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우로우’ 플래그십스토어 홍대점
유통가가 M&A 열풍으로 뜨겁다. 한 달 남짓 기간에 대형 점포 50여 개가 주인을 바꿨다. 유통업체들의 M&A 열풍은 여기서 끝날 것 같지 않다. 신규점 출점 계획도 쏟아내고 있다. 롯데마트는 12개점을 올해 새로 열 거라고 발표했다. 월마트 인수로 다소간 변화가 있지만 이마트도 신규점 출점 계획을 내놓고 있다. 이를 보는 가두상권 점주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일부는 권리금을 포기하며 매장을 내놓는 곳도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공격적인 유통정책이 가두상권에 주는 영향에 대해 짚어봤다.
까르푸를 인수한 이랜드는 32개 전 점 중 기존 자사 유통점과 중복되는 상권 다섯 곳을 제외한 나머지를 패션 중심 유통점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자사 브랜드 47개에 입점을 의뢰, 상당수 브랜드로부터 사실상 입점 승락을 받아 놓은 상태다.
까르푸 인수전에서 이랜드에 고배를 마신 롯데쇼핑은 지난달 중순 청주백화점을 인수했다. 롯데쇼핑 측은 이 지역에 출점을 준비하고 있는 경쟁사 현대백화점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며, 입지 특성을 살려 서울 명동의 영플라자와 같은 형태로 리뉴얼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연간 1천억대 매출을 올리는 알짜 점포 까르푸 야탑점 인수전이 뜨겁고, 지방의 여러 중소 백화점과 쇼핑몰에 대한 대형 유통업체 인수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유입 고객 줄어 한숨만
인수한 업체들이 앞다퉈 패션 강화를 얘기함에 따라 기존 상권과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신도시 개발 등으로 인해 상권이 세분화된데다 이들 대형 유통점의 공격적인 영업 전개 발표되면서 매출 감소를 걱정하는 가두상권 점주들의 볼멘소리도 커져가고 있다.
해운대 로데오아울렛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세이브존, 스펀지쇼핑몰, 여기에 좌동에 2001아울렛까지 생기면서 주말의 경우 입점 고객이 30% 가량 줄었다”며 “매출이 주는 것이야 브랜드 교체나 영업 활성화를 통해 만회할 수 있다지만, 유입 고객 자체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한숨만 나온다”며 최근의 우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목동 노면상권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한 점주도 “현대백화점 목동점이 들어선 이후 매출이 떨어져 고민인데 까르푸마저 이랜드에 인수됨에 따라 타격이 불가피할 것 같다”며 “권리금을 포기하더라도 빨리 정리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 매장을 부동산에 내놨다”고 말했다.
대형 유통점의 진출로 경쟁력을 상실한 인천 신포동과 울산 학성동을 예로 들며 ‘제2의 신포동과 학성동’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지방 가두상권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대형 유통점이 세일을 하는 기간에는 매출이 30% 가까이 떨어진다. 대형 유통점 간 경쟁이 심화되면 세일 횟수와 기간도 늘 것이고 가두상권의 어려움은 지금보다 더 커질게 뻔하다”며 “이 때문에 주변에 가두 매장을 접고 할인점으로 들어간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랜드, 중저가 유통 양 축에서 협공
이랜드의 협공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특히 아동복업계에서 이러한 관측이 많다. 한 아동복 영업 본부장은 “가두점과 아웃렛에 이어 할인점 시장까지 이랜드 세력이 커짐에 따라 이제 아동복 시장은 이랜드 대 비이랜드로 봐야 할 것”이라며 “가두와 할인점 중저가 유통의 양 축에서 이랜드 협공이 시작됨에 따라 비이랜드 아동복의 시장경쟁력과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고 말했다.
이랜드 영향력의 지방으로 확대도 점쳐진다.
까르푸 인수 전까지 이랜드 자사 유통의 경우 몇몇 점포를 제외하고는 주로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됐지만, 전체 점포의 절반인 17개가 지방점인 까르푸 인수로 영향력을 지방까지 확대할 수 있게 됐기 때문. 한 전문가는 “이랜드가 인수한 까르푸의 지방점 중 몇몇 점은 규모와 입지 면에서 기존 가두상권과 여타 할인점에 비해 떨어지는 곳도 있다. 하지만 식품이 아닌 패션 위주로 구성할 것이고, 자체 PB를 통한 고객 흡입력 등을 감안할 때 규모를 떠나 인근 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랜드의 협공에 대응하기 위해 이랜드와 경쟁관계에 있는 유통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중저가 아동복 「아이사랑」은 이랜드 계열 아웃렛에 입점해 있다가 이마트에 올인하기 위해 올 초 매장을 모두 뺐다. 또 몇몇 업체에서는 가두상권 진출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되고 있다.
할인점 영향 적은 브랜드 선호
대형 유통점의 공격적인 진출이 늘면서 가두상권 점주들의 브랜드 선호도도 변하고 있다.
특히 할인점과 경쟁을 피하기 위해 중고가 브랜드에 대한 선호현상이 커지고 있다.
최근 본지가 전국 가두상권 점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호도 조사에서 이러한 세태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가두상권 점주들은 백화점 중심으로 유통을 펴는 유아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