‘김씨네과일’을 런칭한 김도영. 그는 2022년 성수동 한 플리마켓에서 티셔츠를 팔기 시작했다. 차에 옷을 채워 서울 전지역을 돌며 인지도를 쌓았고 대전, 대구, 부산 등 전국을 다니며 요즘 세대의 공감과 지지를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과일을 가득 싣고 골목을 누비는 트럭 만물상과 같은 판매방식으로 단순히 과일이 그려진 티셔츠가 아닌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한 것이 인기를 얻은 비결이 됐고 즐거움을 찾아 헤매는 고객을 내 편으로 만들어 의미 있는 팬덤을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이왕 파는 김에 진짜 과일 판매상처럼 티셔츠를 빨간 바구니에 담아 팔았다. 바구니에는 과일 가격이 적혀 있듯 박스 종이에 멘트도 맛깔나게 적어 올렸다. 체리 티셔츠에는 ‘정신 체리자’, 멜론 티셔츠에는 ‘고당도 차트 1위 멜론’, 복숭아 티셔츠에는 ‘저스틴 비바피치쓰’라고.


재미있는 건 그냥 두고 보기엔 아깝다. 소문을 내야 더 재미있으니 순식간에 SNS를 통해 퍼져나갔고 판매 시간과 장소를 공지하면 어디든지 사람들이 몰려와 전량 완판됐다. 오픈하기 전부터 줄을 서는 사람도 많다. 여느 오픈런 인기 못지 않은 인기를 과시하며 최근에는 스타필드 수원에 팝업을 열어 수원시민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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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락타트



◇ 읽는 사람들 ‘트락타트’


책 읽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18일 발표한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2022년 9월∼2023년 8월) 성인 가운데 일반 도서를 단 한 권이라도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이 43.0%에 그쳤다. 직전 조사 시점인 2021년 대비 4.5%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1994년 독서 실태조사(격년)를 실시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책이 좋다며 독서인을 위한 옷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논문이란 뜻을 지닌 ‘트락타트(Traktat)’는 인류 최고 고전들에 대한 재해석을 기반으로 잊혀질 위기에 처한 철학의 존재가치를 상기하며, 읽고 쓰는 사람들의 취향과 편의를 고려해 만든 브랜드다. ‘종이를 덮고 자며 잉크 속을 헤엄치는 사람을 위한 도서관이 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안고 2년 전 등장했다.


제품 구성은 철학자 티셔츠를 중심으로 각종 의류와 굿즈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야말로 취향을 저격 당한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렇다고 프린팅 그래픽 아이디어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그래픽에 반해 구입을 했다면 그 다음에는 품질에 반해 구입이 이어지고 있다. 양질의 원단과 꼼꼼한 바느질, 브랜드 자수 등 디테일 하나하나에 소홀함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번 입고 마는 티셔츠가 아닌 소장가치 100%에 착용감 100점 만점을 얻고 있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재미요소까지.


할인 쿠폰을 발행하는 할 때도 그냥 하지 않는다. 쿠폰 이름은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이며 쿠폰 코드는 ‘네 책상에 머물러 귀를 기울여라’이다. 문학을 사랑하지 않아도 트락타트 옷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리뷰에는 일정한 평가가 흐른다. ‘멋지고 유쾌한 옷’ ‘세탁 후에도 변형이 없어 새 옷처럼 오래 입을 수 있는 옷’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입어보니 고품질’ ‘환경적으로도 죄책감 없는 옷’이라는 극찬에 더해 ‘계속해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해달라’ ‘끝까지 응원하겠다’는 당부의 말까지. 이렇게 트락타트는 알음알음 입소문이 더해져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핫한 브랜드가 되고 있다.


◇ 파란 외계인 팀과 친구들의 이야기


브랜드 이름은 잘 모르더라도 파란 외계인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다. ‘팀코믹스(TIMCOMIX)’는 우주선을 타고 비행하던 파란 외계인 팀이 멕시코에 착륙하면서 더러워진 지구의 모습과 동물의 눈물, 전쟁과 폭력을 보고 충격을 받아 이를 앞장서서 해결하고자 하는 스토리를 옷에 담아 냈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파란색 외계인 팀과 지구에서 만난 그의 친구들 로리타와 다디토가 그들만의 시선으로 전쟁, 환경, 동물, 인종 등과 같은 지구의 다양한 문제를 미술로 담아내는 것을 보여준다.


팀코믹스는 패션을 통해 ‘자아실현 완성’을 목표로 하며, 브랜드를 전개하는 위즈코퍼레이션은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더욱 행복하게 하는 데 집중한다. 이같은 브랜드의 가치와 스토리를 실천하기 위해 매월 1일 온라인 그림 그리기 사생대회 ‘그림을 그립시다’ 캠페인을 진행한다. 지구의 다양한 문제를 이야기하는 ‘그림을 그립시다’를 통해 우리 모두는 예술가가 되어 자기다움을 표현하고 본인만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이들 브랜드는 디지털 시대 속에서 거창하게 생각하고 계획하고 시도할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생각대로 살아볼 것을 제안한다. 티셔츠에 좋아하는 것들을 새기고 좋아하는 방식으로 보여줌으로써 나답게 사는 것, 나다운 브랜딩의 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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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코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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