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미래 전략 세운 명품 라이벌…루이비통이 맞을까? 구찌가 옳을까?

2023-04-01 이은수 기자 les@fi.co.kr

라이프스타일 확장 나선 LVMH
테일러링 기반 클래식 복귀 Kering



프랑스 럭셔리 재벌 LVMH그룹(루이비통 소유)과 케어링그룹(구찌 소유)의 미래 전략이 극명하게 갈린다.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LVMH 회장과 프랑소와 앙리 피노(Francois Henri Pinault) 케어링 회장의 성향 차이일까. 두 럭셔리 재벌 기업이 역사의 전환점에 직면했다.

LVMH그룹은 루이비통 남성 컬렉션을 이끌어 왔던 버질 아블로(Virgil Abloh)의 사망 이후 빈자리를 퍼렐 윌리엄스(Phar rell Williams)로 대체하면서 '문화 자본으로서 럭셔리'라는 개념을 테스트하기로 결정한 모습이다.

반대로 케어링그룹은 어떨까. 알렉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가 떠난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에 업계인이자 신진 디자이너 격인 사바토 드 사르노(Sabato De Sarno)를 발탁했다. 아마도 케어링이 강조하고 있는 미래의 럭셔리 사업 전략은 '창조적이며 탁월한 새로운 관점의 명품'이 될 것 같다. 또 다른 알렉산드로 미켈레를 기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한쪽에서는 글로벌 슈퍼 셀럽을 내세웠고, 다른 쪽에서는 업계 디자인 전문가를 대표 선수로 꼽은 것이다. 엔터테인먼트와 컬처를 무대로 삼은 LVMH, 아틀리에를 강조하고 있는 케어링 두 재벌 기업은 지난 몇 년 동안 지금 같은 형태의 미래 전략을 테스트해왔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프랑소와 앙리 피노 케어링 회장

◇ 빅셀럽 이벤트 효과 노린 LVMH

LVMH그룹은 이번 루이비통의 남성 컬렉션 CD로 퍼렐의 영입에 앞서 겐조(Kenzo)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본의 유명 음악 프로듀서이자 패션 디렉터 니고(Nigo)를 임명했고, 킴 존스(Kim Jones)를 펜디(Fendi)의 여성 컬렉션과 꾸뛰르 책임자로 발탁했다.

셀린느(Celine)와 끌로에(Chloe) 출신의 컬트 디자이너 피비 필로(Phoebe Philo)가 그녀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런칭하는데 적극 지원하며 나서기도 했다. LVMH그룹의 일련의 전략은 탄탄한 컬처 자본과 확고한 네임 밸류를 확보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믹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최근 루이비통 남성 컬렉션을 이끌 퍼렐 윌리엄스를 선택한 LVMH의 전략도 어렴풋이 비춰진다. 루이비통을 럭셔리 웨어와 가죽 가방이라는 한정된 범위를 넘어 다양한 문화를 조망하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뽑아낼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시키려는 의도가 깔렸다. 얼마 전 뉴욕 브루클린 기반 남성복 브랜드 키드수퍼(Kid Super)의 콤 딜레인과 남성 컬렉션을 공동으로 제작, 발표한 퍼포먼스도 일맥상통한다.

◇ 아르노 회장은 방한 목적은 라이프스타일 확장

얼마 전 한국에 방문한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목적을 두고 많은 해석이 나왔다. 국내 3대 백화점을 방문하면서 루이비통 등 LVMH그룹 산하 럭셔리 브랜드의 추가 점포 확장이 거론되고 있다.

맞다. 한국에 미진출 브랜드의 추가 매장을 내고 루이비통 등의 유통 확장을 점검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될 수 없다. 아르노 회장이 바라본 한국 시장은 LVMH그룹 산하 호텔, 레스토랑 등의 진출지다.


실제 아르노 LVMH그룹 회장이 국내 유통업계 총수들에게 던진 제안은 다름 아닌 '호텔'이었다. 명품 사랑이 유명한 한국에서라면 세계적 명품 그룹이 운영하는 초호화 호텔 수요도 높을 것이라는 판단이 호텔사업에서의 협력을 제안한 배경으로 꼽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등 국내를 대표하는 5성급 호텔 사업자 가운데 누가 아르노 회장의 손을 잡게 될지 주목된다.

LVMH그룹은 2010년대부터 럭셔리 호텔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2011년 이탈리아 명품 보석 브랜드 '불가리'를 인수하면서 불가리가 2004년부터 운영해온 불가리호텔을 품었다.

2019년 4월에는 벨몬드호텔도 26억 달러에 인수했다. 벨몬드호텔은 1976년부터 고급 호텔 및 리조트사업을 펼쳐온 회사다.

LVMH그룹은 당시 "벨몬드 인수를 통해 LVMH는 궁극의 럭셔리 호텔업계에서 입지를 크게 확장할 것이다"며 초호화 호텔체인사업에 대한 확장 의지를 내보인 바 있다.

아르노 회장이 국내 유통가 총수들에게 제안한 호텔 브랜드는 이들과 다른 '슈발블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슈발블랑은 2006년 처음 호텔사업을 시작한 회사로 LVMH에 2019년 인수됐다. LVMH그룹은 2021년 9월 프랑스 파리 센 강 근처에 새 호텔 '슈발블랑파리'를 열며 럭셔리 호텔사업을 확대했다.


루이비통 시그니처

◇ 오뜨꾸뛰르와 고급화 나선 케어링


케어링그룹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성공적으로 보테가베네타(Bottega Veneta)의 성장을 이끌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리(Daniel Lee)가 갑작스럽게 사임했을 당시 케어링그룹은 후임자로 마티유 블라지(Mathieu Blazy)를 승진시켰다.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가 구찌를 떠났을 때도 발렌티노(Valentino)의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13년 동안 일하면서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던 사바토 드 사르노(Sabato De Sarno)를 발탁했던 것이다. 아동 포르노 등 각종 논란의 중심이 됐던 발렌시아가(Balenciaga)가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자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도 패션의 뿌리와 본질을 고품질의 컬렉션을 추구하는 발렌시아가로 되돌리기로 결정했다. 생 로랑(Saint Laurent's)은 이제 다시 꾸뛰르로서 남성복과 단순함으로 복귀를 시작했다. 브랜딩에 치우진 마케팅 활동 대신 컬렉션의 정교함으로 회귀다.


대신 뷰티 카테고리는 강화한다. 엔데믹 시대의 빠르게 성장할 영역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케어링 그룹은 뷰티 사업만 따로 모아 '케어링 보떼'라는 신설 법인을 설립하고 새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신설 법인은 보테가베네타, 발렌시아가, 알렉산더 맥퀸, 포멜라토 및 키린 등 하우스 브랜드들의 뷰티 카테고리 전문성을 개발하는 데 집중한다.


케어링은 브랜드들이 각자의 전략 및 시장 포지셔닝에 맞는 고유의 정체성을 활용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케어링 보떼 창설로 케어링은 각 브랜드가 가진 유니버스의 연장선인 뷰티 카테고리 성장에 지원을 다할 예정이다.


신설 법인장은 이탈리아 출신 코르나기아로 뷰티 분야에서 25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로레알에서 커리어를 쌓기 시작하여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10년 동안 다양한 역할을 담당했고 이후 샤넬 향수·뷰티의 글로벌 메이크업 마케팅 부서 부사장을 역임한바 있다. 이후 2008년 에스티로더컴퍼니즈에 합류해 EMEA(유럽, 중동, 아프리카)지역 창설 당시 에스티로더 및 톰포드 뷰티의 마케팅을 총괄했다. 말 그대로 뷰티 전문가다.

◇ 다른 상품도 팔고 싶은 LVMH, 더 좋은 상품을 팔고 싶은 Kering

지난 2월 프랑소와 앙리 피노 케어링 회장이 기자 회견에서 직접 꺼낸 이야기에 집중해볼 필요가 있다. 그는 "디자이너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창의성과 시대를 초월한 오리지널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팬데믹 이후 구찌의 인기 하락에 대한 케어링의 새로운 방향을 유추할 수 있었는데, 바로 브랜드의 가치 재정비다.

케어링그룹은 오래된 유산을 가진 럭셔리 하우스이며 미래 럭셔리 산업 비전으로 더욱 더 고급스러운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며 럭셔리 패션 기업의 독점성을 유지하는 정교한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것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LVMH그룹과 정반대 행보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그룹 회장은 루이비통의 신임 사장으로 디올 회장 겸 CEO였던 피에트로 베카리(Pietro Beccari)를 선임하면서 제품 다양화 추진, 헤드 오피스를 호텔, 박물관, 메가 플래그십 등으로 변화를 주문했다. 케어링그룹이 패션 본질에 집중하며 브랜드 지위를 한 단계 격상시킬 수 있는 더욱 명품스러운 제품 개발에 집중하려는 반면 LVMH그룹은 간판 브랜드 루이비통을 바탕으로 보다 커머셜하고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한 마디로 LVMH는 팔던 것 외에 다른 상품을 추가로 팔고 싶어 하고 케어링은 더 좋은 상품을 팔고 싶어 하는 격이다.


구찌

◇ 경계 사라진 럭셔리…정답은 미래 소비자 몫

정답은 없다. 확실한 건 두 명품 재벌기업이 짧은 시간 안에 새로운 방향을 찾고 있다는 점과, 패션과 소비문화의 흐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사실일 뿐이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새롭고 중요한 전환점이다. SNS기반의 디지털 바이럴, 세계 4대 컬렉션에 등장한 스트리트웨어의 혼란으로 점차 럭셔리 제품과 브랜드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10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럭셔리 브랜드의 새로운 군집도 생겼다. 사실 더 이상 캐시미어와 좋은 가죽은 럭셔리 브랜드의 전유물도 아니며, 값싼 폴리에스터가 테크니컬 의류에 적용되며 다양한 가격으로 포지셔닝된 브랜드에 결합되는 세상이다.

사람들 역시 테일러드 슈트가 아닌 스니커즈와 스웨트셔츠를 오랫동안 열광해 왔다. 이제 LVMH는 문화로서 럭셔리를, 케어링은 비싼 값을 매기고 충분히 지불할 가치가 높은 컬렉션 기반의 럭셔리라는 나름의 각기 다른 해답을 제시하려고 한다. 오직 시간만이 두 글로벌 럭셔리 그룹의 판단 중 무엇이 정답일지 밝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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