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이 글로벌 명품이 되는 법

2023-06-01 김만희 칼럼니스트 maneekim@gmail.com

김만희의 마케팅인사이트 06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 나와주길


매년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우린 케이블 TV 등에서 영화 '러브액츄얼리'를 만나곤 한다. 2003년 개봉 당시(20년전), 필자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은 총리 '데이빗'의 영국 부심 가득한 기자 회견이었다.

미국 대통령의 선 넘은 행동에 그는 영국은 작은 나라지만 강하다고 공개적으로 들이받는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셰익스피어, 처칠, 비틀즈, 숀코넬리, 그리고 해리포터와 축구선수 베컴의 왼발도 있습니다"라고 근거를 제시한다. 총리가 주장하는 영국의 국력에 대한 근거가 터무니 없어 보이긴 하지만, 영국인들이 그들의 문화에 어떠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영국의 문화 부심이 부러웠던 기억도 잠시 요즘 전 세계 어디를 가든지 K-브랜드가 이슈다.  러브액츄얼리 개봉 10년이 지난 지금, 싸이(PSY)의 강남스타일이 열광적인 유튜브 조회수를 기록(23년 5월 현재 약 48억 뷰)하며 빌보드 챠트 2위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는 등 K-POP의 글로벌 인기는 확산되었다.

특히 너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라는 메시지 'LOVE YOURSELF'를 담아 노래한 BTS는 미국 및 유럽의 십대들에게 가슴 울리는 공감을 주며 제2의 비틀즈라 칭송될 만큼의 신드롬을 펼치고 있다. 영화 및 드라마에서도 K신드롬은 이어졌다. 2020년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을,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 6관왕을 수상하며 일부 아이돌 산업에 국한되지 않은 전방위적인 K-콘텐츠의 우수성을 자랑하고 있다.


무신사 도쿄 팝업 참여 브랜드 리스트

◇ 세계에서 인정받는 K-패션은?

바야흐로 K-콘텐츠의 황금기이다. 그룹 BTS 멤버 RM은 스페인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것'이라는 의미로 붙는 수식어 K(케이)가 지겹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프리미엄 라벨"같은 것이라고 답할 정도로 러브액츄얼리 총리 못지 않은 인터뷰로 K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전 세계 패션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주요 마켓 플레이스다. 글로벌 명품 패션 하우스인 구찌(Gucci)는 한남동에 구찌가옥이라는 플래그십을 런칭하고, 23년 5월에는 과감하게 조선 왕실을 대표하는 '경복궁'에서 S24 크루즈 컬렉션 패션쇼를 진행했다. 루이비통 역시 4월 한강 잠수교에서 패션쇼를 개최하며, '전세계가 주목하는 문화 허브인 서울에서 루이비통의 첫 프리폴 패션쇼를 함께해 기쁘다'고 밝혔다.

루이비통의 작년 매출은 무려 1조 6923억원으로 전년비 15.3% 증가한 수치다. 한국 소비시장의 상향 평준화는 명품업계의 러브콜을 불러왔고, 그 소비력은 중국을 비롯한 전 아시아 지역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모건스탠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1인당 명품 소비 1위의 패션소비의 선진국이다.

그렇다면 공급자 입장에서의 패션시장은 어떨까?
패션 시장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기획된 제품을 생산하는 노동력 기반의 봉제 산업과 디자인 감성을 표현하여 부가가치를 키우는 브랜드 서비스 산업. 90년대까지 국내 패션 수출 산업은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의 하청을 받아 봉제 공장에서 생산하는 주문자위탁생산(OEM)방식이었다. 이는 여전히 국내 패션 산업 시장을 이끄는 주축으로 작년에도 섬유, 패션 수출 실적은 약 125억달러(한화 약 15조 8천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브랜드 서비스 산업으로서 세계에서 인정받는 K-브랜드는 무엇이 있는가? 아쉽게도 K-패션 브랜드 혹은 디자이너를 이야기 할 때, 아직까지는 아이코닉한 인물 혹은 브랜드가 쉽게 떠오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 흐름이 바뀔 듯하다.

그 스타트의 시작은 K-패션을 대표하는 솔리드 옴므(우영미 디자이너)이다. 한국 패션이 해외에서 천대 받던 시절 2002년부터 파리컬렉션을 시작한 그녀는 작년 매출 약 1천억원을 달성하며, 하이패션을 추구하는 독립디자이너 브랜드 중에선 최초의 기록을 달성해냈다.

'솔타시'라고 혹시 들어본 적이 있는가? 솔리드옴므, 타임옴므, 시스템옴므의 앞글자를 딴 줄임말로, 2030대 소비자들이 국내 백화점 컨템포러리 남성 패션 브랜드들을 일컫는 말이다.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신명품으로 분류되는 '하이패션' 카테고리에 해당 브랜드가 항상 포함되는 것만 봐도 솔타시의 성공은 한국 소비자들로부터 받는 탄탄한 사랑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한현민 디자이너의 '뮌'은 2019년 런던 패션위크, 2021년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단독쇼를 통해 당당히 존재감을 과시했고, 국내 패션디자이너 브랜드 '마뗑킴'은 소셜미디어에서 붐업되며 지난해 연 매출 약 500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글로벌 K-패션 위해 필요한 것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춘 국내 디자이너 및 패션 브랜드들은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딩을 인정받으며 제품 완성도를 드높여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일본 진출은 반가운 호재다. 지난 4월 무신사는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서 K패션 브랜드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며, 현지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가장 인기있는 K패션을 확인할 수 있는 '트렌딩 K 브랜딩 존' 등을 통해 약 22개의 K패션 브랜드를 소개하며, 아모멘토(AMOMENTO), 떠그클럽(THUG CLUB), 2000아카이브스(2000 ARCHIVES), 기준(KIJUN) 등 고감도 스타일로 국내외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들을 깊이 있게 다루었다.

사실 해외 팬들이 K-POP을 만난 곳은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였고, 해외에서도 오징어게임을 시청할 수 있었던 것은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 덕분이었다. 결국 고객들이 브랜드를 만나려면 접점이 필요하며, 그것은 유통 및 판매가 이뤄지는 플랫폼이 안착되어야 가능하다. 즉 글로벌 고객들이 K-패션을 정착된 패션 플랫폼을 통해 만나게 된다면, K-팝과 같은 K-패션 인기와 시스템도 기대해볼 수 있다.

성공적인 패션 플랫폼의 글로벌 진출, 그리고 그 이후의 K-패션 브랜드들의 인기를 생각하면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일본과의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강합니다. 대한민국의 세계적인 패션브랜드들과 디자이너들이 전세계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무신사도 있고, 솔리드 옴므도 있고, 마텡킴도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즐거운 상상까지 해본다.



무신사 도쿄 팝업스토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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