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05 유재부 패션 에디터 UB@fi.co.kr
2024년 #MobWife 스타일 확산…화려한 모피·광택 가죽·굵은 액세서리 특징
흔히 ‘올드 머니룩’로 많이 알려진 ‘조용한 럭셔리’가 2023년 트렌드를 점령한 이후 2024년 새해 트렌드에 급반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2월 2일 틱톡에서는 'mobwife', 'mobwives' 등의 해시태그를 단 포스팅이 각각 1만6천여개, 약 1만개에 달했다. 이들 영상의 조회수는 이미 1억6천만건이 넘었다.
현재 전세계 패션 트렌드의 가장 강력한 물결을 주도하는 SNS에서 조용한 럭셔리 미학은 점점 사라지고 조폭마누라의 외국 버전인 '마피아 와이프(Mob Wife)' 해시태그가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다. 즉 마피아 와이프가 2024년 초의 화려한 패션 룩으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마피아 와이프'는 돈과 권력을 위해 싸워왔고 그것을 과시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인한 여성으로, 고의적으로 과장되어 심지어 쓰레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피아 와이프 스타일은 영화 <더 킬러>, <화이트 히트>와 같은 갱스터 영화 히트 이후 등장한 표현이다. 거친 말투와 세상에 찌든 듯한 마피아 여자들의 영화 속 스타일은 갱스터 룩만큼이나 카리스마가 넘쳤고 매력적이다. 1999~2007년까지 미국에서 방연된 유명 범죄 드라마 <소프라노스>의 드리아 드 마테오와 에디 팔코, 영화 <카지노>의 샤론 스톤의 스타일이 대표적이다.
현재 틱톡을 비롯한 소셜 미디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레오파드 프린트, 인조 모피 코트, 강렬한 컬러와 패턴의 스타킹, 청키한 골드 주얼리, 짙은 화장과 빨간 네일 등이 마피아 와이프 룩의 상징이다.
수백만 명의 틱톡 사용자들이 갑자기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조폭 영화 <굿펠로우>와 매우 알파치노의 인생작인 마피아 영화 <스카페이스>, 최근 방영 25주년을 맞은 미드 <소프라노스>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룩, 심지어 전 퍼스트 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의 차갑고 딱딱한 스타일에도 집착하고 있다.
마피아 와이프 룩은 타이트한 스타킹, 가죽, 루렉스, 높은 하이힐 등 검은색 위에 인조 모피를 덧댄 1980년대 풍 크렌드 강하게 풍기기 때문에 레트로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 새해 들어 틱톡에서 본격적으로 유행 중인 '마피아 와이프' 스타일 이미지 |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을 '마피아 와이프 미학의 CEO'(Mob Wife Aesthetic CEO)라고 부르는 '마피아 와이프' 트렌드의 원조인 미국의 크리에이터 겸 작가 사라 조던 아큐리(Sarah Jordan Arcuri)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담하고, 강인하고, 두려움이 없고, 사과하지 않는 모든 특성이 존경할 만하고 심지어 열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피아 와이프 스타일의 유행은 지난 해 10월 틱톡에서 사라 조단 아큐리가 동영상을 게시하며 본격적인 글로벌 유행이 시작되었다. 영상 속에서 그녀는 검정 가죽, 빈티지 모피, 흐트러진 올림머리, 화려한 스모키 메이크업 등으로 ‘마피아 와이프’ 스타일링을 시연했다.
미드 <소프라노스>의 배경인 뉴저지 출신의 29세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그녀는 지난 몇 년간 자신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12만 명에게 몹와이프 미학을 전파해 왔다. 그녀는 2022년부터 이런 스타일을 포스팅해왔지만 주목받지 못하다가 트리비에리 포스팅 후 갑자기 관심이 폭발했다.
2024년 첫 주에 28세의 캐나다 틱톡 크리에이터 카일라 트레비에리(Kayla Trvieri)가 올린 ‘마피아 와이프 룩’ 영상이 1백70만회 이상 조회됐고, 이후 이에 동의하거나 반대하는 영상이 1백만개 이상 올라왔다. 카일라 트레비에리는 ‘클린 걸(clean girl, 최소한으로 꾸민 스타일의 여성)은 가고, 조폭 마누라가 왔다’란 영상과 함께 ‘마피아 와이프 미학(#MobWifeAesthetic)’이란 해시태그를 처음 사용했다.
마피아 와이프 스타일을 완성하는 것은 바로 묵직한 금색 팔찌와 체인 벨트, 그리고 반지를 겹겹이 쌓아 올린 액세서리다. 사라 조던 아큐리는 "모두 남편이 선물한 금이다. 절대로 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1,530만 팔로워를 거느린 틱톡의 스타 미카일라 노게이라(Mikayla Nogueira)는 눈 주위에 짙은 콜, 인조 속눈썹, 진한 빨간색 립스틱을 바르는 '마피아 와이프' 메이크업 방법에 대한 인기 있는 튜토리얼을 게시했다. 특히 헤어 스타일은 상당함 볼륨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80년대 스타일의 파마가 이상적이다.
마피아 와이프 스타일은 두아 리파, 헤일리 비버와 같은 소셜 미디어 인기 스타들이 즐겨 입는 스타일이다. 물론 이들의 스타일은 좀 더 세련된 버전으로, 전형적인 조폭 마누라인 트로피 와이프(trophy wife; 나이많은 남자의 젊고 매력적인 아내)가 아닌 냉철한 비즈니스 거물로서 자신을 표현한다.
| '마피아 와이프' 스타일의 전도사로 부상한 두아 리파 |
더욱이 '조용한 럭셔리'로 스타일 변신을 했던 영화배우 제니퍼 로렌스나 막강한 영향력의 패션 인플루언서 켄달 제너와 카일리 제너 자매 등이 그새 발빠르게 ‘마피아 와이프’ 스타일을 즐기고 있는 것만 보아도, 그 파워를 확인할 수 있다.
패션의 시계추가 요동치는 가운데, '마피아 와이프'는 작년에 유행한 '조용한 럭셔리'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초부유층이 신중하고 냉정한 의상으로 자신의 막대한 부를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트렌드 컨설팅 업체 조르노 리서치(Journo Research)에 따르면, 지난 3개월 동안 '마피아와이프(mobwife)'에 대한 구글 검색은 2,000% 이상 증가했으며, 해당 해시태그는 틱톡에서 1억 6,100만 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넷플릭스에서 상영 중인 영화 <스카페이스>에서 여주인공 미셸 파이퍼의 스타일을 재발견한 Z세대와 25주년을 맞이한 <소프라노스>의 조폭 토니 소프라노의 아내 카멜라 소프나노 역으로 나오는 여배우 에디 팔코의 룩에 열광한 것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1970~1980년대 마이애미의 콜롬비아 코카인 남작 부인의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의 새 미국 드라마 <그리셀다>도 이러한 마피아 마피아 열기에 일조했다.
당연히 인터넷의 한 쪽 구석에서는 패셔니스타들이 이탈리아계 미국인 마피아나 라틴 아메리카의 나르코를 차용한 '문화적 도용'을 저질렀다는 주장과 함께 이 모든 것에서 불쾌한 것을 발견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마피아 와이프'의 원조 사라 조던 아큐리는 이러한 비판을 일축한다. 그녀는 "그저 재미와 힘을 얻기 위한 방법일 뿐이다. 단지 이탈리아계 미국인 소녀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 2023 가을/겨울 컬렉션에 등장한 '마피아 와이프' 스타일 |
문제는 '마피아 와이프' 스타일과 함께 모피가 재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물권 보호 흐름에 맞춰 최근 패션업계에서도 모피 퇴출이 잇따랐지만, 커다란 모피와 과감한 액세서리, 광택 가죽 등을 위시한 스타일이 '마피아 와이프'라는 이름으로 컴백했다. 이미 1억 6천만 건의 조회수를 넘긴 마피아 와이프 동영상에는 젊은 여성들이 등장해 마피아 조직원처럼 보이도록 꾸미는 모습이 담겼다.
호피 무늬 의상, 묵직한 금 액세서리, 광택이 도는 가죽, 알이 큰 선글라스, 거대한 부피감을 뽐내는 모피 코트가 특징이다. 두꺼운 아이라인과 새빨간 손톱과 립스틱, 부스스하게 위로 잔뜩 부풀린 머리 스타일도 보인다. 여기에 크리스 제너, 니키 미나즈, 두아 리파, 헤일리 비버, 켄달 제너 같은 유명 연예인도 모피 코트, 롱 가죽 부츠, 빨간 립스틱으로 동참했다.
사실 한동안 모피는 패션업계 금기 소재와 같았다. 유명 럭셔리 브랜드를 비롯해 패션 잡지, 유통업체 등도 앞다퉈 모피 퇴출을 선언했다. 2021년 이스라엘은 신규 모피 판매를 금지한 첫 국가가 됐고, 이탈리아와 노르웨이도 모피 생산을 위한 동물 사육을 중단시켰다. 미 캘리포니아주는 작년 1월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모피 제품의 제작, 판매를 금지했다.
2024년 새해, 젊은 MZ세대들이 주도하는 '마피아 와이프 '미학'은 모피에 대해 이들의 달라진 정서를 보여준다. 변덕스러운 젊은 소비자들은 기성 세대가 벌리했던 모피를 다시 찾고 있다. 다만 기후 변화에 민감한 세대답게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흐름을 거스르는 수준은 아니다. 천연이든 인조든 상관하지 않는다. 빈티지 중고 제품도 인기가 좋다. 틱톡 인플루언서들은 새로운 모피보다 중고 모피 구입을 추천한다.
따라서 그 혜택을 보는 곳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나 대체 소재 스타트업, 인조 모피 업체들이다. 일찍이 모피 제품 판매를 중단한 명품 브랜드에는 남의 얘기다. 지난해 매출이 50%가량 꺾이며 어려움을 겪었던 미국의 모피 브랜드 에드워즈-로웰 퍼는 톡톡히 덕을 봤다. 이 업체는 재고를 활용, 인스타그램에서 중고 모피 온라인 경매를 진행했고 폭발적인 매출을 올렸다.
이런 흐름은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했던 미니멀리즘에 대한 반작용으로 여겨진다는 시각이 많다. '조용한 럭셔리'와 달리 '조폭 마누라' 스타일은 대놓고 부를 과시한다. 특히 법치주의 밖에서 부를 일군 '벼락부자' 스타일이다. 마피아의 아내가 남편의 불법에 무지하거나 눈을 감고 성적 매력과 외모를 뽐내는 트렌드가 불편하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모피가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한 최근의 흐름이 길게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틱톡 트렌드는 부침이 심한 편이다. 데이터 분석업체 트렌달리틱스은 조폭 마누라 패션 역시 주간 검색은 전년 대비 21.3% 늘었지만, 이러한 유행은 일시적으로 약 6개월 정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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