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는 멀고 동대문은 가깝다

2006-04-21  

박찬승 기자의 동대문 이야기
#. 동대문 소싱을 통해 가두 유통사업을 펴고 있는 패스트 브랜드 사장 3명이 상품 소진율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우리는 시즌별로 상품 소진율이 90% 가량 됩니다. 겨울에는 일부 문제 상품을 제외하면 거의 100%에 가까웠어요.”(내셔널 브랜드 경험 없이 동대문 소매 경력이 전부인 A사장)
“무슨 소리예요. 어떻게 소진율이 그렇게 나오나요?”(동대문 소매 경험 없이 내셔널 브랜드 근무 경력만 오래된 B사장)

“직영매장이 많으니 가능할 거예요.”(동대문 소매와 내셔널 브랜드 경력 모두를 갖고 있는 C사장)

패션업계에 패스트 패션이 강세를 띠면서 다품종 소량의 빠른 생산납기가 가능한 동대문 소싱을 활용한 사업이 활발하다.

사업뿐 아니다. 내셔널 브랜드 근무 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동대문 진출도 늘었다.
그런데 이들 내셔널 브랜드 출신들은 동대문 출신들과 교류가 잦아지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에 당혹감을 표하는 경우가 많다.

시즌별 상품 소진율을 보는 시각도 그중 하나다.
흔히 내셔널 볼륨 캐주얼 브랜드에서는 배수를 최소 3.5에서 4.5를 보고, 정상상품 판매율이 50%, 행사 할인율은 20%, 이렇게 해서 시즌별로 상품 소진율이 75∼80%이면 남는 장사라고 말한다. 외형이 아무리 높아도 이러한 수치를 벗어나면 밑 빠진 장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은 동대문 출신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김억대 타이거커뮤니케이션 사장은 “동대문 소싱은 배수가 낮기 때문에 재고를 안고 사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해당 시즌에 최대한 소진하겠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대문 출신들의 사업방식은 이렇다.
출시 후 빠르면 2, 3일 내에 반응을 체크한 후 추가 물량을 낼 것인지, 아니면 꺾어 팔 것인지를 결정한다. 빠른 공급뿐 아니라 빠른 정책 결정을 통해 상품을 당해 시즌에 최대한 소진한다는 것이 동대문 출신들의 사업 마인드인 것이다.

거짓말처럼 들리는 시즌 상품 소진율 90∼100% 얘기도 이를 통해 실현해 가고 있는 것이다.
동대문 소싱을 활용한 사업은 철저한 현장경영이 바탕이 돼야 한다.

내셔널 브랜드처럼 통계와 수치를 통한 테이블 경영으로는 이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관리를 하고 지시를 하더라도 현장에서 하는 야전사령관이 아니면 안 된다.
빠른 판단과 결단도 필수다. 복잡한 의사결정으로는 1인 비즈니스나 다름없는 동대문 사업방식을 당해낼 수 없다. 사업 볼륨이 크고 조직이 복잡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극복해야 한다. 어영부영 머뭇거리다가는 불어난 재고만큼 고민과 부채만 쌓여갈 것이다.

멀리 있는 「자라」만 볼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는 동대문 내면을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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