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미래 33ㅣ불황에서 호황 누리는 ‘브랜딩’

2022-07-31 정인기 기자, 권민 객원 에디터 unitasbrand@gmail.com

질문: 불황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이때는 어떤 브랜드 전략을 가져야 합니까?



우로보로스(ouroboros)는 '꼬리를 삼키는 자'라는 뜻이다. 여러 문화권에서 뱀 또는 용이 자신의 꼬리를 물고 삼키는 형상이 발견됐다. 밀교의 상징처럼 보이는 뱀의 의미는 '시작이 곧 끝, 끝이 곧 시작'이라는 반복과 영원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속담에는 '세상은 돌고 돈다'와 비슷하다.


실제 뱀이 자기 꼬리를 먹고 있는 우로보로스 사진을 구글에서 검색하면 볼 수 있다. 뱀이 자기 꼬리를 먹기 시작한다면 과연 어디까지 먹을 수 있을까? 끝까지 먹을 수 있다면 머리만 남을까? 제일 먼저 먹었던 꼬리가 다시 나올까? 이런 해괴한 상상은 불황이 되면 '자칭' 브랜드가 그동안 쌓았던 '신뢰'를 '현금'과 바꾸는 것이 뱀이 꼬리를 먹는 모습으로 겹쳐 보인다. 이제 불황이 시작되면 '자칭' 브랜드가 그동안 쌓았던 브랜드 신뢰도와 인지도를 꼬리부터 먹기 시작하는 브랜드 우로보로스 현상을 보게 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동안 단기간에 상표의 인지도를 올려서 브랜드라고 착각하게 만들었던 수많은 쇼핑 플랫폼에서 꼬리부터 먹기 시작할 것이다. 일부 쇼핑몰(앱, 플랫폼)은 떨어지는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일부 사악한 백화점에서 즐겨했던 공매출 찍어내기, 신제품 꺽어팔기, 재고 끼워팔기와 가격할인 같은 브랜드 대량학살을 감행할 것이다. 불황에서 브랜드 전략은 이런 미래와 현실을 인정하고 어떻게 고객과 관계를 유지할 것인가를 우선에 두는냐에 따라서 세워진다. 


소설가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은 "미래는 이미 우리가 사는 이곳에 존재한다. 다만 널리 확산되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호황은 불황에 있다. 독자 중에 자신의 산업 및 업종 분야에서 코로나 기간 중에 과연 어떤 기업과 브랜드가 사라졌는지, 그리고 창조되었는지 살펴본다면 '불황에서 활황 원칙' '불황이 만든 호황' 그리고 '불황에서의 브랜딩 법칙'을 배울 수 있다. 이 세 가지 관점으로 2년 전 COVID 19 이후를 파악해 본다면 똑같은 패턴으로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강력한 브랜드는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브랜드를 연구하는 나는 불황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불황 속에서의 호황, 호황 중에 불황'을 믿는다. 한 예로 스타벅스는 IMF로 인한 불황의 절정인 1999년 초고가 커피로 런칭해서 성공했다. 전 국민이 금을 모아 달러 빚을 갚던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세계 명품 브랜드는 여전히 두 자리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그 이후에 수많은 경기악재가 있지만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특정 브랜드에게는 불황이 없다. 일시적인 위축은 있지만 잠시 지나면 오히려 성장한다.



불황에서 호황
가뭄이나 혹한이 찾아오면 동물들은 생존을 위한 자기 보호 프로그램을 본능에 따라 작동시킨다. ①땅에 들어가서 잠을 잔다(양서류) ②정자를 자궁에 보관한다 ③번식 호르몬을 조절한다 ④서로 잡아먹는다. 생존 방식이 어떻게 본능 적으로 움직이는지에 대해 전혀 알려진 바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식물들은 '위기'에 대비한 생존 본능이 존재한다.


물론 기업도 불황이 오면 즉각적인 단계별 프로그램에 따라 본능적으로 움직인다. ①광고비를 줄인다 ②전반적인 마케팅 비용을 줄인다 ③경비를 절감한다. 여기까지는 수동적인 보호본능이다. 다음 단계부터가 브랜드를 꼬리부터 먹어 치우면서 치명적인 내상을 주는 일이다. ④30~70% 할인을 한다 ⑤기획 상품을 생산한다 ⑥직원들을 구조조정 한다.


4단계부터는 '현금'이 필요하기에 급기야 지금까지 축적한 모든 가치를 '할인'이라는 명목 하에 모두 소진시켜 버리는 것이다. 일단 세일을 하면 '브랜드 진정성' 은 사라진다. 세일하는 순간 할인 비율만큼 브랜드 가치도 깎인다. 유사한 예로 항상 할인을 하던 모 남성복 브랜드에서는 더 이상 이런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가격은 내리되, 세일은 정기적 기간에만 하겠다고 선언했다(6개월을 견디지 못했다). 그 이유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 하락을 비롯해, 이미 소비자들에게 할인 기간에만 구매하는 브랜드로 낙인 찍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현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불황에도 세일을 안 하는 브랜드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희박하다.




불황에서 세일을 해도 팔리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로 기획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기획'이라는 말 때문에 전략적인 냄새가 나지만, 이것은 '본능적 생존 상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획 상품의 정체는 '질 낮고 싼 상품, 하지만 마진이 좋은 상품'이다. 시쳇말로 브랜드 품질은 '묻지마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품은 세일보다 6개월 정도 더 효과가 있다. 이 단계까지 끝나면 기업마다 순서의 차이는 있지만 드디어 구조조정을 시작한다. 아쉽게도 먼저 떠나는 것은 A급 직원이라는 것이다. 물론 구조조정은 대부분 2단계와 3단계 중간에 일어나지만, 본격적으로 모두 떠나는 것은 6단계다. 그래서 6단계에 일어나는 구조조정은 기업에 의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직원에 의해 기업이 구조조정을 당한다고 볼 수 있다. 6단계가 지나면 기업 M&A가 들어오고 결국 도산되거나 땡처리 업자(재고 상품 전문 판매 기업)에게 브랜드와 상품이 팔려 나간다.


앞서 말했듯이 불황이 되면 불안한 기업은 신상품을 줄이고, 현금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재고를 할인으로 판다(바로 이것이 브랜드 우로보로스다). 가격은 브랜드의 성감대性感帶로서 가장 자극적이고 말초적이며, 소비자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그래서 당장 효과가 있다. 그러나 소비자는 종전까지 제값 주고 산 브랜드들의 무참히 인하된 가격을 보면서 배신감을 느낀다. 그것은 브랜드 성감대anger zone(분노 영역)이기도 하다. 소비자는 싸다고 매력이 없는 물건을 사지는 않는다. 그러면 소비자의 탐색 기간은 더 길어지고 시장에서 소비자 구매력은 계속 하향한다. 그럴수록 마케터들은 계속 축소의 마케팅을 한다. 뱀의 머리와 꼬리는 마케터일까, 소비자일까?


동물들은 자연재해나 자신의 위기를 기본적으로 감지하여 스스로 조절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인간에게는 이런 기능이 없다. 불황 속에서 불안에 떠는 인간의 위기관리 기능 부재는 브랜드에게도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잘나가는 브랜드일수록 불황에 따른 위기관리 프로그램도 없다. 불황이 오면 견디다 못해 결국 사라지는 것이 우리나라 브랜드의 불황 잔혹사다.


그렇다면 앞으로 닥칠 불황에 브랜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이 부분은 앞으로 사례와 함께 다루도록 하겠다. 먼저 가이드만 간단히 소개하겠다. 1)브랜드를 지켜줄 기존 고객 관리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2)검색을 통해서 비교하는 소비자를 위한 브랜드 콘텐츠를 확보한다. 3)불황으로 인한 매출하락에 대비한 상품을 점검한다.  4)불황 때 오히려 품질과 가성비가 좋은 상품을 준비한다. 불황의 브랜딩의 핵심은 '의리'다. 그러니깐 브랜드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시작과 끝으로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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