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이커머스는 왜 오프라인에 관심을 보일까?

2023-07-07 서재필 기자 sjp@fi.co.kr

오프라인 체험, 온라인 서비스, 유통이 하나로 통합된 ‘뉴 리테일’의 시대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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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알리윈 컨퍼런스에서 연설하는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



“머지않아 이커머스라는 말이 사라지고 오프라인 체험, 온라인 서비스, 유통이 하나로 통합된 뉴 리테일의 시대가 올 것.”
2016년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알리윈 컨퍼런스에서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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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의 오프라인 진출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이구성수’



패션시장 패러다임을 뒤바꿨던 이커머스 기업들이 오프라인 시장으로 달려들고 있다. 이에 대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뉴 리테일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커머스 기업들의 오프라인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9월 29CM은 ‘이구성수’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O2O 혁신을 꾀했다. 앞서 지난 상반기 팝업스토어 ‘29맨션’을 오픈하며 오프라인의 가능성을 타진했던 ‘29CM’은 지난해 8월 더현대서울에 브랜드 큐레이션 공간인 ‘이구갤러리’까지 오픈해 매달 새로운 브랜드와 컨셉을 선보이고 있다.


무신사는 홍대 무신사 테라스에 이어 성수동에도 무신사 테라스를 오픈했다. 무신사는 이 공간을 무신사 단독이 아닌 입점 브랜드들의 쇼케이스 혹은 팝업스토어 공간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W컨셉은 지난해 3월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에 첫 매장을 선보인 후 현재 대구점과 강남점까지 세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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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더현대서울에 오픈한 ‘ 지그재그’ 팝업스토어



이처럼 이커머스 기업들의 오프라인 진출은 ‘소비자와 소통의 접점을 늘리는 것’에 표면적 이유를 두고 있지만 브랜드 가치를 직접 체험하게 한 후 실제 구매로 연결시키는 것에 본 의도가 숨어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오프라인 공간은 다양한 체험형 이벤트를 구성하고, 현장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여러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가 하면, 오프라인 현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단독 아이템을 기획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난 5월에는 지그재그가 팝업스토어를 오픈하며 오프라인 테스트를 거치는 모습이다. 지그재그의 첫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는 5월 15일부터 시작한 ‘2023 브랜드 캠페인’의 일환으로, 오프라인 공간에서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지그재그의 큐레이션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지그재그 관계자는 “이번 팝업스토어를 통해 국내 대표 쇼핑몰과 패션, 뷰티, 라이프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지그재그의 플랫폼 특성을 오프라인에 재현했고, 온·오프라인을 연계해 색다른 쇼핑 경험을 선사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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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팝업스토어로 새로운 콘텐츠를 제안하는 무신사 테라스



◇ 오프라인 기획 한번, 온라인 매출 5배 상승 효과?


MZ세대들의 오프라인 팝업스토어 ‘러블리마켓’을 운영하는 플리팝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까지 동대문 DDP에서 몇 차례 플리마켓 형태의 팝업스토어를 진행했다. 당시 행사에는 평균 4만명 이상, 많으면 5만명 가까이 Z세대 소비자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플리마켓 형태로 판매를 진행하지만, 이틀간 행사가 끝나면, 단기간 온라인 매출이 4~5배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 회사는 ‘러마페이’라는 자체적인 결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어 현장에서 매출 집계 및 소비자 구매 이력이 체크가 가능한데, ‘러블리마켓’에 방문한 고객 76% 이상이 온라인으로 재접속을 한다는 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었다.


러블리마켓 관계자는 “오프라인의 역할은 현장에서 체험 이후 온라인으로 구매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오프라인에서 직접 브랜드를 경험한 소비자들은 그 브랜드의 다른 아이템들을 살피기 위해 온라인을 접속하게 된다. 오프라인에서 체험하지 못한 소비자라도, 오프라인 행사가 흥행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호기심에 온라인으로 해당 행사에서 주목받았던 브랜드들을 살펴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지그재그의 팝업스토어도 비슷한 양상을 보여준다. 지그재그 측에 따르면 팝업스토어 2주간의 운영 기간 누적 방문객 총 4만명, 일 평균 방문객 2900여명을 기록했다. 실제로 팝업스토어 운영 기간 지그재그 제트결제 거래액은 전월 동기간 대비 18% 증가했다. 지그재그 신규 가입자 역시 21% 증가했다.


고객 경험에 집중하기 위해 현장 구매뿐만 아니라 상품에 부착된 QR 코드를 스캔하면 지그재그 앱에 연동돼 지그재그 앱 내 통합 결제 시스템인 제트(Z) 결제로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제트 결제로 구매 시 앱에서 적용 가능한 추가 할인 혜택도 제공하며, 구매 제품은 번거롭게 들고 다니는 대신 빠른 배송 서비스인 ‘직진배송’을 통해 서울/경기 지역에 한해 당일 저녁 또는 다음 날 아침에 받을 수 있었다. 서울/경기 외 지역은 주문 다음 날 수령 가능하게 했다.


지그재그의 이번 팝업스토어는 추후 오프라인 진출을 위한 테스트가 아니냐는 해석도 있지만, 지그재그 측은 “아직 오프라인 진출 계획을 갖고 있진 않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무신사도 최근 무신사 뷰티에 입점한 브랜드들과 스퀘어 성수에서 진행한 ‘프래그런스 바’ 팝업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프래그런스 바는 오프라인 매장이 없거나 적은 글로벌 니치 향수 브랜드와 신진 향수 브랜드를 한 곳에서 선보이는 행사였다. 행사 기간 무신사 뷰티에서 참여 브랜드의 거래액은 평균 63%가량 증가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W컨셉은 세 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W컨셉을 대표할 수 있는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매월 신규 브랜드를 고객에게 소개하는 방식으로 MD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각종 온라인 기획전 콘텐츠를 그대로 오프라인에 구성해 온·오프라인 경험이 일치되게 느껴질 수 있도록 하는 O4O 전략을 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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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동대문 DDP에서 열린 러블리마켓 현장, 당시 4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 소비자 몰려야 구매전환도 높다…MD 및 기획이 관건


전문가들은 팝업 및 오프라인 공간 기획은 브랜드 가치를 체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아이템 구성인 MD와 매장 인테리어가 핵심이라고 말한다.


지난달 열린 지그재그 팝업은 전체적인 공간 디자인은 지그재그와 고객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이자 지그재그에서의 쇼핑 경험을 상징하는 ‘핑크 배송 박스’를 모티프로 꾸몄다. 핑크 배송 박스는 지그재그가 제공하는 빠른 배송 서비스 ‘직진배송’에서 상품 구입 시 고객에게 전달되는 전용 박스이기 때문. 핑크 배송 박스를 팝업 스토어 외관에 그대로 적용해 핑크로 대표되는 지그재그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고객들에게 강렬하게 알리고자 했다.


더불어 상품 기획 단계에서도 그간 지그재그 커머스에서 볼 수 없었던 ‘최초 공개’ 아이템들을 먼저 선보였다. 패션 카테고리에서는 ‘가내스라’, ‘라룸’, ‘루루서울’, ‘메이비베이비’, ‘미니포에’, ‘바온’, ‘블랙업’, ‘아뜨랑스’, ‘원로그’ 등 오프라인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국내 인기 쇼핑몰이 팝업 스토어에 참여했다. 특히 이 중 ‘원로그’는 자체 제작 아이템 ‘원로그 티니 트위드 재킷’을 이번 팝업에서 단독 선공개하기도 했다.


뷰티 카테고리에서도 단독 선공개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이끄는 핵심 역할을 했다. ‘삐아’의 ‘삐아 글로우 립 틴트’의 경우 지그재그 팝업 스토어에서만 만날 수 있는 단독 컬러를 선보이며, 신상품인 ‘삐아 라스트 글리터 하이라이너’도 판매했다. ‘롬앤’ 역시 ‘트윙클 펜 라이너’를 지그재그 팝업에서 선런칭했다.


이커머스의 오프라인 전환 국면에서 가장 핫한 콘텐츠인 29CM의 ‘이구성수’는 지난해 9월 24일 첫 번째로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다.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29CM가 지향하는 감도 높은 '큐레이션'과 '스토리텔링' 가치를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오프라인 공간이다. 규모는 약 103평(340㎡)으로 총 2개 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1층은 쇼룸과 전시장, 2층은 다목적 공간과 피팅룸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오프라인 현장에서는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도 다수 있으나, 현장에서 실물을 확인하거나 착용 후 무신사 스토어나 29CM 등 온라인에서 구매를 하는 사례도 쉽게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상품 페이지로 접근할 수 있는 QR코드를 진열된 실물 상품에 부착하거나 온라인에서 동시에 기획전을 진행하는 등 온·오프라인의 경계 없이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무신사는 무신사 테라스를 브랜드들을 위한 팝업 공간으로 운영한다. 중소규모의 브랜드가 오프라인에서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할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대표적으로 ‘디스이즈네버댓’ ‘예일’ ‘피지컬에듀케이션디파트먼트’ 등 무신사 스토어에 주목받고 있는 패션 브랜드가 무신사 테라스에서 팝업 행사를 통해 고객에게 색다른 브랜드 경험을 제공했다. 단순히 온라인에 전시되고 있는 상품을 매장으로 옮겨오기 보다 오프라인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혜택(단독 상품 발매 또는 선공개) 등을 함께 선보이며 상승효과도 내고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무신사 입점 브랜드 대부분이 온라인 기반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만큼 오프라인을 통해 고객 접점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이에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온-오프라인 연계 브랜딩 활동은 입점 브랜드의 인지도를 제고하고 신규 고객을 유입하는데 유의미한 효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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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의 검색 및 구매 데이터를 통한 오프라인 기획 프로세스(자료 플리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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