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위에 그리는 추상표현주의

2023-06-01 박진아 칼럼니스트 jina@jinapark.net

박진아의 글로벌 트렌드 06

도파민 드레싱에서 도파민 뷰티로


1980년대 화장은 밝은 피부톤, 굵고 진한 눈썹, 진하고 드라마한 눈화장, 대담하게 바른 진한 핑크톤 볼연지, 깊은 적색톤의 립컬러는
물론 펄 및 글리터 효과와 크고 풍성한 헤어스타일로 요약된다.

'클린뷰티(clean beauty)가 저물고 도파민 뷰티가 왔다!'
최근 틱톡(TikTok) 앱의 틱톡튜토리얼(테크닉 강좌 짤) 섹션을 휩쓸고 있는 최신 유행 콘텐츠는 다름아닌 '도파민 글램(dopamine glam)'이다.

'도파민 드레싱(dopamine dressing)'은 2022년 한 해 패션계에서 가장 많이 회자됐던 트렌드 어휘였다. 코로나19로 후줄근한 실내복과 화장 안한 푸석한 얼굴로 은둔자처럼 보냈던 외롭고 지리했던 시절을 뒤로 하고 밝고 화사한 색상과 과감한 패턴과 재단이 돋보이는 옷을 입어 기분을 전환하자고 패션 심리학자 돈 케런(Dawnn Karen)은 그녀의 저서 『Dress Your Best Life』(2020년)에서 복음했다.


◇ 포스트 코로나, 메이크업 셀프케어 통해 행복하고픈 욕구의 분출

행복 추구 운동은 도파민 드레싱을 넘어서 도파민 뷰티로 번지고 있다. 약 한 달 전, 내가 사는 유럽 도시(오스트리아 비엔나) 거리 또는 대중 교통에서 마주치는 십대와 이십대 초 연령대 Z세대 아가씨들의 새 화장법이 눈에 들어왔다. 길게 뽑아 그린 캣아이 아이라이너 주변에 연두색 아이셰도와 작은 물방울을 연상시키는 반짝이 글리터를 바른 그 아가씨는 화사한 봄날 밝고 들뜬 마음을 화장으로 한껏 표현하고 외출에 나선 모습이었다.

쾌감과 보상의 호르몬을 따서 이름 지어진 '도파민 뷰티(dopamine beauty)'라는 어휘가 시사하듯, 올 2023년 봄과 여름철 전 세계 여성들은 화장으로 튀는 외모로 주목받으며 내면의 충만과 행복을 느끼고 싶어하는 욕망으로 충만해 있다. K-뷰티 세계화와 친환경·윤리적 소비 문화의 확산 트렌드 속에서 지난 약 5년은 글로벌 화장품 업계를 재편했던 '클린 뷰티' 트렌드와 생얼 화장법(no makeup makeup look)은 웰빙과 영혼적 충만에 관심 많은 MZ세대 여성들 사이에서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로레알 파리 소속 셀럽 메이크업 아티스트 겸 인플루언서인 서 존(Sir John, 정식 이름 Sir John Barnett)은 "'클린걸(clean girl)' 룩의 유효 기간은 이제 지났다"고 선언하고 이제는 비정형적이고 표준을 거스르는 톡톡 튀고 엉뚱기발한 아름다움, 다시 말해 '안티 클린걸' 메이크업을 할 때라고 제안했다.


◇ 나의, 내가 하는, 나를 위한 '행복 메이크업'

서 존이 말하는 안티 클린걸 메이크업이란 선명 대담한 색상과 대담한 립, 아이, 블러셔로 과감하게 표현한 룩이라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겠다. 화장한 당사자가 사회적 미의 기준이나 외부의 평가에 연연하기 보다는 화장하는 활동 과정 자체에서 재미를 누리고 기분을 긍정적으로(feel good) 전환하자는 것이 이 화장법의 궁극 목표이자 효과다.

지난 10일, 블랙핑크 제니가 서울서 가진 캘빈클라인 내의 한정판 캡슐 컬렉션 출시 축하 파티에서 쌍둥이 자매 인플루언서 시미와 헤이즈 카드라(Simi & Haze Khadra)가 깜짝 참석해 제니와 친분을 과시했다. 『보그 비즈니스』의 보도에 따르면, 시미와 헤이즈 자매는 신생 창업 화장품 브랜드인 시미헤이즈 뷰티(Simihaze Beauty)를 한국과 중동 시장 출시를 위한 물밑 작업 차 한국을 방문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2021년 7월 런칭한 시미헤이즈 뷰티 브랜드는 헤이즈와 카드라 두 쌍둥이 자매가 이탈리아 밀라노 본사의 화장품 인큐베이터 기업인 플래시 뷰티(Flash Beauty)사와 협력해 제품 개발 및 판매에 들어가 벌써 미국 시장에서 '잇 뷰티'로 주목받으며 급부상 중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기분 전환과 심리 치료 효과를 주장하는 '도파민 옷입기(dopamine dressing)'가 유행했다. 사진은 2015년 10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피티 오보(Pitti Uomo) 남성복 컬렉션 패션쇼 중 한 장면. 사진 출처 : Mariya Georgieva=Unsplash


◇ 화장품 혁신 포인트-사용자 편의와 자족적 체험 지향적 디자인

시미헤이즈 뷰티가 화장품 시장에서 출시한 제품들은 다름아닌 도파민 뷰티 화장품이다. 특히 Z세대 소비자에게 메이크업이란 재미있고 즐거운 자기 변신의 과정이라는 메시지를 소통하고, 자기만의 라이프스타일과 독특한 경험을 구매하고 싶어하는 내면적 욕구에 효과적으로 호소한다며 장업계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리테일 사업 협력업체들은 시미헤이즈 뷰티의 브랜드 컨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화장술이 부족하고 전문가적 도구 없이도 누구나 손쉽고 능숙하게 바르고 붙일 수 있는 사용자 편의적(user-friendly) 메이크업 컨셉은 제법 참신한 혁신 요소다. 가령 '아이 플레이 레이브' 아이라이너는 떼어서 눈에 붙이는 스티커다. 손으로 직접 그려야 하는 기존 펜슬이나 액상 형태는 화장술이 능숙해야 하거나 바른 후 번지는 등 단점을 단번에 해결한다.

그 외에도 시미헤이즈 뷰티는 스티커형 다목적 립컬러(립틴트, 글로스, 밤 등 포함), 하일라이터, 브론징 파우더, 아이새도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타고 부는 도파민 뷰티 붐은 과거 펑크 서브컬쳐와 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인 사조에서 비롯된 1980년대식 화장법의 재탕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유행은 돌고 도는 법이고 최신 유행은 과거에 유행했던 요소들로부터 빌려와 영감 받고 재활용한다.

21세기 소비자들은 40년 전과는 다른 심리와 니즈를 지니고 살아간다. 오늘날 외모 꾸미기란 신체에 변화를 가함으로써 기분을 향상시키고 심리적 치유에 도움을 주는 '소비 테라피'로 진화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인류는 색채, 향기, 촉감 등 오감을 통한 신체·정신적 웰빙의 소중함을 재인식했다. 액세서리, 스킨케어, 립스틱, 향수를 위주로 한 놀라운 매출 증가는 이를 방증하며 그 추세는 향후 5년 계속될 것으로 화장품 업계는 전망한다.

1980년대로부터 40년이 흐른 지금, 화장 미학도 진화했다. 마찬가지로 아름다움이란 사회가 규정한 미의 추종에서 벗어나 재미(fun)와 개성 발산(self-expression) 지향적으로 진화가 거듭되는 가운데, 틱톡과 유튜브 소셜미디어와 인플루언서들의 기발한 창의력이 주도된 도파민 뷰티의 미래 역시 예의주시 되고 있다.


바르지 않고 붙이는 시미헤이즈 뷰티 제품들. 전문가 같은 손재주와 전문 도구 없이도 스스로 파격적이고 개성적 메이크업을 연출할 수 있게 돕는 사용자 편의적 화장품 디자인이 눈에 띈다. 사진 출처 : Simihaze Beau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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