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5 유재부 패션 에디터 UB@fi.co.kr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시작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까지 25년간 일한 럭셔리 하우스와 이별
| 디자이너 피엘파올로 피촐리 |
디자이너 피엘파올로 피촐리(Pierpaolo Piccioli)가 지난 22일(현지시각) 금요일 오후에 공개된 충격적인 발표를 통해 10년 넘게 일했던 이탈리아 럭셔리 하우스 발렌티노를 떠난다.
로마에 본사를 둔 이탈리아 럭셔리 하우스 발렌티노는 지난 주 금요일 보도자료를 통해 "메종 발렌티노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엘파올로 피촐리가 협업을 종료하기로 공동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이 소식은 프랑스의 거대 럭셔리 그룹 케어링이 발렌티노의 지분 30%를 인수한 지 9개월 만에 나온 것으로, 결국 완전한 경영권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폭탄 발표와 함께 "메종을 위한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조직이 곧 발표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후임자는 아직 지명되지 않았다.
이 소식은 피엘파올리 피촐리의 마지막 컬렉션이 올 봄 파리의 대학로에 위치한 칼 라거펠트의 유명한 저택에서 열렸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가 떠날 것을 미리 예고라도 하듯 발렌티노의 2024 F/W 컬렉션은 전체적으로 검은색으로 제작되었다.
| 발렌티노 2022 F/W 컬렉션 |
피엘파올로 피촐히는 1999년, 현재 디올의 아트 디렉터인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와 함께 발렌티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첫 발을 내딛게 된다. 10여년간 펜디에서 동고동락하던 둘은 이후 발렌티노에서도 8년 동안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게 된다. 이윽고 2016년, 치우리가 디올로 떠나며 피촐리는 오늘날까지 단독으로 발렌티노를 이끌어왔다. 전설적인 핑크 PP 컬렉션부터 마치 이별을 예감하듯 온통 블랙으로 뒤덮인 그의 마지막 컬렉션까지, 그는 발렌티노를 오트 쿠튀르 분야에서 가장 저명한 6대 브랜드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
피엘파올로 피촐리는 자신의 비전과 헌신, 그리고 혁신적인 정신으로 발렌티노의 역사에 중추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발렌티노는 보도자료에서 강조했다.
발렌티노 CEO 자코포 벤투리니(Jacopo Venturini)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의 역할과 오늘날의 메종 발렌티노를 있게 한 그의 비전, 약속, 창의성에 대해 피엘파올로에게 감사를 표한다."라고 말했다.
1960년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가 설립한 발렌티노는 2012년 카타르 왕실이 운영하는 투자 펀드인 메이훌라(Mayhoola)에 인수된 후 리테일 체인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며 빠르게 성장해왔다.
발렌티노의 회장인 라시드 모하메드 라시드(Rachid Mohamed Rachid)는
"메종 발렌티노의 역사에 중요한 한 장을 써준 피엘파올로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 지난 25년간 그의 공헌은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소식은 피엘파올로 피촐리의 임기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소문이 몇 년 동안 계속된 끝에 나온 것이다. 탁월한 예술적인 디자이너로 널리 알려진 피엘파올로 피촐리는 상업적으로 가장 뛰어난 패션 크리에이터는 아니었다. 궁극적으로 그는 상품보다 자신의 예술을 더 사랑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창업자 발렌티노 가바라디의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결국 그의 뒤를 잇게 된 피엘퍼올로 피촐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모든 이야기에 시작과 끝이 있는 것은 아니며, 어떤 이야기는 그림자를 만들지 않을 정도로 밝게 빛나는 영원한 현재를 살아간다. 나는 25년 동안 이 회사에 몸담아 왔고, 25년 동안 우리 모두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엮어온 사람들과 함께 존재하며 살아왔다. 내가 만난 사람들, 함께 일한 사람들, 꿈을 공유하고 아름다움을 창조한 사람들, 불변하고 실체가 있는 무언가를 함께 만든 사람들 덕분에 모든 것이 존재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랑, 꿈, 아름다움, 인류애로 이루어진 이 유산은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나와 함께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창조한 아름다움이다. 생명, 희망, 기회, 감사, 그리고 나의 사람들, 나의 마음, 그리고 세상의 모든 가능성, 특히 혼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가능성을 선사하는 사랑이다. 나를 믿어준 발렌티노 가바라디와 지안카를로 지아메티,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준 모든 분들 덕분에 나의 여정과 꿈을 여러분과 공유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라고 덧붙였다.
| 발렌티노 2024 F/W 컬렉션 |
한편 피올라올로 피촐리는 더 패션 어워즈 '올해의 디자이너' 부문을 수상하는가 하면, BoF 500을 비롯해 <타임>지에서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들 정도로 전 세계가 인정하는 패션 디자이너였다. 화려한 약력을 차치하더라도, 지난 25년간 하우스의 정수인 우아함과 관능을 잃지 않은 채 다채로운 시도를 이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섬세한 감각의 소유자인지를 엿볼 수 있다. 피치올리의 후임자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난 2022년 구찌를 떠난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적임자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사실 럭셔리 업계에서는 전통적으로 금요일 저녁에 나쁜 소식이 전해지는 것이 일반적입이다. 하지만 오늘날 럭셔리 기업의 무자비한 규칙을 고려할 때, 피엘파올로비촐리는 패션 크리에이터들의 명성 높은 게임에서 매우 오랜 기간 동안 통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패션사에 기리 남을 새로운 기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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