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은 ‘쿨’하다!

2023-09-20 박진아 칼럼니스트 jina@jinapark.net

박진아의 글로벌 트렌드  09


패러디 디자인, 불법 짝퉁이 아닌 NEW 창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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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패션 아티스트 닥터 노키가 창조하는 1980년대 영국 펑크 하위문화 스트릿 패션과 글로벌 브랜드의 예상 밖 기이한 만남. Image: nokishop.com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7년, 프랑스의 명품가 루이 뷔통(Louis Vuitton)이 미국  대법원에 저작권 항소 소송을 냈다.


이는 그보다 앞선 2014년, 루이 뷔통이 한 소규모 토트 에코백 제조사가 그 유명한 ‘LV’ 시그니처 숄더 백 고유의 로고 트레이드 마크와 디자인을 손상했다며 뉴욕 남부 지방법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무죄 판정이 내려진 데에 불복한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 최고 사법기관인 미 연방 대법원 역시도 이 에코백 업체의 제품은 법적 위반을 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유럽을 건너 미국 법정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 루이 뷔통을 분개시킨 그 문제의 제품은 다름아닌 ‘마이 아더 백(My Other Bag)’이라는 LA에 본사를 둔 소규모 가방 판매 회사다.


유럽 명품 패션가들의 시그니처 가방을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그려 100% 면직 수제 에코백에 인쇄해 판매해 온 이 소기업에 루이 뷔통, 발렌시아가, 입생로랑, 프로엔자 슐러, 셀린느, 심지어 칼 라거펠트 등을 포함한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속수무책인 이유는 간단하다.


마이 아더 백에 인쇄된 명품 핸드백들은 웬만한 소비자들이 보더라도 브랜드와 제품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흡사하게 드로잉으로 재현됐지만 진짜인 척 둔갑한 불법 짝퉁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원작의 특징을 재해석하고 풍자한 ‘패러디(parody)’ 제품이고 그 자체로 독창적인 창조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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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의 시그니처 가방 디자인을 패러디한 ‘마이 아더 백’의 에코백들



◇ 최상의 경의와 골칫거리 도발 사이


이제 열렬한 팬과 대중의 열망의 대상인 유명 디자이너 라벨이나 글로벌 명품 브랜드 제품을 장난스럽게 복제하고 희화화 하는 패러디 전략은 소비자들의 주목과 호기심을 끌며 구매욕을 자극하는데 효과적인 최신 트렌드 중 하나가 됐다.


가령, 셀린느(Celine)을 펠린(Feline)으로, 에르메스(Hermes)를 오미에스(Homies)로, 발망(Balmain)을 발랭(Ballin)으로 패러디해 유명해진 미국의 스트릿 디자이너 브라이언 리히텐버그(Brian Lichtenberg)는 기성 사회를 지배하는 돈과 저작권이라는 자본과 법 사이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가로지르고 있다. 명품 브랜드 소비에 익숙하지만 동시에 그 욕망을 자조하는 데에도 스스럼 없는 Z세대군의 감성에 어필한다.


패션업계 유명 브랜드를 겨냥한 패러디 전략 사례는 이미 1990년대부터 찾아볼 수 있었다. 예컨대, 영국에서 컬트적 지위를 점하고 있는 패션 아티스트 닥터 노키(Dr NOKI, 본명:조나탄 허드슨(Jonathan Hudson))는 아디다스에서 리바이스에 이르까지 유명 패션 브랜드 로고를 해체하고 재조합한 매시업(mashup) 기법으로 럭서리와 스트릿 패션의 경계를 허물은 선구자로 꼽힌다. 현대 패션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명품 패션 브랜드 제품의 ‘룩’을 빌어 고급스러운 감성과 가격 접근성을 높인 동력은 스트릿 웨어 트렌드다.


오늘날 특히 젊은 소비자들은 명품 로고를 베낀 고가의 짝퉁 티셔츠를 사 입느니 명품 브랜드를 상기시키되 여기에 기발하고 장난스러운 예상 밖의 재치와 반전을 가한 기발한 명품 짝퉁을 선택하는 행위로부터 창조의 성취와 소비의 통쾌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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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리히텐버그가 명품 패션가 로고를 패러디한 의류 컬렉션



◇ 명품 패러디, 새로운 명품?


심지어 유명 디자이너에게도 모방은 최대의 찬사인 것일까? 지방시의 예술 디렉터였던 리카르도 티시(Riccardo Tisci)도 LPD가 자신의 스타일을 패러디한 저지 셔츠를 베꼈다고 화내기보다는 오히려 그 제품의 애호 소장자로 알려져 있다.


펫(pet) 명품으로 애완견과 애완견에게 주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욕망을 표출하는 트렌드가 일상화된 요즘, 럭셔리 브랜드와 제품 패러디는 어느새 애완동물용품 시장에도 침투했다.


‘디자이너 펫 토이’는 샤넬, 에르메스, 구치, 티파니 등 브랜드 로고와 시그니처 가죽제품을 애완동물용 봉제장난감으로 패러디해 판매하는 기업들로, 약 5년 전까지만 해도 루이 뷔통, 발렌시아가 등 명품업계 골리앗들이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제기한 법정소송 위협을 받곤 했지만 현재 이 관행은 사실상 적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 신진 유망 디자이너들은 패션 패러디를 또 다른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호세웡(Jose Wong)은 스티브 잡스가 1970~80년대에 즐겨 신었던 낡아 떨어진 비르켄 슈톡 샌들의 1:1 복제품을 새 신발로 만들어 자신의 웹숍에서 한정수량 판매하고 있다. 잡스가 신던 낡은 샌들은 2022년 11월, 뉴욕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미화 21만 8,750달러(우리 돈 약 30억 원)에 한 익명의 고객에게 낙찰돼 화재가 됐었다.


실리콘밸리 테크 아이콘과 명품 대열에 접어든 비르켄슈톡 브랜드를 한 풋웨어 속에 응축시킨 호세웡의 패러디 신발 속에는 존경하는 혁신가 정신의 ‘발자취를 따라’ 디자인하고 소유하고픈 현대 크리에이터·소비자의 욕망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명품 패러디는 짝퉁이 아니다. 명품 패러디는 크리에이터의 의도, 외형적 형태, 무엇보다도 법적으로 볼 때 엄밀한 ‘새로운 형태의 또 다른 명품’으로써 패션쇼 런웨이와 거리 일반인들의 감성을 지극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30~40년 전이던 1980~90년대에 선구적인 스트릿 디자이너들이 추구했던 패션 예술 본연의 기능?정치사회적 견해 표방, 개성 표현, 라이프스타일 선언 등?은 21세기 오늘날 신진 디자이너들와 소비자들이 주도된 명품 ‘패러디’ 트렌드로 분출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서슴없이 ‘그렇다’라 결론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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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뷔통이 츄이 뷔통으로 변신했다. 애완견용 장난감은 애완동물 주인의 명품 소비 욕구와 허영심을 간접적으로 해소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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