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계의 피터 드러커

2023-09-15 조윤예 기자 choyunye@gmail.com

이성동 얼킨 대표

패션과 IP 통해 유형과 무형의 브랜드 글로벌화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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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소재로 힙한 패션을 만들어 내는 디자이너, 누구보다 비즈니스 DNA가 강력한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얼킨의 수장이자 옴니아트의 이성동 대표를 만났다. 서울패션위크는 물론 뉴욕패션위크 5시즌 참가, 22년 하반기 여성복에 이어 지난 6월 남성복 컬렉션까지 파리 무대에 세운 직후였다.


“파리에서의 컬렉션은 확실히 주목도가 높아서 좋았습니다. 얼킨에 대한 관심과 함께 ‘한국 친환경 패션의 비전’에 대한 질문, 한국이 친환경적인 나라인지에 대한 궁금증들도 많더라고요. 조금 더 열심히 해서 우리나라의 친환경 패션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겠다는 새로운 각오를 하고 왔습니다.”  


버려지는 화가들의 캔버스 그림들을 수거해 가방을 만들기 시작, 컬렉션 의류와 생활 잡화에 이르기까지, 벌써 10년이 넘게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를 운영해 온 그다.


패션 업계에 ‘지속가능함’이라는 화두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을 때부터, 브랜드의 근간이 지속가능성, 자원과 재능의 순환에 있었던 것. 지난 21년부터는 신진 작가들의 지원 플랫폼이자 시각 IP를 활용해 패션 커스텀을 할 수 있는 ‘얼킨 플랫폼’을 런칭,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테스트 중이다. 작가들의 작품이나 캐릭터를 IP화해서 옷이나 소품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에 결합해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업계의 주목 속에 런칭 6개월만에 1만4천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했으며 현재 550개 이상의 IP가 입점해 빠르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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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로서뿐만 아니라 사업가로서도 명민한 그는 이미 2018년 참가한 IBK소셜벤처지원사업에서 1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지난 2019년과 2020년에는 서울산업진흥원(SBA)이 주관하는 도시제조업활성화 지원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패션을 공부하던 학생시절부터 공모전에 응모하면 거의 매번 수상해 스스로 재능이 있다는 점을 깨달았던 그는, 그 결과로 일찍 직접 자신의 패션 브랜드와 매장을 운영해보는 경험을 거쳐 스타트업,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경력을 쌓으며 노련함까지 갖췄다. 대학교 때 ROTC 장교로 병사 36명을 이끌었던 경험 역시 회사 경영에 꼭 필요한 인사관리와 리더십의 발판이 된 셈이다.  


“처음 디자이너가 되었던 20~30대 중반까지는 패션 디자이너로서 경험을 쌓았다면, 앞으로는 사업가의 역량을 좀 더 쌓을 생각입니다. 한 분야를 10년 이상하게 되니 보는 시야가 확실히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패션은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경영과 비즈니스 감각이 있어야 한다고 후배들에게도 강조하는 편입니다.”


그가 평소 롤모델로 삼고 있는 디자이너는 레이 카와쿠보. 패션 디자이너로서뿐만 아니라 사업적인 성장을 같이 이뤄냈고, 후배 양성까지 해 낸 궤적이 남다르기 때문.


확장성이 뛰어난 브랜드 특성 상 각종 브랜드와 수많은 기업간의 콜래보레이션을 진행하면서 콘텐츠를 패션에 녹여내는 능력만큼은 그를 따라갈 디자이너가 없을 정도다. 더현대 서울에서 팝업 이벤트를 통해 선보인 하이트진로 협업 ‘진로 컬렉션’은 빠른 품절과 리오더까지 들어가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많은 콜래보 작업 중에서도 최근 선보였던 테라와 함께 한 프로젝트 ‘청정 캠퍼스’가 가장 유의미했습니다. 대학교에서 버려지는 회화 습작품을 사용한 가방 2종을 출시하고 수익금 일부로 폐캔버스를 수거한 대학교에 새로운 캔버스를 기증하는 환원 사업이었습니다. 얼킨의 본질을 추구할 수 있는 프로젝트라 재미도 있고 기억에도 남았습니다.”


이번 2024 S/S 서울패션위크를 통해서는 현대자동차 포니, 3M 등과 콜래보한 디자인도 선보일 예정이다.


“요즘 세상이 정말 빠르게 변화하는데, 그 변화 속에서 새로운 영감을 찾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최근 그의 관심사는 역시 글로벌화다. K-패션에 대한 뜨거운 관심 속에 얼킨과 얼킨 캔버스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 중이다.


얼킨이 ‘업사이클링 브랜드는 디자인이 힙하지 않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며 하이엔드 브랜드로 성장시킴과 동시에, 얼킨 캔버스를 통해 한국의 라이선스를 발굴,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수출의 길을 노리고 있다.


“패션이라는 언어는 많은 변화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언어를 읽고 있다면 길을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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