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AI는 아직은 ‘위험한 게임기’

2023-11-15 김강화 인터보그인터내셔널 대표 intervog@naver.com

빅데이터가 먼저…합당한 데이터가 없는데 AI는 허상일 뿐

Image
패션업계는 AI를 ‘솔루션 디자인’의 시각에 입각해 체계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챗 GPT 등장으로 AI가 우리들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패션업계도 코로나를 거쳐서 디지털 기술의 도입이 다양하게 모색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업계를 둘러싼 과제 해결의 획기적인 방법으로 AI활용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AI로 패션업계의 과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먼저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패션업계의 과제부터 살펴보자. 대표적으로 재고 폐기 문제, 인건비 문제, 트렌드 예상의 어려움 등을 꼽을 수 있다.


첫째, 재고 폐기 문제부터 하나씩 따져보자. 패션(특히 의류) 업계는 제조 공정에 소요되는 물을 포함한 많은 에너지 사용량과 짧은 라이프 사이클 특성 상 환경 부하가 매우 큰 산업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최근 국내 의류 업계에서 해결해야 할 1순위가 된 재고 폐기 문제는 저출생·고령화와 라이프스타일의 다양화, 청년층의 구매력 저하 등의 원인으로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공급 과잉에 따른 폐기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대량생산으로 떠안게 된 재고 상품의 경우 브랜드 가치를 크게 훼손할 수 있으며 지속가능성과는 거리가 있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패션 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이 AI을 활용한 재고 관리 시스템의 도입이다. 아직까지 국내에선 가시적인 성공 사례를 찾아 보기 힘들지만, 해외에서는 하나 둘씩 생겨나는 추세여서 고무적이다.


영 캐주얼 패션 브랜드를 다수 운영하는 일본 스트라이프 인터내셔널社의 경우 2019년도 사업 계획 주축의 하나로 AI에 의한 데이터 분석의 강화에 따른 대폭 예산 삭감(350억엔 삭감)을 내걸고 재고 최적화 검증을 실시한 결과, 세일을 포함한 할인율이 크게 개선된 것이 보고된 바 있다. 그러자 기업마다 AI에 의한 발주의 적정화, 할인의 적정화 등 예산의 감소를 위한 활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둘째, 인건비 문제다. 패션 아이템이 팔리지 않는 상태가 지속될 경우 회사 경영을 가장 압박하는 것이 인건비다. 의류 업계에서는 버블 붕괴 이후 많은 기업이 생산 거점을 해외로 옮김으로써 제품 단가를 낮추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운반비 등 판매관리비를 줄이는데는 어려움이 있어 결국 인건비가 희생된다. 지금까지 많은 업체들이 선택하는 해결 방식으로 여전히 인건비를 들고 나오고 있다.


상품을 팔려면 당연히 사람이 필요하지만 인건비 비중이 낮으면 충분히 인력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의류 업계의 인건비에 관한 문제는 역사적 배경을 포함한 많은 과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단순하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최근 들어 국내 생산 연령 인구는 전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감소되고 있다. 특히 패션 소매업은 인력 부족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생산 연령 인구의 감소 추세는 소매업에 한정되지 않고, 코로나를 거치면서 패션 업계 취업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계속되는 인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패션 업계는 준비된 템플릿에 따라 대화하는 ‘채팅 봇’을 본격 도입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업체에서 EC사이트의 ‘채팅 봇’을 실행 중이다. 아직까지 규칙적인 패턴이 있는 범위에 한정되지만, 자동 응답을 가능하게 하는 ‘채팅 봇’은 전화 같은 응대를 귀찮게 여기는 젊은 고객층과의 고객 접점을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근무 시간 외에 24시간 대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회사도 고객도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더욱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챗 GPT도 고객 접객에 활용되고 있으며, 스타일리스트 제안 이력을 바탕으로 AI가 코디를 제안하거나 옷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셋째, 트렌드 예상의 어려움이다. 의류업계 특성 상 어려움으로 여겨지는 것 중 하나가 바로 PLC(Product Life Cycle)가 단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뒤집어 보면 ‘유행 변화의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트렌드 파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유럽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의 젊은이들이 특정 브랜드 및 점포에 매달리지 않게 된 이유에 대해 그들은 ‘어떤 브랜드의 옷을 입는가’가 아니라 ‘마음에 드는 옷을 어떻게 코디하는가’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발표한 사례가 있다.


AI에 의한 트렌드 예상은 상당 기업이 시도하고 도전하고 있지만, 합당한 근본적인 데이터의 부족, 질감 데이터를 표현할 수 없는 AI의 기술 수준, 트렌드의 돌출성 등에 의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AI는 어디까지나 툴이고 기술일 뿐 근본적으로는 비즈니스 모델이나 점포 운용의 재검토를 전제로 고려돼야 한다. DX(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는 단순히 IT를 도입한다고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비즈니스 자체를 디지털 환경에 맞게끔 변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총 부대 격의 기존 시스템과 비즈니스에서 고도의 미사일 격인 AI를 단편적으로만 여기고 무작정 도입한다면 혼란만 가중시키게 된다. 즉 시대 흐름에 휩쓸려 단편적인 판단으로 AI를 도입한다면 경영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AI 기술 개발과 비즈니스 디자인까지 포함한 개념을 ‘솔루션 디자인’이라고 부른다. 외부 환경이 크게 변화하면서 거의 반 강제적으로 전환기를 맞게 된 패션 업계로서는 AI 기술 자체를 단순히 도입하기 보다는 ‘솔루션 디자인’의 시각에 입각해 체계적으로 다루어야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도출해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Image
채널톡의 서포트봇 폼(출처: https://channel.io)





커버
검색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