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저가 브랜드 나홀로 성장

2023-11-19 이은수 기자 les@fi.co.kr

또 다시 저가 마케팅 바람 불까

명품에 기댄 백화점 일제히 하락    


SPA 역대 최대 실적 놓고 경쟁    


이커머스도 초저가 브랜드로 재편


Image
국내 토종 SPA 브랜드 탑텐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인 약 9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저가형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소비 심리 위축으로 초저가 제품과 브랜드만 성장세가 눈에 띄고 있다. 보복소비가 끝나고 오히려 지갑을 닫고 명품 소비를 줄이는 소비침체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유통 최전선인 백화점은 이런 분위기를 가장 빠르게 체감하는 중이다.


주요 백화점 3사는 지난 3분기에 매출이 정체되고 영업이익이 하락하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믿었던 명품마저 매출 하락은 피할 수 없었다.


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의 3분기 영업이익 일제히 하락했고, 당분간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경쟁력 강화를 통해 실적 개선에 나서야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고가대 시장이 무너지고 초저가 제품 중심으로 재편되는 현상은 다양한 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Image
올해 8000억 원대의 매출이 예상되는 ‘유니클로’



◇ 저가 SPA 성장세 뚜렷…브랜드별 역대 최대 실적 예고


우선 올해 패션업계 성장률이 저조한 가운데 SPA(제조·유통일괄형)의 성장이 눈에 띈다. 중간 가격대 국내 브랜드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성통상의 SPA ‘탑텐’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인 약 9000억 원의 매출액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토종 패션 SPA 최초로 매출 1조 원을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유니클로’를 누르고 올해 SPA 1위 자리를 꿰차게 되는 격이다.


탑텐의 지난 3년간 매출은 2021년 5850억 원, 2022년 7800억 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탑텐의 현재 국내 매장 수는 680여 개로 이 중 ‘탑텐 키즈’ 단독 매장은 300여개에 이르는 등 키즈 패션 시장도 점진적으로 장악해 나가고 있다.


유니클로 상황도 좋다. 유니클로도 완전히 회복세로 접어든데 이어 올해 8000억 원대 매출로 재진입이 예상된다. 여기에 이 달 중 신규 매장만 5곳을 추가로 출점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에 총 7개의 신규 매장을 통해 공격적인 확장에 나서고 있는데, 그만큼 시장 상황이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의미다.


이랜드의 SPA ‘스파오’도 올해 역대 최대 매출인 5000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부자재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스파오는 가격을 인하 또는 동결하면서 소비 심리 위축에 적극 대처 중이다.


지난해 매출액 4000억 원에서 25% 늘어난 수치다. 무엇보다 현재 전국 오프라인 매장 107개점을 운영하는 스파오는 지난해 대비 매장수가 크게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30% 가까이 성장했다.


패션 대형사 가운데 유일하게 올 3분기 실적 선방에 선공한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SPA 사업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해외 브랜드 국내 유통 사업이 지속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저가 시장에서도 ‘에잇세컨즈’가 선전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에 따르면 이번 3분기에는 패스트패션(SPA, 제조·직매형 의류) 브랜드인 에잇세컨즈가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면서 실적 개선 효과를 봤다. 에잇세컨즈는 지난해 런칭 10년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긴 데 이어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가격대가 낮은 SPA 제품으로 패션 소비자들의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Image
자라가 경기도 이천시 물류센터에 무인운반로봇을 도입했다



◇ 한국서 물류센터 힘주는 ‘자라’…SPA 시장 선점 나서나


‘자라’도 한국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무엇보다 실적 상승과 이익률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사업 프로세스 선진화에 나서고 있다.


자라는 최근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물류센터에 무인운반로봇(AGV)을 도입하는 등 물류 효율화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세분화된 소비자들의 니즈에 보다 발 빠르게 대처하고 더 나은 서비스 제공과 고객 주문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주목되는 건 이 시스템이 자라 운영 구역에 해당하는 물류센터 규모인 2만2960㎡(약 6945평) 중 7700㎡(약 2329평)에 적용됐는데, 이는 국내에 유통되는 자라 전체 재고의 절반가량을 관리하고 있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자라가 향후 물류 효율화를 위한 솔루션 모색을 통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일궈낼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동안 성장이 주춤했던 자라는 최근 엔데믹과 더불어 고물가 등에 따른 소비 양극화로 인해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자라의 국내 오프라인 판매 법인인 자라리테일코리아와 온라인 매출을 공시하는 아이티엑스코리아의 2022 회계연도(2022.2∼2023.1) 합산 매출은 555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5107억원) 대비 8.7%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39억원으로 71.3%(373억원) 늘었다.


국내서 자라는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변화에 따라 ‘가성비’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라인을 선보이며 선택의 폭을 넓히는 데도 집중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에 따라 소비가 둔화되는 등 패션업계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지만 가성비를 내세운 SPA 브랜드의 약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Image
성수동에 오픈한 ‘무신사스탠다드’



◇ 패션 이커머스 무신사 랭킹 상위권 초저가 브랜드 장악


패션 버티컬 이커머스 플랫폼 시장에서도 초저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무신사에서 운영하는 전문관 서비스 ‘무신사 아울렛’의 입점 브랜드가 매월 큰 폭으로 늘며 성장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무신사에 따르면 입점 브랜드 상품을 최대 80% 할인 판매하는 무신사 아울렛은 지난해 10월만 해도 450여 개 였던 입점 브랜드 수가 1년 새 3배 이상 증가한 1400개로 늘었다고 밝혔다.


무신사 측은 “지속되는 고물가 상황 속에서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고객의 니즈에 맞춰 인기 브랜드의 특가 상품을 중심으로 선보인 무신사 아울렛의 판매 전략이 적중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무신사 월간 랭킹 기준으로 상위 100위권 안에 있는 브랜드 가운데 약 80%가 무신사 아울렛에 입점할 정도로 주요 인기 브랜드의 참여가 활발하다.


실제 무신사의 월간 랭킹 기준을 살펴봐도 10위권내 브랜드 대부분이 객단가 5만 원 안팎의 초저가 브랜드가 주류다. 부동의 랭킹 1 ‘무신사 스탠다드’를 제외하더라도 ‘스파오’ ‘예일’ ‘라퍼지스토어’ ‘수아레’ ‘코드그라피’ 등 대부분 온라인 시장에서 초저가 제품을 취급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곳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최근 이커머스 시장 역시 중가대 가격 브랜드의 고전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신사를 비롯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시즌 단위 기획 대신 박리다매 형 제품 중심으로 꾸려진 브랜드가 성장하고 있어 가격 경쟁에서 치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Image
에잇센컨즈가 올해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 경기 불황 이어지면 또 다시 저가 강조 마케팅 바람 불까


불황에 제철 만난 저가형 제품 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는 현상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다. 과거에도 저가형 제품을 앞세운 판촉 마케팅과 실속 상품을 무기로 불황 속 고성장 했던 전례를 살펴볼 때 원가 경쟁력, 리스크 관리, 불황에 맞는 마케팅과 실속형 제품 공략 등이 또 다시 핵심 전략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막강한 브랜딩 파워를 갖추고 불황기에도 시장 헤게모니를 가져올 수 있는 전략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닫힌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저가 제품 시장 성장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지만 고객이 어떤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할 것인지, 브랜드에 유리한 쪽으로 어떻게 돌릴 수 있을지 지금 이 순간이 바로 브랜드와 마케터들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커버
검색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