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적 ‘파리 시크’를 글로벌 ‘USP’로 마케팅하다

2023-07-05 박진아 칼럼니스트 jina@jinapark.net

박진아의 글로벌 트렌드 07

‘루주’, 온라인 부티크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Image
루주의 USP(unique selling point) 겸 성공 비결은 캐주얼화된 주류 패션 트렌드와 정반대의 ‘극여성적’ ‘파리 시크’ 스타일을 21세기 문화 맥락에 맞게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데에 있다. (사진 출처: 루주)



루주(Rouje)는 지금 프랑스의 ‘잇걸(“It” girl)’로 불리는 잔느 다마스(Jeanne Damas)가 창업한 패션 및 뷰티 브랜드다. 직업적으로는 모델, 인플루언서, 패션 디자이너, 사업가로 활동하는 패션 아이콘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남자친구와 낳은 어린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종횡무진하는 21세기형 프랑스 여성이다.


소셜미디어 매체에 익숙한 신세대답게 이제 갓 서른 살 넘은 그녀는 수 년 전부터 갑자기 패션쇼 캣워크 맨 앞줄 특별 게스트 자리에 앉은 모습이 종종 눈에 띄더니 프랑스 저명 패션 잡지들 표지 모델로 등장하며 인스타그램 구독자 수 50만을 자랑하는 인플루언서로 급부상 했다.


올해로부터 7년 전인 2016년, 당시 나이 불과 25세로 그렇게 파리의 패션계에 홀연히 등장한 잔느 다마스는 본래 모델로 패션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자신 만의 패션 브랜드를 구축하겠다는 야심을 품고 전통 섬유제조산업 지구인 파리 상티에 제2구 뤼 바쇼몽 거리에직원 60명을 고용한 루주(Rouje)를 창업한 이래 지금까지 그녀는 디자인 디렉터 겸 루주 브랜드의 주인이자 얼굴이다.



Image
첫 런칭한 루주 뷰티 라인은 빨강색 립스틱으로 출발했다. 잔느 다마스는 코로나19로 격리와 재택근무 기간 동안 화장품 제품 아이디어 발굴과 메이크업 튜토리얼 제작에 집중했다고 한다. 코로나 시기 입증된 ‘립스틱 효과’를 타고 뷰티 부문 매출도 꾸준한 성장 및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 (사진 출처: 루주)



◇ 21세기형 신세대 프랑스 여성의 전형 재창조


루주가 창업한 당시는 미국에서 킴 카다시안의 ‘카다시안 따라잡기’ 리얼리티 TV쇼가 제시하는 대담하고 과시적인 미국식 글래머와 한국서 유래해 온 K뷰티가 전세계 뷰티업계를 뒤흔들고 있을 때. 제인 버킨, 프랑소아즈 하르디, 루 두아용 등으로 대변되는 전형적 ‘파리지엔느 시크’는 다문화·다인종·다양성과 젠더 유동성을 지향하는 주류 패션·뷰티 업계의 변방을 표류하고 있었다.


“빈티지 드레스와 워킹우먼 자켓, 청바지와 뱀무늬 부츠, 피부 표현은 완벽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입술은 빨갛게, 헤어는 침대서 막 일어난 듯 헝클어뜨리고, 자태와 눈길은 요염하게….”


루주가 시즌 마다 발표하는 룩북(Lookbo ok)이 자아내는 스타일은 누가 봐도 극도로 여성스러워 애슬레저풍 캐주얼 스타일이 주도하는 최근 유행과 확연히 대조된다.


2018~19년부터 프랑스와 영국 『보그(Vogue)』, 『엘르(Elle) 』, 『로피시엘 파리(L’Officiel Paris)』 등 굴지의 패션지들은 인플루언서 겸 디자이너 잔느 다마스를 내세워, 사랑과 로맨스의 도시 파리의 여인들이 하는 프랑스식 화장법과 데이트 원피스 입는 법에서부터 평소 입는 필수 패션 아이템과 일상 속 피부 관리 비법을 공개하는 뷰티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 프랑스 여성 스타일의 전형이란 바로 이것이라고 복음했다.



◇ 뉴욕·중국·런던 찍고…글로벌 시장으로 확장 중


홀연히 등장한 ‘프랑스의 잇걸’로 부상한 잔느 다마스가 합성한 나른한 여성미의 ‘파리지엔느’와 사업가 겸 디자이너라는 바쁘고 독립적인 현대적 여성이라는 양극적 역설을 겸비한 21세기형 파리지엔느 아이덴티티는 프랑스 바깥 여성들에게도 효과적으로 호소한다. 루주가 표방하는 ‘초여성성’은 이미 뉴욕의 여성들 사이에서 컬트적 인기를 구축했다.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지난 2021년 뉴욕 로어이스트사이드 놀리타(Nolita) 구역에서 운영된 팝업 매장은 한정 수량 판매 전략을 사용해 온라인 통로로만 구매할 수 있던 미국 팬들 사이에서 희귀 가치를 드높였다. 이어 2022년, 다마스는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중국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해 해외 여행과 쇼핑에 목말라있던 중국 여성 소비자들이 웃돈을 주고라도 싹쓸이 구매해가는 ‘프랑스 여성 스타일((法式女孩?))’로 불리며 일군의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을 탄생시켰다.


가장 최근인 올 2023년 5월에는 런던의 부유층 거주 구역인 웨스트엔드 사우스 몰튼 스트리트에 해외 매장 제1호를 개장했다. 2018년 런칭한 뷰티 라인은 2022년 ‘레이 피유 앙 루주(Les Filles en Rouje)’로 리브랜딩을 시도, 제품군 확장을 거듭한 가운데, 2023년부터 기초화장품과 헤어케어 제품을 포함한 종합 스킨케어 라인으로 뷰티 사업 확장을 더 공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최근 『보그비즈니스』는 보도했다.



Image
루주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드레스를 입고 직접 모델링하는 잔느 다마스. (사진 출처: 루주)



◇ 탄생은 디지털 브랜드, 목표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루주는 창업 초기부터 온라인 채널을 통한 D2C 브랜드로 런칭했으나 2019년 9월 파리 본사 사무실 건물에 루주 플래그십 매장과 레스토랑 ‘셰이 잔느(Chez Jeanne)’를 개장하는 등 오프라인 리테일 사업에도 열정적이다. 패션 매장과 요식업이 겸비된 종합적 라이프스타일 창조라는 비전과 바스티유에서 부모님이 운영하던 브라세리에서 크며 수많은 손님들을 관찰한 경험이 영감의 바탕이 됐다.


개장 즉시 코로나19에 따른 2년 여 간의 장기 휴업과 매출 부진을 딛고 루주 매장과 레스토랑은 온라인 D2C 전략과 뗄래야 뗄 수 없는 보조 역할을 하며 오프라인 구매 체험의 중요성을 거듭 확인시키고 있다.


패션과 뷰티를 넘어 궁극적으로 파리풍 인생을 복음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되겠다는 다마스의 야심은 문화라는 비밀 무기로 세계인들을 유혹해 온 프랑스 전통의 연장선 위에 있다.












커버
검색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