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디자이너로 16년 갓생 살기

2023-08-02 조윤예 기자 choyunye@gmail.com

고태용 / 비욘드클로젯 디자이너

롤 모델은 ‘폴로 랄프로렌’


# 거의 데뷔 시점부터 스타 디자이너로 주목 받았던 디자이너 고태용. 런칭한 지 어느덧 16년차의 디자이너지만 아직도 ‘힙’한 브랜드 ‘비욘드클로젯’을 운영하는 그가 지난 6월 파리 트라노이 전시에 참가하면서 첫 번째 파리컬렉션을 개최했다. 젊음을 유지하고 슬럼프도 겪지 않는 비밀의 약이라도 먹는 걸까. 의심스러운 그와의 일문일답을 가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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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용 / 비욘드클로젯 디자이너



Q. 이번 시즌 트라노이쇼 분위기는 어땠나?


A. 뉴욕에서도 3년 정도 컬렉션을 꾸준히 진행한 적이 있었고, 파리에서는 텐소울, 컨셉코리아 등 정부 지원 프로젝트로 2016년 말쯤 마지막으로 트레이드쇼를 참석했었다. 이번 트라노이쇼는 아직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방문객이나 오더량이 회복되지는 못한 것 같다. 다만 한류 열풍에 대해서는 피부로 느껴질 만큼 실감했다. 전시부스 자리가 어떻든 한국 브랜드들끼리 모여있는 전시관을 바이어들이 일부러 찾아왔고, 특히 동남아 쪽 바이어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Q. 해외 컬렉션은 다음 시즌에도 진행할 생각인가?


A. 국내 비즈니스가 해외보다 비중이 워낙 크기도 하고, 코비드-19 상황 때문에 해외 비즈니스를 조금 미뤄두고 있었는데, 이번 트라노이 참가를 계기로 좀 더 재정비하고자 한다. 내년 1월 단독쇼를 하려면 올해 8월까지는 쇼룸이나 에이전시 계약 등 결정해야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본격적으로 논의 중이다.


Q. 해외 컬렉션을 한다면 어느 나라에서 하게 될까?


A. 파리가 될 것 같다. ‘피티 워모’ 때문에 이탈리아도 가 봤고, 뉴욕에서도 꾸준히 컬렉션을 열어봤다. 뉴욕의 경우 한국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파리는 좀 다르다. 파리만이 주는 감성과 예술성이 좋다. 옷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때도 좀 더 순수한 반응이라 디자이너 입장에서 더 받아들이기 편하다. 비욘드클로젯을 런칭하고 나서 이번 시즌에 처음으로 서울패션위크를 쉬게 됐는데, 해외 바이어들은 오히려 그 부분을 굉장히 아쉬워했다. 지금 한국 디자이너들에 관한 관심이 굉장히 뜨겁고, 서울패션위크가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이 참가하는 컬렉션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해외 진출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들었다.


Q. 해외 진출 외에 요즘 가장 큰 고민이 있다면?


A. 브랜드가 꾸준히 ‘힙’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게 제일 어렵다. 스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 스스로 대중 앞에 많이 노출됐는데, 그러다 보니 이미지 소비도 많이 되고, 대중들에게 새로운 이미지로 다가가기 보다는 ‘유지’하고 있는 느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디자인하는 게 좋아서 디자이너가 됐는데 직접 경영까지 하는 브랜드를 만들었다면 누구나 인사나 회사 운영 등 디자인 이외의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 같다. 디자이너는 항상 새로워야 하고, 이슈가 되는 일들을 하고 싶은데 그게 경영까지 하게 되면 쉬운 일이 아니다.


Q. 그렇다면 다른 투자자나 전문 경영인에 대한 생각은 안 해봤나?


A. 물론 브랜드의 연차만큼 수많은 투자자들을 만나봤다. 거의 계약 단계까지 간 적도 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브랜드를 빼앗기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투자자와 손 잡은 후배들을 보니 감수해야할 부분도 있고 투자로 인해 잘 만들어진 브랜드도 있다. 여전히 경영은 어렵고 누군가 대신해줬으면 하는 분야지만 16년차를 맞은 지금은 투자자를 찾을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사실 비욘드클로젯은 라이선스 에이전시가 있어서 브랜드의 중요 부분 중 하나인 그래픽적 요소나 캐릭터들을 라이선스 비즈니스가 어느 정도 뒷받침을 해주기 때문에 디자이너 컬렉션까지 투 트랙으로 활발하게 오랫동안 활동하고 싶다.


Q. 최근 컬렉션 라인 쪽 반응이 좋아졌나?


A. 약 1년반 전부터 조금씩 매출이 올라오더니 최근에는 전체 매출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컬렉션 라인 제품이 주문 들어오면 제가 직접 전체 컬렉션 중 몇 번째 의상인지, 영감을 어디서 얻었는지 그 의상에 대한 이야기를 손 편지로 써서 같이 보내드린다. 그래서인지 소비자들의 니즈도 받아본 후의 반응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지금 입고 있는 티셔츠 같은 경우는 최근 BTS의 진이 군 입대 전 찍은 생일 축하 영상에서 입고 나와서 갑자기 폭발적인 주문이 들어오는 바람에 손 편지를 못쓰게 됐다. 이런 경우 말고는 모든 주문 건에 대해 모두 다 손으로 쓴 편지를 함께 보내고 있다.


Q. 디자인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나?


A. 보통 어딘가 낯선 곳으로 떠나서 새로운 영감을 떠올렸던 것 같다. 그런데 팬데믹 기간 동안은 떠날 수가 없으니 주로 사진, 영화, 책 등에서 찾아야 했다. 이번 파리 무대에서 선보였던 컬렉션은 ‘더 뉴 와일드’라는 테마였는데, 피터 비얼드라는 포토그래퍼의 사진집을 보고 와일드한 남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여기에 저의 기본적인 인스피레이션 중 하나인 90년대의 남성성을 표현하기 위해 농구 선수나 카레이싱 선수, 액션 배우 등 마초 이미지에 로맨틱함을 약간 섞었다. 그래서 악어 가죽인데 컬러를 옐로우로 쓴다든지, 아가일 패턴을 손으로 직접 바느질 해 러프한 터치감을 준다든지 하는 시도들을 해봤다.


Q. 그동안 슬럼프를 겪은 적은 있었는지, 극복하는 자신만의 방법은 있었는지?


A.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벌게 된다는 생각으로 일해왔기 때문에 사실 주변에 같은 일을 하는 동료들이 신기해 할 정도로 한 번도 슬럼프라는 걸 겪어본 적이 없다. 매출이 떨어질 때는 내가 하는 디자인이 틀렸나 하는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머릿속에 상상하는 이미지를 결과물로 도출해낼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뽑아내고 있다고 자신하는 편이다. 처음 데뷔했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내 디자인이 높은 가치평가를 받지 못한다면 알려지지 않아서 일 뿐, 알게 된다면 누구나 인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앞으로 어떤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가?


A. 폴로 랄프로렌 같은 브랜드다. 궁극적으로 꿈꾸는 건 클래식이다. 그런 클래식함을 잘 유지하면서도 가장 핫한 브랜드 중 하나인 슈프림 같은 브랜드들과 협업하면서 새로운 요소들을 만들어낸다는 점이 너무 좋아 보인다. 무엇보다 아기부터 노인까지 입을 수 있는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단 건 정말 대단한 일 같다. 꼭 해내고 싶다.


Q. 비욘드클로젯을 그렇게 만들기 위한 지금의 전략이 있다면?


A. 우리 브랜드가 가장 많이 팔렸을 때 주요 소비층이 18~23세였다. 많이 팔리는 건 좋았지만 브랜드 이미지가 ‘학생들이 입는 브랜드’로 고착 될까 봐 고민하기도 했다. 컬렉션 라인은 그 부분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로써 캐릭터 있고 퀄리티 있는 의상을 만드는 브랜드로서 포지셔닝하고 싶다. 컬렉션 라인 홍보를 위해서 유튜브를 적극 활용할 생각이다. 요즘의 MZ세대 패션 유튜버들과 접촉하고 있고, 내 개인 유튜브 채널도 에이전시와 계약해 적극적으로 키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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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클로젯, 파리패션위크 24 S/S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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